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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산업일반

[굴기, 중국 첨단산업-2.전기차 시장] 전기차 기업의 명(明)과 암(暗) : 살아남은 자와 사라진 자

中 전기차 구조조정 본격화, 흑자 기업은 소수
리샹·링파오 흑자 달성, 성패 가른 원가 경쟁력
헝다·바이톤 퇴장, 양산 역량 부족이 한계로
과잉 공급·가격 경쟁 속 생존 기업도 수익성 시험대

세계 경제를 제패(制覇)하겠다는 중국의 호언장담이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세계의 공장' 수준이었던 중국은 이제 가성비를 무기로 전기차에서부터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분야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메트로경제신문> 은 해외 산업 분석 전문기관인 '시드원'과 공동으로 약 10회에 걸쳐 중국의 첨단산업 분야를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기업이라고 해서 다 성공한 건 아니다. 화려한 발표와 함께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도 차 한 대 제대로 못 만들고 사라진 기업이 있는가 하면 수년째 적자를 내면서도 버티고 버텨 끝내 흑자를 낸 기업도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지난 10년은 이 두 이야기가 교차하며 쓴 역사다. 정부 보조금을 계기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은 한때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공급과잉과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승자와 패자는 빠르게 갈렸다. 결국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수많은 기업의 진입과 퇴출, 그리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흑자 전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수백 개 기업 몰렸지만…공급과잉에 구조조정 본격화

 

중국 정부가 2009년부터 보조금을 풀기 시작하자 '전기차 골드러시'가 시작됐다. 국유기업도, 부동산 재벌도, 인터넷 스타트업도 모두 달려들었다. 2019년 무렵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수백 개에 달했다.

 

업체 수가 급증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5년 3월 중국 EV100 포럼에서 산업정보화부 쑤보 전 차관은 "중국의 전기차 생산 능력이 이미 2000만 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2024년 중국 내 판매량이 1290만 대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생산설비는 수요보다 약 50% 많은 셈이다.

 

과잉 생산 능력은 완성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배터리 생산 능력도 실제 수요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이 실제 수요의 4배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도 수차례 제기됐다. 생산 능력이 늘어날수록 가격 경쟁은 심해지고 수익성은 악화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16개 전기차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퇴출됐고 약 4000개(전체의 10%) 딜러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78개 완성차 기업 가운데 월 5000대 미만을 생산하는 업체가 31개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때 중국 전기차 시장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시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규모와 기술력,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만 살아남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신흥 브랜드 가운데 흑자를 낸 첫 번째 기업은 리샹이었고 링파오가 그 뒤를 이었다. 전기차 스타트업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팔수록 손해' 구조를 벗어나는 데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시드원커뮤니케이션스

◆리샹·링파오 생존 공식…흑자 문턱 넘은 전기차 스타트업

 

리샹은 2025년 약 1123억 위안(약 25조1642억원)의 매출과 11억 위안(약 246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24년 80억 위안(약 1조7926억원)이던 순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중국 전기차 신흥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리샹의 전략은 명확했다. 순수 전기차 대신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배터리가 떨어지면 내연기관이 발전기 역할을 하는 방식)에 집중하며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를 우회했다. 장거리 이동 수요가 많은 가족 단위 소비자를 겨냥해 중대형 SUV 중심의 라인업을 구축했고 모델 수를 제한해 생산 효율을 높였다.

 

링파오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두 번째 흑자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판매량은 59만6555대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순이익은 5억4000만 위안(약 1210억원)을 기록했다. 8만~15만 위안(약 1792만~3360만원) 가격대에 집중하면서 핵심 부품의 65%를 직접 설계·생산해 원가를 낮췄다. 스텔란티스와의 협력을 통해 유럽 판매망을 확보한 것도 성장에 힘을 보탰다. 2025년 해외 수출은 6만7052대로 중국 신흥 전기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았다.

 

리샹과 링파오가 연간 흑자에 먼저 도달했다면 샤오펑과 니오는 분기 흑자를 통해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샤오펑은 아직 연간 기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2025년 4분기 순이익 3억8000만 위안(약 851억원)을 기록하며 창업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연간 판매량도 42만9445대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샤오펑의 경쟁력은 자율주행 기술이다. 폭스바겐 역시 샤오펑의 기술력에 주목해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공동 개발과 기술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니오는 2025년 연간 149억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순이익 2억8300만 위안(약 633억원)을 내며 창업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가장 큰 특징은 배터리 교환소 사업이다.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하는 서비스를 앞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2025년 말 기준 3815개의 교환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누적 투자 규모가 180억 위안에 달하는 만큼 대규모 투자 부담은 과제로 남아 있다.

 

지리그룹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도 아직 적자 상태다. 다만 분기별 적자 폭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지커는 지리그룹 공급망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시드원커뮤니케이션스

◆승자와 패자 가른 차이…가격 전쟁 속 생존 경쟁 계속

 

흑자를 낸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판매 규모, 부품 내재화, 차량 판매 이후 수익 구조로 요약된다. 업계에서는 연간 40만~50만 대 수준의 판매량을 확보해야 본격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리샹과 링파오, 샤오펑은 이 기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섰다.

 

부품 내재화 역시 중요한 요소다. 배터리와 모터,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등을 직접 개발할수록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가격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원가를 통제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시장에서 사라진 기업들은 공통된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은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전기차 사업에 진출했지만 실제 양산에 성공한 모델은 헝치5 한 종뿐이었다. 결국 모기업 부채 문제가 전기차 사업으로 번지며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BMW와 닛산 출신 인재들이 창업한 바이톤 역시 화려한 콘셉트카로 주목받았지만 양산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 아이웨이스도 유럽 시장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공급망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업을 중단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양산 능력보다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에 먼저 집중했다는 점이다. 전기차 산업은 기술 기업의 성장 전략과 제조업의 생산 역량을 동시에 요구한다. 제품 개발과 생산, 공급망 관리, 판매망 구축 가운데 하나라도 흔들리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생존 기업들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가격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6년 1분기 중국 자동차 산업 전체 영업이익률은 2.9%까지 떨어졌다. BYD조차 2025년 순이익이 전년보다 19%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고 리샹 역시 2024년 80억 위안(약 1조7895억원)이던 순이익이 2025년 11억 위안(약 2461억원)으로 줄었다. 판매량 확대만으로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국 전기차 산업은 생존 경쟁을 넘어 수익성 경쟁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0년이 누가 살아남느냐를 가리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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