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세계푸드 야심작…노브랜드버거 역삼점을 가보니
로봇이 햄버거 패티와 빵을 굽고 서빙까지 해주는 노브랜드버거 역삼역점이 외식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상상 속에나 있었던 미래의 외식 매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AI로 무장한 노브랜드버거는 무인화, 자동화, 표준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직접 이곳을 방문해 매장 전경을 개인 SNS에 업로드하는 등 노브랜드 버거 홍보의 최전선에 서기도 했다. ◆로봇 앞세워 비대면 강화 지난 14일 점심시간 노브랜드버거 역삼역점은 식사를 하러 온 직장인들로 붐볐다. 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전자 명부작성, QR 코드 등록 등을 충실히 이행했다. 명부 작성만을 담당하는 직원 한 명이 입구에 계속 머무르고 있을 정도였다. QR코드 확인을 마치고 나면 직원이 키오스크로 향하는 줄을 안내해줬다. 매장 왼편에는 세 대의 키오스트가 나란히 서있었고, 기기에 따라 줄이 달랐는데 이곳을 픽업존이라 부른다. 안내 직원에게 메뉴를 받기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자 "대략 15분"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할 때까지 다른 직원과 마주칠 확률은 없었다. 햄버거를 만들고 건네주는 직원들이 있는 데스크는 아예 매장 안쪽 오른편에 있었기 때문이다. 테이크 아웃을 선택한 고객은 안내 직원을 제외한 직원과의 접촉 없이 음식을 받아갈 수 있다. 키오스크 너머에 서빙 로봇 세 대가 있어서 데스크 끝에 위치한 직원이 포장 메뉴를 올려놓으면 로봇이 움직여 픽업존으로 온다. 서빙 로봇에는 주문 번호가 적혀있고 음식을 전달하며 음성 안내도 하기 때문에 확인한 후 가져가면 된다. 매장에서 음식을 섭취했을 경우 사람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15분이 지나자 전광판에 알림이 떴다. 로봇 덕분에 언택트와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이 결합돼 포스트 코로나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식당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신세계푸드는 "테이크아웃 수요가 많은 역삼역점을 오픈에 맞춰 직접 제작한 서빙로봇 운용을 시작했다"면서 "국내 로봇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하드웨어에 노브랜드버거의 사업 타입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자동화 시스템 구축 노브랜드버거 역삼역점이 타 오프라인 식당과 차별화된 점은 조리도 자동화로 한다는 것이다. 이 시그니처 매장의 자동화 기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번을 데우는 레일과 패티를 굽는 장비다. 빵과 패티는 햄버거의 주축을 이루기 때문에 두 가지를 자동화로 완성하면서 정확하고 빠른 조리 시스템을 상당 부분 구축했다. 직원이 장비 윗부분 재료 투입구에 수십 개의 빵과 패티를 채워놓기만 하면 키오스크가 보내는 디지털 신호에 따라 재료가 조리 라인으로 내려와 구워진다. 매장이 바쁠 때를 제외하면 직원들은 조리의 보조를 맡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요리의 신선도와 더불어 요즘 같은 시기에 조리 안전성까지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이 기기는 신세계푸드가 자체 개발했다. 신세계푸드 측은 "아직 자동 조리 기구가 테스트 단계"라며 "역삼점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추후 다른 매장 및 영역으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브랜드 버거가 기계의 성능을 높이고 콤팩트화 하는 작업이 끝나면 패스트푸드 업계에 대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픈 초기, 개선해야할 점도 눈에 띄어 노브랜드버거 역삼역점은 문을 연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언택트가 일상화한 시대를 염두에 둔 미래지향적 매장이라고는 하지만, 과도기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사람 손이 닿는 것이 더 익숙한지 지난 11일 한가할 무렵, 번 레일에 빵이 돌아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 레일을 외부에 배치해둔 탓에 인테리어 요소가 더 강할 수도 있다는 인상이 들었다. 또한 코로나19를 대비한 매장 설계는 QR코드 기기, 아크릴 가림판 등 잘 되어 있는 편이었지만 관리가 부족하기도 했다. 픽업 존에는 바닥 등 거리두기 표시가 마련돼있지 않아 인구가 밀집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사람이 몰리자 모든 자리가 빽빽하게 채워질만큼 좌석 비우기가 소용 없었다. 노년층 고객의 경우 두 종류의 픽업대 분류와 키오스크 결제가 익숙하지 않아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기도 했다. 신세계푸드는 이런 지적에 대해 "타 프랜차이즈 매장에 비해 최대한 강화한 조치를 취했으나, 많은 고객이 찾아주신 덕분에 다소 부족했을 수도 있다"면서 "안내인력을 배치하는 등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세계푸드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어두운 가운데 노브랜드버거의 포장 및 배달 매출만은 상승하고 있다. 언택트 특화 매장인 역삼점을 계기로 외식사업부가 경쟁력을 회복,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