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의 변신…덩치는 줄이고 편의는 늘리고
은행들이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점포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지점수를 줄이고 유휴(遊休) 부동산을 매각하는 한편, 남은 점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추세다. ◆ 점포 줄이고, 부동산 팔고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지점 수는 3124개로 전년(3333개) 대비 6.27%(209개) 줄었다. 2015년(3513개)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1.67%(389개) 감소했다. 은행들이 지점을 축소해 나가는 가장 큰 원인은 비대면 거래의 증가다. 금융거래의 방점이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으로 이동하면서 내점 고객이 급감한 영향이다. 이에 국내 점포가 1000개가 넘던 국민은행도 지난해 924개까지 줄였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최근 불필요한 지점 또는 통폐합 등으로 공실이 된 점포 매각에 나섰다. 직원들의 사택이나 합숙소 등도 매물로 내놨다. 임대안내사이트 온비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4일 서울 후암동지점, 부산 양정동지점, 경남 삼천포지점, 충남 홍성합숙소 등 7개 부동산의 입찰을 진행했다. 이 중 강원 속초사택, 부산 모라동사택, 충청북부사택 등 3곳은 유찰됐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농구단 합숙소, 천안 직원숙소 등 12건의 부동산을 내놨다. 이 중 서울 역촌역 출장소, 광주 송정지점 등 2곳만 낙찰됐다. 신한은행은 3월에만 지점 및 근린생활 등 30여 건에 달하는 부동산 매각을 진행했고, 이 중 신천동 지점, 성포동 지점, 신길중앙 지점, 목동지점 등이 낙찰됐다. KEB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에 따른 점포 재조정으로 매년 적극적으로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다. 올해도 100여개에 가까운 입찰 공고를 냈다. 지방은행 중에선 대구은행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대구 성서3동점과 은하점에 대한 입찰을 했다. ◆ 새롭게 변신하는 은행 은행들은 불필요한 점포는 없애는 동시에, 남은 점포는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홍대에 유스(youth) 고객 전용의 특별한 복합문화공간인 'KB락스타 청춘마루'를 개관했다. 청춘마루에는 다양한 뮤지션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연 공간인 스테이지(Stage)가 마련됐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스터디룸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세미나룸, 디지털 라이브러리, VR 체험 공간 등으로 설계됐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홍익대 홍문관에 디지털 존을 배치한 영업점을 개점했다. 디지털 존에서는 기존 입출금 창구 업무 90% 이상을 고객 스스로 처리할 수 있으며, 홍대 교직원들이나 학생들은 영업시간 외에도 영업점 일부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또 디지털 갤러리 공간도 만들어 재학생의 미술작품 전시장으로도 제공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오피스 밀집 지역인 광화문에 힐링 서점을 컨셉으로 한 '컬처뱅크 2호점'을 열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편하게 방문해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쉼터 역할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개점하면서 세련된 이미지의 고객창구 '아트뱅크(Art Bank)'를 구현했다. 이곳은 고객들이 대기하면서 아트피아노, 트릭아트, 폰부스 등을 통해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점 고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도 매년 점포 재조정을 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점포는 매각해 자산으로 활용하고 남은 점포는 문화 공간 등으로 꾸며 고객의 눈길을 끄는 전략을 이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