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17)보이지 않는 소리의 속삭임…광화문, 김병호의 '25개의 조용한 증식'
[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 세계로] (17)보이지 않는 소리의 속삭임…광화문, 김병호의 '25개의 조용한 증식' "사람은 단지 가슴으로만 제대로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생텍쥐페리의 소설에서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세상의 비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병호 작가는 같은 의미로 "이 세상에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고 말한다. 김병호 작가는 '25개의 조용한 증식'시리즈를 통해 '사운드 조각설치'라는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 확장해 왔다. 보고 듣지 않으면 세상을 알기 힘든 우리에게 중요한 내면의 속삭임을 전하기 위한 작업이다.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주한 일본 대사관 방향으로 향하는 뒷 골목, 더 케이 트윈타워 B동 앞 연못 중앙에 세워진 작품도 그 중 하나다. 연못 중앙 길고 가느다란 25개의 튜브관 끝으로는 작은 나팔 모양을 한 오렌지 색의 기하학적 조형 작품이 정갈 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바람이 불 때면 긴 튜브관이 살랑살랑 흔들리는데 그 모습이 무척 다소곳하다. 빌딩 로비의 투명한 창과 연못 물 위로 작품이 반사된 그림자는 작품의 후광을 제대로 받았다. 부식을 방지 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의 재료로 제작된 작품은 드로잉과 설계 과정 후 NC벤딩, 스피닝 워크를 통해 형태가 만들어지고, 우레탄 도장으로 컬러링이 완성됐다. 김병호 작가의 '조용한 증식' 시리즈는 제목만큼 내밀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에 대해 "구체적인 형상이 없는 인간의 정체성, 진실에 대한 의심, 구조와 이해 관계 등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나아가 시대의 패러다임이 되고, 이데올로기가 되기도 한다. '조용한 증식' 시리즈는 우리의 모습 속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실체와 그 실체의 가능성에 대한 시각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화이트 큐브의 갤러리 전시 공간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광화문 도심 속에 자리했다. 이에 대해 작가는 "환경과 잘 어울러진 작품으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주변과 어우러지지 않고 혼자 위용을 뽐낸다면 한 그루 나무만도 못할 수 있다"며 "조용한 속삭임으로 잠시 쉬었다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품이 설치된 연못 앞에는 작품의 조용한 속삭임을 들으며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과 벤치가 여러 개 있다. 연못 턱에 그대로 걸터 앉아도 좋겠고, 외부가 아닌 건물 로비 쇼파에서도 창 밖으로 보이는 작품을 안락하게 감상하기에 좋다. 작가의 바람대로다. ※김병호 작가는 올 가을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한 송광사에서 야외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처음으로 사찰 안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는 전시로 2017년 가을까지 1년 간 지속될 예정이다. 글 : 큐레이터 박소정 (www.trinityseoul.com) 사진 : 사진작가 류주항 (www.mattry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