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만선을 바라보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 상승률은 114.81%로, '파죽지세'로 주식 시장의 신기원을 개척하고 있다. 코스피 급등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혁명이 낳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 훈풍을 타고 올 들어서만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약 54.60%)을 감안하면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70% 이상을 두 회사가 담당한 것이다. 두 회사의 실적 개선 효과만으로도 올해 코스피가 1만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코스피가 상승세가 지속 가능하려면 제2, 제3의 반도체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쏠림 심화
21일 한국거래소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5억1427만 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거래량 비중은 지난달 4.95%에서 이번 달 6.24%(3210만주)로 더 늘었다. SK하이닉스는 0.89%에서 1.04%(535만주)로 각각 확대됐다.
이는 이달 들어 두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거래 쏠림 현상이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투톱에 거래가 몰리면서 우선주 혹은 이들 종목의 지분을 보유한 대형주의 거래 비중도 덩달아 커졌다. 삼성전자 우선주인 삼성전자우의 경우 코스피 시장 내 하루 평균 거래량 비중이 지난달 0.88%에서 이달 1.14%로 커졌다. 또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의 비중은 같은 기간 각각 0.08%에서 0.11%로, 0.12%에서 0.15%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SK스퀘어도 0.15%에서 0.21%로 커졌다.
상장지수펀드(ETF)도 반도체 관련 상품의 수익률 독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19일) ETF 수익률 1위는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31.22%)가 차지했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31.13%),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29.71%), 'SOL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29.67%), 'RIS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28.25%), 'KIWOOM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27.06%)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지난달 27일 상장된 SK하이닉스 단일종목레버리지 7종이 이달 ETF 수익률 상위권에 모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나아가 SK하이닉스 단일종목레버리지를 포함해 14위까지가 모두 반도체 관련 ETF였다. 'KODEX 200롱코스닥150숏선물'(15위·18.18%)을 제외하면 21위까지 전부 반도체 관련 ETF였다.
◆'반도체 쏠림'과 양극화 극복 숙제
그러나 반도체 쏠림과 'K자형'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증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이 확연히 갈리는 증시 양극화도 심화됐다. 코스피가 사상 첫 9000선에 올라선 지난 18일 코스피 시장에서 하락 종목은 791개로, 상승 종목 109개의 7.26배에 달했다.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코스닥시장은 오히려 하락했다.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은 1.7%였지만, 반도체를 빼면 0.8%로 떨어진다. 증시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증시와 실물 경기의 괴리도 크다.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이지만 고환율과 내수 침체로 서민 경제는 겨울이다. 유가가 치솟으면서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급등했던 2022년 7월(9.2%)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함께 상승한다. 중동 전쟁 이후 소비자물가는 3월 2.2%, 4월 2.6%, 5월 3.1%로 매월 상승했다. 모두 한국은행 목표치(2%)를 웃도는 수준이다. 고유가·고환율에 이어 고물가까지 '3고'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증시 호황이 소비를 늘리고 기업 투자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작동하지 않는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명목 10% 후반 경제의 환희, 낯섦,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주가가 선반영되고 반도체 벨트가 일부 들썩이는 수준이지만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라고 짚었다. 그는 "과거에도 이런 유동성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다"며 "이번에도 예외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유튜브 채널 '삼프로티브이(TV)'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버블이라는 건 혁신의 노력을 하지 않을 때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초혁신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 인공지능(AI) 대전환, 초혁신 기술 아이템 개발, 인력 양성 등의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 이슈까지 선진화시키겠다는 비전을 정부가 제시하고 있다"며 "이런 콘텐츠적 노력이 가해진다면 시장에서 우리 주식시장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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