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현대그룹, 어떤 묘안낼까
[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현대그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진행해온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이 지난달 무산된 데다 이달 들어서는 부실(不實)에 허덕이는 핵심 계열사 현대상선이 매각설에 휩싸이면서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빠진 것. 현대그룹은 영구채 발행이라는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며 위기 대응에 나섰다. 현대상선의 벌크전용선 부문을 분리한 자회사 현대벌크라인이 영구전환사채(하이브리드 CB)를 발행하는 방안이다. 발행 규모는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규모지만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영구채 조달 개념은 현대상선이 한국전력, 포스코 등과 10년, 20년씩 장기로 맺고 있는 벌크(유연탄, 철강 등) 운송물량을 담보로 한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스팟(단기운송)으로 운항하는 물량은 수익성이 낮지만 장기 벌크 물량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외터미널인 WUT(워싱턴 유나이티드 터미널), CUT(캘리포니아 유나이티드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한 유동화 작업도 이와 관련돼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물량 중 그나마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벌크 물량과 벌크선이 드나드는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한 채권 발행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그룹 매출의 70% 가량을 점하는 현대상선이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2013년 말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치열한 자구노력을 해왔다. 그동안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사업부문을 매각해 9700억원을 조달하고 물류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를 6억원에 매각했다. 컨테이너박스(1225억원), KB금융지주 지분(465억원), 신한금융지주 지분(960억원), 부산신항 장비(500억원), 부산 용당 컨테이너야드 부지(783억원), 현대오일뱅크 지분(288억원) 등 유무형 자산을 잇따라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자구실적은 3조3318억원으로 101%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현대상선의 위기는 쉽사리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의 계약해제 통보로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면서 자구노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상반기에 돌아오는 회사채는 아직도 1조4000억원대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여전히 800%를 넘는다. 현대상선 임직원들은 불황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2009년부터 6년간이나 참아왔는데 지금 해운업계 강제 구조조정 방안이 거론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지난달 말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4조2000억원의 자금 수혈안을 발표한 것과 달리 해운업계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쟁국인 중국, 일본의 경우 자국 해운사가 자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도록 정부가 해운사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줬다. COSCO, 차이나쉬핑 등 중국 해운사는 10조원 이상을 지원받았고 일본은 해운사들이 1%의 이자율로 회사채를 발행해 대형 선박을 발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국적 해운선사들은 부채비율 상한에 갇혀 100척이 넘는 선박을 헐값에 매각하는 대신 2005~2008년 높은 가격으로 선박을 용선해야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적 해운선사가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불량 고용선을 털어내고 저원가 우량선박으로 선대를 재구성하는 등 근본적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