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수망월(見樹望月), 견강부회(牽強附會).
나무만 바라보다 달을 놓치고, 억지로 끌어다 의미를 맞춘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말이 또 있을까.
언제부턴가 우리는 사실을 확인하기보다 의미를 만들어내는 데 익숙해졌다. 사건이 발생하면 먼저 증거를 찾기보다 의도를 찾고, 설명을 듣기보다 음모를 의심한다. 우연은 인정되지 않고, 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숨겨진 목적이 있어야 직성이 풀린다.
최근 스타벅스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상품명과 매장 디자인, 특정 숫자와 배치에서 역사적 상징을 읽어냈다. 그리고 그것이 의도된 조롱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정작 그 의도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는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의심은 사실보다 빠르게 확산됐고, 추측은 어느새 진실인 양 소비됐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말 모든 우연에는 의도가 숨어 있는가?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때로는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다.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조직과 기업, 사회와 역사 속에서는 셀 수 없는 우연과 우발성이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우연을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이야기로 엮고 싶어 한다. 이유 없는 결과보다 음모가 있는 결과를 더 쉽게 믿는다.
문제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의심은 자유지만 단정은 책임을 요구한다. 추측은 가능하지만 사실은 증명되어야 한다. 그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사회는 이성이 아닌 감정에 의해 움직인다. 증거보다 해석이 앞서고, 검증보다 분노가 앞서며, 결국 여론은 재판관이 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거대한 비극의 상당수는 사실 그 자체보다 해석의 폭주에서 시작됐다. 누군가를 악으로 규정한 뒤 증거를 찾기 시작하면 모든 것은 혐의가 되고, 모든 우연은 계획이 되며, 모든 침묵은 자백이 된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진실이다.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도시다. 그렇기에 더욱 냉정해야 한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과 현재를 왜곡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과거의 아픔을 존중하는 것과 모든 현상을 그 잣대로 재단하는 것 역시 다르다.
광주시민들이 바라는 미래는 끝없는 갈등이 아니다. 더 많은 일자리, 더 많은 투자, 더 나은 삶의 기회다. 기업이 찾아오고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기억 위에 미래를 세우는 도시가 시민들이 원하는 광주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 쉽게 분노하고,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민주사회는 의심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사실과 증거, 그리고 이성 위에서 작동한다. 우연을 음모로 만들고, 추측을 사실로 만들고, 의혹을 확신으로 만드는 순간 사회는 진실보다 선동에 가까워진다.
견수망월(見樹望月).
나무만 바라보다 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견강부회(牽強附會).
이미 정해 놓은 결론에 세상을 억지로 끼워 맞춰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다. 더 정확한 사실이다. 더 많은 분노가 아니다. 더 깊은 성찰이다.
진실은 언제나 감정보다 느리게 도착한다. 그러나 민주사회는 그 느림을 견뎌낼 때 비로소 성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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