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47% "올해 수출여건 악화될 것… 세제지원·노동시장 개혁 필요"
우리 수출기업 중 약 절반은 올해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봤고, 10곳 중 8~9곳은 올해 국내외 투자를 전년과 비슷한 수준 또는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19일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수출기업의 2023년 경영환경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수출 실적 50만달러 이상 기업 1327개사가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수출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46.9%로 '개선(16.9%)'될 것이란 응답의 2.8배에 달했다. 분야별로 화학공업제품(58.7%),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56.0%),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52.0%)의 경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고,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역시 악화될 것이란 응답이 45.2%나 됐다. 수출 기업들은 손익분기점 환율을 달러당 1250원 내외로 응답했으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중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환율 하락 기조가 강화되고 있어, 수출 기업의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수출 기업들은 미국의 불확실한 금리 정책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를 주요 리스크로 꼽고 있는 만큼, 환 변동 리스크가 큰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 기업들은 올해 국내 및 해외 투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이는 등 소극적 투자를 계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의 43%는 국내와 해외 투자 모두 축소하겠다고 응답했다. 품목별로 반도체에서 국내외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응답률이 45.2%로 가장 높았고,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의 조속한 시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답 기업의 39.5%는 올해도 대 중국 수출의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특히 대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화학공업제품,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 기업의 우려가 컸다. 수출 기업의 60.9%는 자사의 경쟁력이 중국 기업보다 우월하다고 응답했는데, 철강·비철금속, 무선통신 품목 등에서는 한-중 기업 간 경쟁력 격차가 크지 않아 해당 업종의 수출 경쟁력 확보 노력이 시급하다고 봤다. 수출 기업들은 올해 수출의 3대 리스크로 '세계 경제 둔화', '공급망 애로', '환율·금리 변동'을 꼽았다. 한편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6.3%), '러시아-우크라이나 리스크'(5.9%)를 수출 리스크로 꼽은 수출 기업은 소수였다. 수출 확대를 위해 시급히 필요한 정책으로 세제 지원 확대와 노동시장 개혁이라고 응답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인하(18.1%)',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17.7%), 'R&D 투자 세액 공제 등 세제 지원 확대'(15.7%), '최저 임금 인상 속도 조정'(13.6%) 등을 꼽았다. 플라스틱·철강 등 수익성이 악화되는 업종은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전기전자·반도체 등 연구개발 경쟁력이 중요한 업종에서는 투자 세액 공제가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수요에 따른 생산 조절이 중요한 자동차·부품, 기계 업계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기한 내 운송이 중요한 농수산물 업계는 안전운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무협 조의윤 수석연구원은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수출 기업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만큼, 세제 지원 확대, 노동시장 개혁 등 기업 수요에 대응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세종=한용수기자 hy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