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 개표소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인파는 눈에 띄게 늘었다.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들려 있었지만 과거 광화문 집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중장년층 중심의 풍경과는 다소 달랐다.
검은 반팔 티셔츠를 입은 20대 남성과 피켓을 든 20대 여성은 친구들과 함께 휴대전화를 보며 집회 장소를 찾고 있었다. 직장에서 막 퇴근한 듯한 30대 직장인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정치 때문에 나온 게 아니다"라며 "누굴 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를 하지 못할 뻔했다는 상황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모인 집회 현장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 문구가 적힌 피켓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 지방선거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이들의 문제의식을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 상당수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언급보다 "국민의 권리", "참정권", "공정성"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눈길을 끈 것은 참가자들의 연령대였다. 1980~1990년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이른바 586세대보다 20·30세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였다.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젊은 세대가 거리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대 대학생 B씨는 "취업 준비도 바쁘고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투표는 국민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데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물론 현장에는 보수 성향 단체 관계자들과 중장년층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정당 지지 구호보다 선거관리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렸다.
현재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일부 참가자들이 현장 경찰관에게 욕설이나 모욕적 발언을 한 사례가 발생하자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장 충돌이나 폭행이 발생할 경우 검거를 포함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집회 참가자 전체가 극단 세력이나 음모론 집단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참가자 C씨는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은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집회 참가자 전체를 같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D씨는 "과거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이야기했던 정치권이 지금 거리로 나온 젊은 세대의 문제 제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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