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반도체 생산 병목 현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일부 AI 반도체 수주를 늘려가는 가운데, 인텔 역시 미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육성 정책을 등에 업고 추격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3강' 구도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다만 공정 기술과 수율, 생산능력, 첨단 패키징 경쟁력에서 TSMC의 우위가 여전히 큰 만큼 당분간 독주 체제가 흔들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인텔의 추격론이 본질적인 기술 격차 축소보다는 TSMC의 첨단 3나노(N3) 공정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는 2028년까지 경쟁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TSMC가 공정 기술과 수율, 생산능력 규모, DTCO(설계-공정 기술 공동 최적화) 생태계 등에서 경쟁사 대비 2년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는 만큼 2028~2029년 첨단 노드 시장 점유율도 9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은 추격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추론용 AI 칩 '그록(Grok)'과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인 AI5·AI6 생산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팹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지난 18일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첨단 공정 수율 개선과 테일러 공장 가동 계획, 주요 고객사 수주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도 미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육성 정책에 힘입어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애플이 미국 내 반도체 설계·생산을 위해 인텔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엔비디아와 테슬라의 인텔 협력 가능성도 언급해 온 만큼 미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TSMC가 오랜 기간 축적한 생산 경험과 높은 수율, 고객 생태계를 감안하면 단기간 내 경쟁 구도가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73%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가 7%로 뒤를 이었다.
인텔은 1% 미만의 점유율과 낮은 수율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반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파운드리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첨단 패키징과 시스템 통합, 후공정 기술 개발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고객사들의 움직임이 공급망 다변화 차원의 성격이 강한 만큼, 삼성전자와 인텔이 TSMC와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선단 공정 수율 안정화와 생산 경쟁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승부처가 단순 미세공정 경쟁에서 첨단 패키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SMC는 CoWoS·SoIC·CoPoS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을 통해 GPU당 탑재 가능한 HBM 용량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의 핵심이 GPU 출하량보다 GPU당 HBM 탑재량 증가로 이동하면서, TSMC의 우위가 더욱 공고 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파운드리 사업은 막대한 설비 투자와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한 분야라 미국 정부의 중장기적인 지원 없이는 유지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당장 TSMC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TSMC는 오랜 기간 축적한 생산 경험과 높은 수율, 고객 생태계 등에서 강점이 있어 단기간에 경쟁 구도가 바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인텔이 삼성전자에 미치는 경쟁 압력도 제한적"이라면서도 "미국의 지원이 장기화되고 향후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세가 둔화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삼성 입장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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