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베트남 몰리는 이유 있었네
[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최근 베트남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산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베트남으로 주요 생산거점을 옮기고 있으며 롯데, CJ, SK 등 여타 기업들도 베트남 투자 규모를 확대하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저렴하고 질 좋은 노동력, 지리적 위치 등을 이점으로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을 동남아 시장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 광주사업장의 3개 냉장고 생산라인 중 김치냉장고를 주로 생산하는 1개 라인을 연내에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국내 김치냉장고 수요는 나머지 2개 일반냉장고 생산라인에서 대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왔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호찌민 동부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소비자가전(CE) 복합단지를 만들고 있다. 1차 투자 규모는 5억6000만 달러(6130억원), 2020년까지 14억 달러(1조5300억원)가 투자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 생산라인이 들어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복합단지는 신흥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늘어난 소비자 가전의 중·장기 수요를 맞추는 글로벌 생산기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베트남 북부 박닝성과 타이응웬성에서 휴대전화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 휴대전화의 약 40% 물량이 베트남에서 생산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로 자리잡았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베트남 북부 박닝성에 생산시설을 짓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들은 주변에 위치한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으로 옮겨져 수출상품으로 재탄생한다. LG전자도 베트남 북부의 항구도시 하이퐁 지역에 40만㎡ 규모의 복합공단 조성을 추진 중이다. 내년까지 5억1000만 달러, 2023년까지 9억9000만 달러 등 총 15억 달러(약 1조6000억원)의 재원이 투입할 계획이다. 이 곳에 완성되면 기존 베트남 내수공급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흥이옌(TV·휴대폰)과 하이퐁(세탁기·청소기·에어컨) 생산공장을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금호·포스코·SK 등도 베트남 현지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8년 호치민시 빈증성에 베트남 최초의 승용차용 타이어 공장을 설립하고 연간 33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6월 베트남 남부 바리어붕따우성 푸미2공단에 포스코 SS 비나 철근·형강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이 공장에서는 연산 100만t 규모로 형간 및 철근 등을 생산할 수 있다. SK C&C는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하이퐁 고속도로 ITS(지능형 교통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하고, 동남아 고속도로 ITS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베트남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는 데에는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기지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첨단기술업체에게 법인세 면제와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첨단기술업체에 4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이후 9년간 법인세 50%를 감면해준다. 생산인력의 나이가 젊다는 것도 장점이다. 베트남 인구 9000만명 중 30세 이하 인구가 절반 이상이다. 인건비는 중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다. 내수 시장도 매력적이다. 베트남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233달러까지 이르렀다. 최근 4년 동안 평균 6.13%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로 고성장을 기록 중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베트남의 내수시장 가능성을 보고 일찍 감치 투자를 늘리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2011년 베트남에 100호점을 오픈한 이래 2014년 8월 200호점 돌파, 2014년 말에는 현지 최초 가맹 1호점 매장을 유치했다. 롯데마트는 11호점을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시네마는 지난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해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CJ는 CJ푸드빌의 베이커리 사업부문과 멀티플렉스 영화관 CJ CGV가 베트남 시장 1위를 기록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을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의 인건비는 중국 등 경쟁국보다 낮은 데다 젊고 우수한 인력이 많아 한국 기업들을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비증설 계획이 이뤄지고 있다"며 "베트남의 인구 피라미드 구조는 경제활동 참가율이 향후 15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여 한국업체들의 베트남 진출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