P2P금융, 족쇄 못 풀었다…선발 업체 위주로 재편되나
27일부터 P2P대출 가이드라인 시행, 투자제한 등 족쇄 그대로…후발업체 진입장벽 높아질 듯
오는 27일 투자한도 제한 등의 족쇄를 풀지 못한 채 'P2P(개인간)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된다. 이미 가이드라인 제정을 변곡점으로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다양한 부작용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신규 업체의 진입 장벽이 높아져 선발 업체 위주로 P2P업계가 재편, 시장 성장이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P2P금융의 월 취급액은 지난해 1월부터 꾸준히 상승하다가 12월(1156억원)을 기점으로 감소해 올 1월 734억원까지 떨어졌다. 한 달 새 422억원(36.5%)이나 급감한 셈이다.
갑작스러운 취급액 감소는 'P2P대출 가이드라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P2P 업계는 가이드라인 이슈에 영향을 받아왔다.
P2P대출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해 7월부터다. 정부는 당시 '제5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서 'P2P 대출 규율 방안'을 논의하고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7월 P2P금융업에 신규업체 27개사가 진입했다. 규제가 생기기 전에 발을 들이민 것이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금융 당국이 'P2P대출 가이드라인 제정 방안'을 발표했고, 마찬가지로 11월에도 36개사의 P2P금융 신규업체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P2P대출 가이드라인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해 12월엔 신규업체의 진입(6개사) 마저 줄었다. P2P금융 1개사는 가이드라인으로 인한 '사업환경 저해' 등의 이유로 직접투자형태로 업태를 변경하기도 했다.
크라우드연구소 차미나 선임연구원은 "1월엔 명절 시즌의 투자 심리 위축과 골든피플 사태의 등을 비롯해 P2P대출 가이드라인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취급액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P2P대출 가이드라인은 투자금액 제한, 선(先)대출 금지 등이 골자다. 당국은 P2P금융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 투자의 투자금액을 업체당 연 1000만원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P2P업체 투자금 중 연간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금액의 비율이 평균 73%에 달한다.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당장 영업이 어려워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P2P금융기업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가 줄면 더 많은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비용 부담이 지속되면 최후엔 대출금리를 올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중금리대출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와 정반대 행보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은 또 대출 과정에서 P2P업체가 우선 대출금을 집행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선대출'을 불가했다. 이는 자칫 대출 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P2P업계는 "과도한 규제"라며 공청회를 여는 등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가이드라인 규정이 바뀌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금융 당국은 기존 P2P업체에 대해선 이 같은 조항을 3개월간 유예해준 상태다.
이에 더욱 난감해진 건 신규업체다. 지난해 P2P 시장이 커지면서 P2P업체 수는 1월 말 기준 131개로, 전년 동월(16개) 대비 8배 수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P2P대출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 신규 진입 업체가 진입해 버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P2P금융협회의 34개 협회사들의 1월 대출취급액은 5275억2100만원으로 전월 대비 오히려 12.7%(592억7100만원) 늘었다. 대출 증가액으로만 봐도 지난해 8월부터 652억원, 476억원. 573억원, 715억원, 593억원 등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이는 크라우드연구소가 전체 P2P금융기업 131개사를 대상으로 한 통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P2P금융 관계자는 "크라우드연구소의 집계에는 신규 업체의 취급액이 대다수 포함돼 있는 반면, P2P금융협회 회원사는 선발 업체가 다수"라며 "전체 P2P업권의 취급액이 감소한 것은 신규 업체의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P2P대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신규 업체의 취급액이 위축되면서 전체 시장이 위축되고, 나아가서는 선발업체 위주로 P2P시장이 재편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