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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코너 > 신흥재벌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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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이 걸어온 길-김홍국 하림 회장] 3. 기대 못미치는 아쉬운 성적표

육계 가공 사업으로 시작한 하림그룹이 곡물유통, 사료, 식품, 커머스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까지는 김홍국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림의 본격적인 사업 확장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 하림은 700억원을 투자해 사료 회사 '제일사료'를 인수했으며, 같은 해 5월 NS홈쇼핑(당시 한국농수산방송)을 출범시켰다. NS홈쇼핑 출범은 하림그룹의 제품 판매망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NS홈쇼핑은 특히 식품군 판매에 특화된 유통채널로 TV홈쇼핑, 인터넷, 모바일, 카달로그 쇼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8월에는 닭고기의 생산과 유통의 전 과정을 운영하는 올품을 설립해 사료 생산부터 유통까지 육계가공 산업 전 분야로 가치사슬을 확장했다. 2015년에는 벌크선(대형 화물선)사인 팬오션을 품에 안으며 곡물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결과적으로 팬오션 인수는 하림그룹에 득이 됐다.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곡물 구입·운반부터 축산·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됐고 대기업 집단으로 올라서는 발판을 삼았다. 하림 내 매출액이 가장 큰 곳 역시 팬오션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팬오션이 4조3609억원으로 1위다. 이어 선진 1조9060억원, 팜스코 1조8545억원, 하림 1조4108억원, 제일사료 1조2039억원, NS홈쇼핑 2977억원, 하림산업 705억원 순이다. 하지만, 팬오션은 벌크선사다 보니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취약점이 있다. 팬오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비 32.1% 줄었으며, 영업이익 역시 3853억원으로 52.1% 감소했다. 김홍국 회장은 식품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더미식' 브랜드를 론칭하고, 간편식(HMR)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주사 하림지주의 계열사인 하림산업은 2019년 공동대표 체제에 돌입, 생산 공장 등 제조설비를 마련해 2021년 10월 '더미식 장인라면' 출시했다. 야심차게 선보인 '더미식'은 론칭한 지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시장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림은 더미식을 통해 라면, 즉석밥, 만두 등 냉동식품부터 각종 면 요리, 쌀 가공식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중이다. 하지만, 현재 '더미식-장인라면'은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이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즉석밥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전체 시장 점유율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림산업은 간편식 사업 전개 이후 적자 행보를 걷고 있다. 실제로 하림산업의 영업손실액은 2021년 589억원, 2022년 868억원, 2023년 1096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하림지주는 하림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불어난 영업손실은 하림지주가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약 1년 동안 4회에 걸쳐 운영자금 등을 목적으로 총 1300억원을 하림산업에 지원했다. 본업의 연장선인 더미식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하림산업의 재무적 어려움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하림이 좋은 품질을 앞세우고 있지만, 고물가 시대에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프리미엄 전략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하림산업은 더미식 브랜드에 이어 지난해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를 론칭한 바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식품 사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도 남아있는 과제 중 하나다. 하림그룹의 부동산개발을 담당하는 하림산업은 양재동 소재의 토지를 2016년 4525억원에 매입했다.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6월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지구로 하림산업이 소유한 부지를 지정했다. 이에 하림그룹은 해당 부지가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지정됨에 따라 지하는 수도권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스마트 물류센터를 짓고, 지상은 상업·주거·문화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앞서 용적률 등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지난 2월 서울시 승인으로 확정됐고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9년 완공 예정이다. 사업이 진행될수록 하림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도 오를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그룹 재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비용 마련과 경기 침체 상황에서 상가와 호텔, 오피스텔 분양이 흥행할지는 의문이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4-09-22 15:30:36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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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이 걸어온 길-김홍국 하림 회장] 2. 나폴레옹 정신으로 꾸준한 사업 확장

김홍국 하림 회장은 나폴레옹의 팬으로 유명하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적 사고와 불굴의 용기는 김 회장이 추구하는 가치관이기도 하다. 김 회장에게 나폴레옹은 '1%의 가능성으로 100%를 해낸 인물'이다. 중학교 때 나폴레옹 위인전을 읽은 뒤부터 긍정의 힘을 믿고,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나폴레옹을 떠올렸다고. 김 회장은 2014년 경매에 나온 나폴레옹의 바이콘(이각 모자)를 26억원에 낙찰받아 하림그룹 자회사인 NS홈쇼핑 별관에 '나폴레옹 갤러리를' 마련하고 전시해왔다. 나폴레옹의 모자를 통해 젊은 세대와 기업인들이 기상과 영감을 얻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그의 도전 정신은 하림이 양계장에서 출발해 축산과 사료, 해운, 유통 판매, 식품 제조업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난 것처럼 하림의 사업 확장을 통해 알 수 있다. ◆사료 경쟁력 앞세워 '펫푸드' 순항중 1978년 황등농장으로 양계 사업에 뛰어든 김 회장은 1986년 하림식품을 설립했다. 하림식품은 축산 분야 수직 계열화를 이뤄내면서 농가에서 생산된 육계 전량을 인수해 도계 가공처리 후 유통하는 역할을 했다. 2001년에는 인수합병 등으로 하림그룹 출범과 함께 사료 생산 회사인 제일사료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며 국내 첫 펠렛 사료를 제조하고 공급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NS홈쇼핑의 전신인 한국농수산방송을 인수하며 판매망 강화에도 나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선진과 한강씨엠, 축산물 사육 가공사업부문의 팜스코를 인수합병하며 사료 경쟁력을 확보했다. 하림은 2017년 하림펫푸드를 론칭하고 강아지와 고양이 사료 '더 리얼'과 '밥이보약' '가장 맛있는 시간 30일'을 선보이며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수입산 사료에 밀려 국내 사료 회사들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시장 환경에서 하림펫푸드는 2021년 첫 흑자를 달성한데 이어 2022년 매출 366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28%, 233%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4.9% 증가한 45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사료와 닭고기를 생산·가공했던 노하우에 프리미엄 전략을 적용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하림펫푸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품 원료(휴먼 그레이드)를 사용해 펫푸드를 제조한다. 하림펫푸드는 생고기 등 식품용 원료만을 사용한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실제 식품을 제조하는 수준으로 제조공정을 관리하기 위해 400억원을 들여 전용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펫푸드 사업에 진출한 식품업체 중 대규모 전용 공장을 가진 곳은 하림펫푸드가 유일하다. 향후에는 해외 펫푸드 시장에 도전해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과 베트남에 수출중이며,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해상 물류 역량 확보 하림은 축산·식품 가공업, 사료 사업에 이어 해상 물류 역량을 강화하기에 나섰다. 2015년 6월 해상화물운송업체인 팬오션을 인수한 것이다. 하림 내 매출액이 가장 큰 곳은 팬오션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팬오션이 4조3609억원으로 1위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2089억원, 영업이익 2334억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팬오션은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취급하는 곡물을 다양화하고 고가의 곡물 판매를 늘렸다. 실제로 2024년 상반기 곡물 트레이딩 사업에서 물동량 85만t을 소화하며 매출 2805억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기간(물동량 52만t, 매출 2308억원)보다 확대됐다. 팬오션에서 그동안 비주력사업으로 여겨졌던 탱커선과 컨테이너선부문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더 미식·푸디버디 HMR 확대 2021년 10월 하림은 '더 미식' 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하고 종합식품기업으로서 사업 영역을 다각화했다. '천연재료만을 가지고 최고의 맛을 만들자'는 하림의 식품 철학을 바탕으로 HMR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인라면'을 필두로 2022년에는 '더 미식 즉석밥'과 유니자장면을, 지난해에는 만두 9종과 비빔면을 선보였다. 그리고 11월에는 합성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식재료를 사용한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를 론칭했다. 푸디버디는 아토피가 있던 김 회장의 자녀에게 영감을 얻어 만든 브랜드다.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드는 하림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푸디버디 어린이라면은 출시 4개월만에 700만개가 판매됐으며, 즉석밥, 덮밥소스, 라면, 핫도그, 국물요리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4-09-08 15:19:22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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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이 걸어온 길-김홍국 하림 회장] 1.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재계 27위로 우뚝

[신흥재벌이 걸어온 길]의 두번째 주인공은 '하림'을 창업한 김홍국 회장 이야기다. 국내에서 닭고기 하면 떠오르는 기업 하림은 여름 하夏, 수풀 림林을 써 '여름 숲'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이 무더운 여름, 노동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숲과 같은 안식처가 되어주겠다는 의미를 담아 만든 기업이다. 김 회장은 맨몸으로 직접 육계농장에 뛰어들어 지금의 하림으로 기업을 일궈냈다. 그는 직접 시장 규모를 성장시키고 협력업체들과 새로운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간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사랑한 자수성가형 오너 기업가 김홍국 하림 회장을 [신흥재벌이 걸어온 길] 시리즈를 통해 세 편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김홍국 하림 회장은 재계에서 대표적인 자수성가 CEO로 손꼽힌다. 초등학생 4학년 시절, 외할머니가 선물해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 게 하림의 시작이었다.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 닭장수에게 팔고, 그 돈으로 다시 병아리를 사서 키우는 것을 되풀이하다보니 10마리로 시작한 병아리는 100마리를 넘어섰고, 이를 계기로 사업에 눈을 뜨게 됐다. 김 회장은 197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본격적으로 양계 사업에 진출했다. 전북 익산에 닭·돼지 농장을 열고, 5000마리가 넘는 닭과 수백 마리의 돼지를 사육한 것이다. 그러던 중 1980년대 전염병으로 닭값이 폭락하면서 위기를 겪었으나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김홍국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1986년 하림식품과 1990년 하림을 설립한 것이다. 특히 김 회장의 사업 감각은 탁월했다. 그는 1차 축산물의 경우 가격 변동이 심하지만, 이를 가공한 식품 가격은 안정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양계사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가공식품에 주목했다. 김 회장은 1차 산업의 한계를 넘어 농장-공장-시장 등 '3장(場)'을 통합하는 경영을 펼치기로 결심한다. 농장에서 닭을 키우고, 공장에서 가공하며, 시장을 통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식품을 판매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렇게 1986년 3월 하림의 전신인 '코리아데리카후드'를 창업하고 계열화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육과 가공, 수출까지 염두하고 설립한 회사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업계 최초로 병아리 위탁사육 시스템을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회사가 직접 닭을 기를 경우 부지 매입과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줄이기 위해 고안한 것이 병아리 위탁사육 시스템이다. 회사가 계약된 농가에 사료 등 재료를 공급하고 다 자란 닭을 넘겨받는 시스템이다. 농가 역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다. 하림은 전국 1200개 농가와 제휴하고 있다. 이후 1988년 8월 정부로부터 육계계열화업체로 지정받으면서 계열화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때마침 치킨 프랜차이즈가 인기를 끌면서 닭고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그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김 회장은 1990년 10월 전북 익산에 현대식 공장을 건설하면서 '하림'으로 회사명도 변경했다. 이후 1991년~1997년 동양 최대 규모의 도계공장과 사료공장을 준공하고 육가공공장을 건립하면서 오늘날 하림의 틀을 갖췄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하림은 1992년에는 국내에서 육계업계 1위를 이룰 수 있었다. 하림의 성장세는 파죽지세로 이어져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1997년 코스탁시장에도 입성했다. 무엇보다 하림은 저평가되던 육계산업을 계열화 사업으로 안정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85%에 달하는 자급률을 달성하며 축산업의 선두 그룹으로 떠올랐다. 김 회장은 단지 육가공 기업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본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2001년 사료 생산 회사인 '천하제일사료'를 계열사로 편입시켰으며, NS홈쇼핑도 사들이며 유통 사업 강화에도 나섰다. 2007년 돈육가공업체 선진, 2008년 대상그룹의 팜스코를 차례로 인수, 2011년에는 미국 닭고기 업체 앨런패밀리푸드까지 손에 쥐었다. 2015년에는 당시 STX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해운기업 팬오션(옛 STX팬오션)까지 인수하면서 물류 산업에 도전장을 냈다. 당시 입찰 가격은 1조80억원으로 업계에서는 과도한 모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변의 우려섞인 시선에도 김 회장은 사업 확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이미 축산 전문기업으로 시장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곡물수송 최대 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하면 축산, 식품가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팬오션은 곡물, 석탄, 펄프, 철광석 등의 화물을 운송하는 국내 최대의 벌크 전문 선사이며, 카길(Cargil)과 같이 소수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는 세계 곡식 시장과 운송망에 국적선사로 포함돼 해운업계 최초로 해외 곡물 터미널사업에도 진출, 안정적인 물류 활동과 공급망 연계가 가능했다. 당시 하림의 전체 매출의 35%는 사료에서 나왔고, 하림이 수입하는 곡물은 300만t에 육박했다. 국내 항구에 도착하는 곡물 가격의 20%가 해상운송 비용을 차지할 정도로 곡물은 선박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때문에 벌크선 인프라를 갖추면 사료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안정된 유통망을 갖출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팬오션은 지금도 하림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수 후 하림의 운송 사업 부문은 영업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 영업부문 중 매출액의 33% 정도다. 김홍국 회장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긍정론자다. 창업 초기 때부터 현재까지 닭값 폭락, 외환위기 등 큰 위기를 겪을 때마다 긍정과 도전정신으로 극복해왔다. 병아리 10마리를 키우던 김 회장은 재계 순위 27위(자산규모 17조원)에 이르는 하림그룹을 일궈냈다. 현재 하림은 곡물유통·해운·사료·축산·도축가공·식품가공·유통판매 7개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24-09-01 14:53:17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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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이 걸어온 길-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8.소유·경영 분리 몸소 실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으로 '통합 셀트리온'이 출범한 후 맞이한 첫 분기인 올해 1분기, 셀트리온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 서정진 회장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셀트리온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한 7370억원이다. 창사 이래 분기 매출 7000억원을 처음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특히 셀트리온의 주력 사업 부문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57.8% 성장해 65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전 분기인 지난 2023년 4분기 대비해서는 228.7% 커진 규모다. 아울러 셀트리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재고 합산에 따른 원가율 상승, 무형자산 상각 등 이미 예상된 합병 관련 일시적 요인을 반영해 154억원을 기록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앞서 지난 2023년 말 추진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에 따른 영향으로 올해는 셀트리온이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셀트리온은 제2의 도약을 위한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제품 경쟁력과 생산 역량에 합병으로 인한 '사업구조 최적화'가 더해져 셀트리온의 매출과 수익성은 보다 확대될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합병 전 셀트리온헬스케어(현재 소멸법인)가 보유한 재고 자산을 지속 소진하고, 매출원가율을 개선한 제품을 생산하면 매출원가율은 지난 2023년 4분기 기준 70%대에서 올해 1분기 기준 50%대로 감소했고, 연말까지는 30%대로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또 셀트리온은 매출원가율이 낮아지면 공격적인 해외 입찰 등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가 확보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처럼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 삼총사의 합병을 통해 경영 투명성과 사업 효율화를 이뤄 글로벌 종합생명공학기업이 되겠다는 셀트리온그룹의 청사진은 하루 아침에 그려진 것이 아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2020년 9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3사 합병 계획을 공시했다. 같은 해 10월, 셀트리온헬스케어 최대주주인 서정진 회장이 당시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 35.62% 중 24.33%를 현물출자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설립한 것이 통합 셀트리온을 위한 첫 단계였다. 이후 적격합병 요건이 갖춰지면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와 기존 '셀트리온홀딩스'의 합병을 즉시 추진해 2021년 말까지 셀트리온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한다는 것이 당시 서정진 회장이 밝힌 계획이었다.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 등 두 지주회사가 존재하는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일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승부수를 던진 서정진 회장 입장에서도 아주 처음부터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도 하고, 판매도 하고,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었다면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다. 초창기 더 이상 자금을 유치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서 회장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두 개 회사를 세워야 했던 이유다. 서정진 회장은 사업 초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파트너사에 "바이오시밀러 성공 확률은 높으니 바이오시밀러 판권을 가져가고 개발비와 생산비를 부담해달라"고 설득해야 했다. 연구개발(R&D) 및 임상시험 과정에서 제품은 미리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시제품을 미리 구매했다가 허가 획득 후 제품을 팔아 수익을 올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독점 판권을 이용하면 판매 수수료도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서 회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바이오시밀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오직 서 회장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판권을 확보한 채 개발비를 쉐어링하는 방식으로 서 회장만의 비즈니스 모델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등장시킨다. 이와 함께 '바이오시밀러 개발비 리스크' 또한 서 회장의 몫이 됐다. 바이오시밀러가 최종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 연구비 탕진은 물론, 미리 만든 제품은 재고로 쌓이게 되는 셈이지만 서 회장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만에 하나, 유럽 승인이 거절될 경우 모든 짐은 혼자 지고 가겠다는 것이 서 회장의 각오였다. 바야흐로 바이오시밀러 시대가 열리고 해외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셀트리온은 연구개발부터 유통을 갖추고, 독보적인 직접판매 체제까지 구축한 대규모 제약회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통합 셀트리온과 함께 핵심 인물 3인의 각자대표 체제도 구축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23년 12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제조개발사업부 총괄로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을, 글로벌판매사업부 총괄은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를, 경영사업부 총괄에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통합 셀트리온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함과 동시에 지배 구조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 전문 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셀트리온의 이러한 경영 행보에는 서 정진 회장의 경영 철학이 뒷받침됐다. 서 회장은 일찍이 2014년 3월, 단독대표체제였던 셀트리온이 공동대표체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회사 정관 변경에도 나선 바 있다. 서 회장은 당시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통과시키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창업주가 성을 견고히 쌓아 올렸다면, 그 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을 전진 배치해야 함을 강조하고 실천한 것이다. 셀트리온의 상업적인 성과와 경영 측면에서의 기업 발전은 항상 서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들이었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기업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늘 내 자신에게 '이 일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막힐 때마다 한 발 한 발 걸으며 상황이 바뀌면 또 바꿔 걷는 것이다. 어차피 정해진 답은 없기 때문이다."(자서전 '서정진, 미래를 건 승부사' 中) 셀트리온은 현재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남겨둔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향후에도 매출 규모 확대, 경영 구조 단일화 등에 따른 양적, 질적 성장을 꾀하고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합성의약품 등으로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제약의 탄생 배경 또한 서 회장의 뚝심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서 회장은 지난 2009년 셀트리온 계열사 코디너스를 통해 한서제약 지분을 인수해 완전히 다른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셀트리온이 대표 제품도 없고 겨우 제조 공장만 갖춘 중소 기업이던 시절, 서 회장은 그만의 통찰력으로 정통 제약사 인수에 나선 것이다. 서 회장은 한서제약이 보유하고 있던 의약품을 비롯해 영업망과 판매구조까지 내다봤다. 시장의 흐름과 업계를 조망하는 그만의 선견지명이 바이오벤처로 시작한 회사가 제약사를 인수한 국내 최초 사례를 만든 셈이다.

2024-07-14 15:52:01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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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이 걸어온 길-서정진]7. 통합 셀트리온의 시대

지난해 12월28일, 통합 셀트리온이 출범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담당하던 셀트리온과 글로벌 유통을 담당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한 통합 법인이다. 2024년 1월12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통합 셀트리온 시가총액은 지난 4일 40조3173억원을 기록, 코스피 시장 8위에 올라 있다. 셀트리온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 셀트리온제약까지 모두 합병하는 그룹 대통합 작업에 나선다. 3사가 모두 합병할 경우 시가총액 45조원 달하는 거대 바이오 그룹이 탄생하게 될 예정이다.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빅파마를 향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꿈은 이제 시작됐다. ◆짐펜트라, 통합 셀트리온 '첨병'…시총 45조 거대 기업 예고 통합 셀트리온이 추구하는 것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을 아우르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이다. 특히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 2030년까지 12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통합 셀트리온의 첫 해 매출 목표는 3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10월 있었던 그룹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서 회장은 "내년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제품명)의 미국 출시를 통해 3조5000억원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 유일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 치료제 '짐펜트라'는 지난 3월 미국에서 본격 출시됐다. 서 회장은 미국 영업 현장 최일선에서 짐펜트라의 직접판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짐펜트라 한 품목으로만 미국에서 내년 2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자리에서 서 회장은 화상으로 등장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짐펜트리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짐펜트라가 개시돼 사용하는 병원이 2800개, 처방의사는 7500명에 이른다"고 소식을 전했다. 셀트리온은 다수의 미국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들로부터 보험 환급이 지난달부터 본격 개시되면서 실질적인 처방집 등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현재까지 ESI 등 PBM을 통해 미국 사보험 시장에서 약 40% 규모의 커버리지를 확보한 상황이다. 다음 달부터 환급 절차가 시작되는 다수의 PBM을 비롯, 대형 PBM과의 계약 추가 등을 감안할 경우 짐펜트라의 매출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짐펜트라가 주력하는 미국 염증성 잘질환(IBD) 시장 규모는 12조8000억원 규모로, 셀트리온은 우선 2025년까지 해당 시장 점유율을 최소 10%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영업 활동의 결실로 정맥주사(IV)제형에서 SC제형으로의 전환율이나 등록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매출 가속화의 토대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이 목표를 훌쩍 뛰어넘은 2조원 이상의 성과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짐펜트라 매출이 본격 확대되면서 올해 실적 성장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분기 통합 셀트리온은 73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 성장한 규모다. 2분기 역시 77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사가 전망한 실적 평균에 따르면 통합 셀트리온의 올해 매출 예상액은 3조5292억원으로, 매출 목표를 무난히 넘긴다. ◆韓 바이오시밀러 위상 높이는 게 목표…이미 '퍼스트 무버' 꿰차기 시작 서정진 회장은 통합 셀트리온 출범 당시 오는 2025년까지 11개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2025년까지 22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셀트리온은 주요 바이오시밀러 품목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유럽 시장에서 램시마와 램시마SC의 합산 점유율은 67%로 2022년 평균 점유율 대비 8%포인트 올랐다. 유럽 주요 5개국 기준 램시마 제품군의 시장 점유율은 74%에 달한다. 후속 파이프라인도 빠르게 확장하는 추세다. 지난 1월 셀트리온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80㎎이 미국에서 출시됐다. 유플라이마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로 미국 시장 매출만 24조원, 글로벌 매출 26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최대 블록버스터로 꼽힌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 80㎎에 이어 40㎎의 동일한 고농도 제형과 소아 환자를 위한 20㎎ 제형도 잇달아 선보이며 맞춤형 마케팅으로 전략을 차별화 했다. 셀트리온은 이달 1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 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 스테키마'의 판매 승인 권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CHMP의 승인 권고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승인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앞선 지난 5월에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알레르기성 천식,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의 바이오시밀러 '옴리클로'가 유럽 판매 허가를 받았다.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첫 번째 졸레어 바이오시밀러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지위를 확보했다. 졸레어는 지난 2023년 기준 글로벌 매출 약 5조원을 기록했다. 5월 말에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이덴젤트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아일리아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12조원을 달성한 블록버스터 안과질환 치료제다. 이와 함께 현재 강직성 척추염, 건선성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코센틱스' 바이오시밀러와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 역시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한 상태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 역시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을 글로벌 빅파마로 키워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서 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헐리우드 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이 20% 정도 된다. 산업 하나가 뿌리를 내리는게 중요하다"며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대한민국이 미국, 유럽과 함께 주요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만큼 책임감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세경기자 seilee@metroseoul.co.kr

2024-07-07 13:18:12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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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이 걸어온길] 돌아온 서정진, 직판 새역사 쓴다

대한민국이 '바이오 불모지'였던 시절부터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뚝심으로 밀어붙여 셀트리온 그룹을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판매 회사로 자리매김시킨 서정진 회장 특유의 카리스마가 다시 한번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3월 2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3기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에 서정진 회장이 화상으로 깜짝 등장했다. 이날 서정진 회장은 여러 다양한 셀트리온의 당면 이슈들에 대해 주주들과 화상으로 소통했다. 해당 정기주주총회는 통합 셀트리온 출범 후 첫 정기 주주총회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법인인 통합 셀트리온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순조롭게 출발함을 알렸다. 특히 이러한 의미있는 자리에서 이뤄진 서정진 회장과 주주들의 '비대면 만남'은, 서정진 회장의 미국 체류 일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서정진 회장은 미국에서 피하주사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미국명 짐펜트라)'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 상황을 전했다. 서 회장에 따르면 미국에서 '짐펜트라'가 출시되면서 짐펜트라를 사용하는 병원은 2800개, 처방의사는 7500명에 이른다. 서 회장은 이 병원들을 방문해 의료진들과 만나 셀트리온 제품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저를 포함해 짐펜트라를 개발했던 사람들, 마케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 메디컬 팀이 미국 현지 영업팀과 함께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순회하고 있다"며 "미국에 계속 머물며 7번에 걸쳐 2800개 병원, 7500명 의사 모두를 만나는 것을 목표여서, 올해 한국엔 없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 회장은 "짐펜트라 매출을 초반에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주들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23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짐펜트라에 대해 신약으로 판매 허가를 획득해 올해 3월부터 미국 의약품 시장에 짐펜트라를 내놓게 됐다. 이처럼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 그룹의 중요한 순간마다 '직접판매 체제 구축'을 강조해 왔다. 서 회장은 지난 2023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양사 합병안 가결 직후 열었던 '셀트리온그룹 2023 기자 간담회'에서도 '직접판매'는 셀트리온의 가장 큰 자산 중에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서 회장은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전역에서 이 병원에서 설명하고 저 병원에 가서 또 설명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마치 '보부상'처럼 다녔다"며 "캐나다에서 만났던 한 류마티스 내과 의사는 '셀트리온은 특이하다', '회사 대표가 밤낮으로 해외 영업을 위해 다니는 경우가 결코 흔하지는 않다' 등의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서 회장은 이날 "직접판매는 세계를 품는 것"이라며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이 남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셀트리온이, 'K바이오'가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대한민국이 미국과 유럽 뒤를 이어 손꼽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 회장은 1년 중 200일 이상은 해외 출장에 전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면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사업이 성공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그의 자서전에서 "100개 가까운 국가에 수출을 하려면 1년 365일 중에 200일 이상은 해외에 직접 나가 있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저 사람과 거래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상대를 만나기 위해 악착같이 파고든다"고 직접판매 비법도 공유했다. 서 회장은 "제품에 대한 거부감인지, 기업에 대한 호감도 문제인지 알아내야 한다. 우리 제품이 싫다고 하면 과학적으로 논하기 위한 관련 자료를 적극 제공하고, 우리 회사가 싫다고 하면 직접 와서 보라고 제안한다"는 것이 서 회장의 말이다. 이와 함께 전 세계와 사업을 하려면 각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서 회장의 사업 공식이다. 서 회장은 "우선 각국의 역사를 알면 다음으로 문화와 전통을 이해할 수 있어 항상 그 나라 역사, 문화, 전통을 공부하는 게 필수"라고 주장한다.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들을 존중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 사업 성공의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서 회장이 직적판매를 강조하고 그 체제를 구축하는 데 직접 뛰어든 배경에는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란 설명이다. 직접판매 체제를 통해 유통 비용을 15~25%까지 낮춘 그 이익률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그룹은 제품 가격에서 경쟁력을 개선하면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궁극적으로는 판매 지역 및 시장점유율 확장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나아가 셀트리온 그룹은 연구개발 등으로의 투자 재원 확보 같은 선순환 구조까지 전망하고 있다. 서 회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기술 확보, 제품 개발 등에 집중하느라 유통까지는 엄두를 못 냈던 것이 사실이며 어쩔 수 없이 유통 파트너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 그런데 유통 수수료에 드는 비용이 너무 높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자서전 '서정진, 미래를 건 승부사' 中) 현재 셀트리온 그룹이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짐펜트라를 앞세워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업계는 서 회장의 출격이 그룹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서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그룹을 둘러싼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경우 '소방수' 역할로 다시 현직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후 2년 만에 서 회장은 경영 현장에 복귀했다. 2023년 3월, 셀트리온 그룹은 셀트리온홀딩스를 비롯해 셀트리온 그룹 내 상장 3사인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은 각 사별 이사회를 개최하고 서 회장을 2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2023년은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해 온 셀트리온이 신규 제형 확보,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 등 신약 개발 회사로의 도약에 나선 원년임과 동시에 서 회장 복귀 후 이뤄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또한 셀트리온 그룹의 전체 사업이 일원화돼 성장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전사적 노력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4-06-30 15:47:45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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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이 걸어온길-서정진]5.코로나 치료제, 전설의 마지막 선물

지난 2020년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그룹을 떠났다. 별도의 퇴임사도, 퇴임식도 없는 조용한 퇴장이었다. 2020년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는 퇴임 이틀 전인 2020년 12월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조건부 사용 허가를 신청했다. "경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개발 절차를 거치더라도 국민들의 공포를 하루 빨리 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치료제 개발 의지를 밝힌 후 9개월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그가 떠난 후 2개월 뒤인 2021년 2월5일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는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고, 즉시 의료현장에 공급됐다. 서 회장이 허가 전인 2020년 9월부터 모든 의약품의 생산을 미루고 렉키로나 생산을 미리 시작한 덕분이었다. 많은 고위험군 환자들이 렉키로나를 맞고 코로나19를 이겨냈고, 국민들은 당장 맞을 수 있는 국산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긴 불안을 털어냈다. 20년간 한국 바이오의 단단한 주춧돌을 세우고, 주식시장에서 50배 성장을 이뤄낸 'K-바이오의 전설'은 떠나는 순간까지 '토종 코로나19 치료제'라는 커다란 선물을 남겼다. ◆"치료제로 돈 벌 생각 없다" 셀트리온이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를 개발하는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후보물질 선별부터 조건부 허가 신청까지의 전 과정이 단 9개월 안에 이루어졌다. 전임상과 임상1·2상을 욱여넣기엔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털어낸 것이다. 렉키로나가 개발되는 1년간 셀트리온 그룹 전체에 렉키로나는 최우선 과제였다. 다른 신약들과 개발 과정은 같지만 모든 과정을 1년 안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본사 2000여명과 해외 계열사까지 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이 렉키로나에 투입됐다. 모든 직원이 3교대로 일했고,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서 회장도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그는 렉키로나 생산을 위해 3개월간 2시간 이상 밤 잠을 잔 적이 없다고 했다. 서 회장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분당의 집이 집무실이 됐다. 하루 평균 400통 정도 통화를 한다. 잠은 하루 2시간 정도 잔다. 이런 생활을 (2020년) 2월부터 3개월 동안 했다. 대문 밖으로 나가는 게 한 달에 2, 3일 정도다. 어쩌다 나가니 벚꽃이 피어 있더라. 또 어쩌다 나가보니 벌써 여름이 왔다"고 회상했다. 2020년 9월 서 회장은 송도 제1공장의 모든 의약품 생산을 멈추고 렉키로나 생산을 시작했다. 임상 2상 이후 긴급사용승인을 받게 된다면 신속한 투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조건부 승인이 나기 전 10만명분의 렉키로나가 이미 생산을 마쳤고, 조건부 허가를 받은 한달 후에는 40만명 분을 생산해 의료 현장에 원활히 공급되도록 했다. 렉키로나는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 환자군에서 중증환자 발생률을 72% 줄였다. 증상 개선 시간도 4.7일 줄이는 획기적인 신약이었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수했다. 링거로 맞는 정맥주사 형태의 렉키로나는 1회 투약 만으로 증상 개선이 가능하며 가격은 40만원 수준이었다. 5일 가량 먹어야하는 경구용 치료제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 배경에는 '치료제로 돈 벌 생각이 없다'는 서정진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그는 늘 코로나 치료제는 '공공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3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지만 어느 회사보다 코로나19 치료제를 저렴하게 공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코로나 치료제로 돈을 남기면 안 된다. 재앙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익사업이어 야 한다. 제약 회사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국내는 원가 수준에서 싸게 공급하고, 해외에는 경쟁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는 미국 정부 지원을 안 받아 자유롭다. 지원을 받으면 끌려다니게 마련이다. 자체 자금으로 개발해서 떳떳하게 파는 게 낫다"고 썼다. ◆모두 박수칠 때 조용히 떠났다 셀트리온은 렉키로나 개발에 3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발과 생산을 위해 1년간 전사 인력이 투입된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의약품 생산이 미뤄졌고, 재고가 위협받는 위기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렉키로나의 수명은 그리 길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빅파마들이 만든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됐고, 백신 보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렉키로나가 '게임체인저'가 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중은 셀트리온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지만, 서정진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항체치료제는 특성상 투여량이 많고 단가도 높아 상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약이다. 서 회장은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의 한계점을 명확히 알았지만, 위기 상황에서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고, 국산 코로나 치료제가 꼭 필요하다는 의지로 손해를 감수하고 개발을 밀어붙였다. 렉키로나의 임상을 설계하고 총괄했던 셀트리온 김성현 임상기획담당장은 "애초에 렉키로나는 게임체인저, 세상을 구할 약으로 개발된 치료제가 아니었다"며 "렉키로나는 백신과 경구 치료제가 분명히 나올 것이라는 가정 하에 개발을 시작했고, 그 전까지 시간을 벌고 국내 병원 인프라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기 위해 개발된 것이며 그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설명했다. 서정진 회장이 경영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2020년은 셀트리온 그룹에는 기록적인 해였다. 셀트리온은 2019년 3분기까지 1조원이 넘는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바이오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서는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2020년 한 해 셀트리온의 매출액은 1조8500억원에 달한다. 전년대비 무려 65% 성장한 규모다. 2020년 주식시장의 마지막 날, 셀트리온그룹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시가총액은 82조원을 기록했다. 당시 코스피 시장 시총 2위이자, 연 매출 30조원 규모의 SK하이닉스(86조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2008년 코스닥 시장에 처음 입성한 셀트리온은 12년 만에 50배 이상 성장을 이루며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성공의 신화'를 안겨줬다. /이세경기자 seilee@metroseoul.co.kr

2024-06-23 14:45:51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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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이 걸어온 길-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4.셀트리온 시대가 열리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셀트리온은 설립 초창기부터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선택해 왔다. 특히 세간의 끊임없는 의구심과 불신 속에서 밤낮없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도전한 결과, 셀트리온의 위상은 '램시마' 출시 전후로 달라진다. 셀트리온의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출시하기까지 셀트리온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회사였고, 램시마 출시와 함께 셀트리온은 꿈을 실현한 회사가 된다. 셀트리온은 2013년 9월 세계 최초로 유럽 의약품청으로부터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한 후 일본,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램시마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당시 일본의 인플릭시맙 제제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중동의 대표적인 '빅 마켓'으로 셀트리온은 중동 주요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는 내수 중심에 머물러 있던 국내 제약 산업이 수출 다각화에 성공한 혁신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 결과, 셀트리온이 생산하는 바이오의약품의 해외 유통과 마케팅을 전담하는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6년 10월 '램시마' 통관 기준 누적 수출액 1조원을 돌파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램시마 해외 수출 1조원 달성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최초 사례인 동시에 셀트리온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토종 제품으로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2년 8000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첫 수출한 데 이어 2013년 181억원, 2014년 1099억원, 2015년에는 국내 의약품 수출 기록으로는 최고액인 4944억원 규모의 의약품을 수출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해 온 것이다.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램시마 미국 수출도 본격화하며 1조원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리겠다는 더 큰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2019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내놓는 쾌거를 이룬다. 해외에서의 처방 확대를 통해 수출 실적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최초인 만큼 명실상부 K바이오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게 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2018년 국내 의약품 생산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의약품 수출 규모는 약 5조5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K바이오의 우수성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며 수출 확대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같은 성장에는 램시마뿐만 아니라 '허쥬마', '트룩시마' 등 후속 바이오시밀러를 연이어 성공시키는 서정진 회장의 저력이 있었고, 창업 20여 년 만인 2020년 12월 기준,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셀트리온, 판매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 합성의약품 개발사 셀트리온제약 등 셀트리온 3사의 총 시가총액은 89조325억원에 달하게 된다. 서정진 회장의 저력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만 발휘된 것이 아니었다. 셀트리온은 독특한 상장 기법으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서정진 회장은 2008년 5월 화학제품 제조업체 오알켐과 셀트리온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으로 우회상장을 추진한다. 당시 오알켐의 자본금 규모는 200억원으로 2000억원이던 셀트리온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셀트리온은 오알켐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같은해 7월 합병 승인 후 오알켐은 셀트리온으로 사명을 바꾸고 서정진 회장을 대표이사로 새롭게 임명한다. 셀트리온은 앞서 코스피 입성에 3번이나 거듭 실패해 직접 상장이 무산된 상황에 있었다. 공모를 통해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들고 2008년 안에 상장하겠다는 주주들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서정진 회장의 우회상장 감행이라는 빠른 결단력이 빛을 발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정진 회장은 오알켐과의 합병 발표 직후 "셀트리온의 진정한 가치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2008년) 8월 이후 셀트리온은 코스닥 대장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서정진 회장의 자신감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선언과 함께 돌풍을 일으킨다. 셀트리온의 코스닥 시총 순위는 2008년 8월 말 114위에서 9월 말 5위로 무섭게 치고 올라가더니 연말에는 4위까지 상승한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시장에서 셀트리온 시가총액도 1조6000억원을 돌파하며 2009년 2월 마침내 1위에 등극한다. 코스닥 대장주가 되겠다는 서정진 회장의 다짐 그대로 반년 만에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희망의 불꽃'이 터진 것이다. 이후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2009년 4월 1조9000억원, 2010년 11월 3조원, 다시 한 달 만인 2010년 12월 4조원으로 등으로 육박한다. 이후에도 성장 속도에 탄력을 받은 셀트리온의 자산 규모는 창립 14년 만인 2016년 4월, 5조8550억원에 이른다. 당시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즉 대기업으로 분류하는 성과다. 셀트리온의 성공 사례는 그저 본업인 바이오시밀러에 충실했을 때 자산 가치가 증식된 것이란 점에서 지금까지도 관련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24-06-16 11:21:53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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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이 걸어온 길-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3. 바이오시밀러, 새로운 역사 개척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등장했다. 토종 기업 셀트리온이 만든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존슨앤드존슨(J&J)의 '레미케이드'를 복제해 만든 세계 첫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든 지 꼭 10년 만의 성과였다. 바이오시밀러라는 개념 조차 생소했던 때, 서 회장은 이 산업의 글로벌 잠재력을 정확히 꿰뚫어봤다. 당시 레미케이드 주사는 1회 비용이 200만원을 호가했다. 관절염 통증이 너무 심해 잠을 못자는 환자들도 약을 쉽게 사용하지 못했다. 반면, 레미케이드와 약효가 동일한 램시마의 가격은 10만원, 2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는 제품 개발 당시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와의 가격 경쟁을 시켜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며 "약값 때문에 손도 못 써보고 죽어가는 환자가 전 세계에 한 명도 없도록 하고 싶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2014년 유럽 시장에 출시된 램시마는 단 4년만인 2018년 유럽 시장의 52%를 장악하며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46%)를 추월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현재, 유럽 주요 5개국에서 램시마의 점유율은 74%(2023년 4분기 기준)에 달한다. ◆바이오시밀러, 새로운 시대 개막 서정진 회장은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글로벌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온 연구개발 역량을 쉽게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는 '패스트 무버' 대신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정조준해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cGMP) 승인을 받아 항체의약품 대량생산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때 서 회장은 해외 바이오 기업들의 위탁생산 의뢰에 '공동개발'을 더했다. 여러 바이오 벤처들과 일하면서 기술력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 회장은 당시 '파트너사 중 한 곳만 성공해도 본전이고 실패해도 연구개발 경험은 내 것이 되는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졌다. 파트너사에게는 '고객사의 성공이 곧 셀트리온의 성공'이라는 진심도 전했다.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일을 한 덕분에 셀트리온은 짧은 기간 백신,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연구개발 측면에서 빠르게 실력을 쌓아갔다. 2008년 9월 9일 서 회장은 드디어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선포식'을 열기에 이르렀다. ◆"위기 또한 돌파 대상에 불과하다" 가장 높았던 관문은 유럽 의약품청(EMA)의 문턱을 넘는 일이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암흑의 경로로 유통되는 불법 복제약으로 취급했다. 바이오시밀러 인허가에 관한 가이드라인조차 없었다. 아무도 서 회장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2012년 겨울, 유럽 EMA는 램시마 임상 3상 데이터를 지적했다. 임상 3상은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입증하는 단계인데, 셀트리온은 면역분석 과정에서 데이터 추출 방법이 문제가 됐다. 게다가 다양한 인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최소 6개월의 기간과 비용이 또 다시 필요한 시점이었다. 서 회장은 유럽 임상 파트너사인 아이콘에 초강수를 뒀다. "하루 8시간 일하면 6개월이 걸리지만, 하루 24시간 일하면 2개월이면 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유럽에선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서 회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실험실의 책임으로 고객사 임상 데이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루 24시간 계획'에 아이콘 측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소송전을 준비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아이콘은 전 세계 지사에 인력과 장비를 수소문했고, 그의 계획은 실제로 가동됐다. 정확히 2개월 후, 유럽 EMA가 원하는 데이터 분석이 완성됐고 2013년 6월28일 EMA는 셀트리온의 램시마를 바이오시밀러로 공식 인정하기에 이른다. 당시 EMA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램시마 승인 권고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개념이 새로운 제품군으로 확대됐다. 이미 허가받아 사용하고 있는 생물학적 의약품과 아주 흡사한 복제약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대를 활짝 열었다. ◆가난한 환자도 쓸 수 있는 약 만든다…서정진의 철학 셀트리온은 램시마를 개발하기 전인 2010년 글로벌 금융 시장 대표적인 큰 손으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와 JP모건의 사모펀드인 원에쿼티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았다. 각각 5000억원씩 1조원에 달했다. 서 회장은 테마섹 투자는 자신의 '낡은 구두' 덕분이라고 말했다. "당시 테마섹 사람들이 서울 롯데호텔로 나를 불렀다. 한국 재벌 총수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왜 셀트리온에 투자해야 하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10년 째 신고 있던 낡은 구두를 보여줬다. 나는 명품 옷이나 시계가 없다고 했다. 나를 위해 일하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말했다."(그의 자서전 '서정진, 미래를 건 승부사' 中) 테마섹과 원에쿼티파트너스가 주목했던 것은 그의 '됨됨이'었다. 투자 전 조사에서 그를 '괜찮은 사람'으로 칭한 주변의 평가에 배팅한 것이다. 결국 사람, 서정진을 믿었던 테마섹은 10년만에 5000억원원을 5조원으로 불려 돌아갔다. 서 회장은 자신의 자서전에 "세계 만국 공통어는 열정과 진심"이라며 "그것으로 무장하고 도전하면 업종 불문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썼다. 지금도 램시마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 안전성 등이 동일하면서 가격은 20~30% 저렴하다. 유럽은 레미케이드 대신 램시마를 처방하며 연간 의료보험 재정을 수천억원씩 절감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제 신약 개발에 뛰어들 만큼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바이오시밀러의 비중은 줄이지 않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 뿌리 내리겠다는 서 회장의 열정과 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내 꿈은 가난한 아프리카 환자도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약값 때문에 손도 못 써보고 죽어가는 환자가 전 세계에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이세경 이청하기자 seilee@metroseoul.co.kr

2024-06-02 13:58:33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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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재벌이 걸어온 길-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흙수저, 최연소 임원이 되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2021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한국 1위에 올랐다. 세계 145위였다. 자산은 142억 달러(19조4250억원)로, 세계 297위를 기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83억 달러)보다 8조 이상 많았다. 지난 2000년, 셀트리온을 창업한 지 불과 20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그는 '살아 있는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삼성전기를 거쳐 대우자동차를 다니던 직장인 시절, 외환위기에 무너지는 그룹을 지켜봐야만 그는 위기 직후인 2000년, 후배 다섯명과 함께 5000만원으로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설립한다. 이 넥솔은 훗날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며 'K-바이오'의 초설을 다진 셀트리온그룹으로 성장한다. 서 명예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부호로, 재벌 2·3세가 주를 이루던 80년대의 재계에 새로운 '신흥재벌'의 등장을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20년 65세 정년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년만에 다시 경영에 복귀하며 연 매출 30조원의 통합 셀트리온그룹을 세우고 있다. 자수성가의 신화, 서 명예회장과 셀트리온의 역사를 짚어본다. ◆연탄 나르고 택시를 몰던 학생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1957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때 고향을 떠나 서울 구파발 기자촌으로 올라왔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연탄장수였다. 학교를 마치면 부모님, 동생과 함께 연탄 배달을 했다. 아버지 장사를 돕느라 고등학교 진학도 2년 늦어졌다. 뒤늦게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에 들어가며 현재 셀트리온 본사가 있는 인천과의 인연이 처음 시작됐다. 건국대학교 77학번으로 바이오와는 거리가 먼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지금의 부인과 결혼을 하면서 지방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내의 출근을 돕기 위해 택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침에 택시로 아내를 데려다주고, 합승 손님을 태워 서울로 돌 아왔다. 택시를 몰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 교습비를 반값만 받고 운전을 가르치기도 했다. 24시간 학교를 다니고 24시간 택시 기사를 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그런데도 그는 4.3만점에 4.18이라는 높은 학점으로 3년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공대 출신 가운데서는 문교부 공식 '조기졸업 1호 학생'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쉽지 않은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는 아직도 '흙수저'라는 말을 싫어한다. 서 회장은 자신의 자서전 '서정진, 미래를 건 승부사'에서 "절박함이 있는 사람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잘못되었으면 다시 되돌아가면서 자신이 성공할 때까지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 본능적으로 노력하게 되어 있다"며 "그래서 흙수저라 힘들다, 어렵다고 단정 짓기 전에 내가 가진 절박함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해본다면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재벌 1·2세대를 경험하다 그의 첫 직장은 삼성전기였다. 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지금은 고인이 된 이병철 삼성 전 회장을 가까이에서 모셨다. 서 명예회장은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이병철 회장을 꼽는다. 그는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 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내가 보기에 가식이 아니었다. 이 회장은 나라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서정진 회장은 삼성에서 4년을 재직한 후 한국생산성본부로 직장을 옮겼다. 대우가 GM으로부터 새한자동차를 인수해 대우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한 후였다. 대우자동차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 생산성본부에 자동차 품질과 생산성 혁신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의뢰를 맡은 서 명예회장의 답은 단 세 줄이었다. "개발을 하면 개발을 해서 망하고, 개발을 안 하면 차가 없어서 망하는데, 왜 GM을 인수하셨습니까?" 당시 차를 팔려면 차종이 최소 5개는 있어야 했다. 차 한 대를 개발하는데 3000억원이 들었다. 당시 대우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20만대. 개발비만 대당 150만원이 나오는 꼴이었다. 차를 팔아봐야 개발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서 회장은 "동유럽이 개방되니 그들의 자동차 회사를 인수해 200만대 규모로 늘리면, 차 한 대당 개발비를 15만원 으로 낮출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말을 들은 김우중 회장은 며칠 후 운전기사를 보내 서 명예회장을 임원으로 스카웃했다. 1990년, 그의 나이 고작 34살 때였다. 그는 최연소 임원으로 대우자동차에서 세계화추진본부장을 맡으며 경영혁신 활동에 뛰어들었다. 해외 공장을 만들고 해외기업을 인수했다. 나중에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을 때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대우 그룹은 결국 무너졌고, 무리한 세계경영이 대우 해체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서 명예회장은 "대우가 무너진 책임의 절반이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직장 생활 중 한국 재계의 1세대, 2세대를 직접 지켜본 경험들은 훗날 그가 셀트리온을 키워내며 신흥 재벌로 성장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됐다. 그는 자신의 자사전을 통해 "그들은 절대 권력을 행사했다. 1세대들이 지금 경영을 한다면 장점이 살아나기 힘들 거다"라며 "요즘 젊은이들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거나 윽박지른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창업자들은 직원들과 소통이 안 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성공의 조건으로 '생활 습관'을 강조해 왔다. 그는 한 강연에서 "사업을 할 때와 월급쟁이를 할 때, 임원을 할 때도 똑같은 것 하나는 단 하루도 그냥 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똑똑하다 안 똑똑하다는 중요하지 않다. 흙수저, 나무수저도 중요하지 않다. 젊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제일 큰 재산,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본인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금와서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단 것이다"라며 "여러분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실패란 단어는 없다. 아직 성공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2024-05-19 13:07:17 이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