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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황

치솟는 금리에 ‘돈맥경화’에 내몰릴라 기업들 전전긍긍, "기업 위험 차별화될 것"

/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 기업들의 단기차입금 의존 확대와 차환 리스크를 형상화했다.

SK케미칼은 경기침체 직격타를 맞아 1분기(1∼3월) 연결기준 7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업 실적은 부진한데, 한국·중국·폴란드 등 지역별 평균 가동률은 20%대 초반을 기록하며 낮은 가동률에 따른 고정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지난달 공시한 '단기차입금 증가결정'내용을 보면 현재 단기차입금은 2770억원이다. 올해 들어 259.74% 늘어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회사의 장기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2-'으로 낮췄다. 수익성 개선 여력이 크지 않고 대규모 투자로 차입 부담이 높아졌다는 게 이유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단기 자금조달 시장과 은행 대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단기 대출은 업황이 좋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기 악화가 겹치면 차환 리스크를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기 자금에 의존하는 기업들

 

적잖은 중견 기업들이 차입금의 늪에 빠져 있다. 방산 부문 매각을 갑자기 철회한 풍산이 대표적이다. 풍산의 올해 1분기 기준 차입금 규모는 약 1조 1370억원으로 집계됐다. 차입금 규모는 2023년 7030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말 1조원을 넘겼다. 차입금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의 경우 5893억 원으로 절반을 넘는 형편이다. 장기 차입금 중 만기가 1년 이내 돌아오는 유동성 장기부채 역시 1156억 원에 달한다. 풍산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경우 3032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풍산의 방산 매각 이슈에 대해 "정황상 어느 정도 매각을 검토했다고 여겨지는 바, 경영진 신뢰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매각 가능성을 경영 리스크로 규정하고 방산 사업에 매기던 경쟁사 대비 가치할인율을 기존 20%에서 30%로 높였다.

 

국내 최대의 레미콘 사업자인 유진기업은 연결 기준 1분기 단기성 부채 총액이 8969억원이다. 이자 비용만 1분기에 149억원이 발생했다. 금융기관 차입과 사채를 합산한 총차입금은 1조4770억원에 달한다. 차입금 금리 범위는 최저 2.44%에서 최고 5.63%로 시장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 부담이 클 전망이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은 "기업들이 장기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비용 측면을 고려해 회사채 대신 CP나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 금융수단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안정성의 핵심 지표인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이 100%를 넘긴 기업 비중도 확대일로로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간판 대기업이 몰려 있는 유가증권 상장사의 1분기 부채비율 지난해 말보다 1.64%포인트 낮아졌지만, 평균 100%(108.74%)를 웃돈다. 중소기업들이 많은 코스닥 상장사는 부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이들의 1분기 말 평균 부채비율은 122.03%다. 지난해 말 보다 9.23%포인트 상승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서 단기차입금 비중이 집중적으로 증가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부실화가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중에서도 급전 리스크에 노출된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롯데그룹의 단기 빚 부담은 적지 않은 규모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롯데 주요 계열사의 1년 이내 만기가 다가오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11조원이 넘는다. 계열사별로는 롯데케미칼이 4조96억원으로 가장 컸고, 호텔롯데 2조9609억원, 롯데쇼핑 1조588억원, 롯데지주 1조6590억원 등 조 단위의 단기 부채를 안고 있다.

 

이들 외에도 여러 저신용 기업이 단기차입금 의존 확대와 낙제 수준의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 하향을 동시에 겪고 있다. CJ CGV 단기차입금은 기존 822억원에서 2622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존 장기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기업어음 1800억원을 발행하기로 한 영향이다. CJ CGV의 신용등급은 'A-' 수준이다. CJ의 지원실적 및 유사시 추가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자체 신용도에서 1노치 상향한 신용도이다. 포스코이앤씨는 1분기 단기차입금이 7678억원에 달한다. 전체차입금의 41.98%에 달한다. 매출채권 회수와 영업현금흐름 개선에도 부채비율은 171.9%를 기록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다. 지난해 말 신평사들은 신안산선 사고 등에 따른 평판리스크와 재무부담 확대 등을 이유로 포스코이앤씨의 등급 전망을 한 단계 하향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올해 초 기업들은 금리가 곧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장기 차입을 최소화하고 CP(기업어음) 등 단기 조달 비중을 늘린 게 사실"이라며 "회사채 발행을 미루고 단기 자금으로 대응한 기업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많은 기업이 단기 조달을 선택하면서 향후 차환 물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차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결국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장기 조달을 미루고 단기로 버티다 장기 대출 시기를 놓치고, 당장의 자금 조달에 치중하게 된 기업이 증가한 것이다.

 

◆금리 더 오르면 "기업별 위험 차별화"

 

비수도권에 있는 소재업체인 A사 경영진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사채와 단기 자금시장도 들여다보고 있다. 금리는 치솟는데 각 은행에서 받은 대출 만기가 매월 돌아오며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말 기업무수익여신(부실대출·부실지급보증 합산) 잔액이 5조6000억원으로 2019년 1분기(5조9047억원) 이후 7년 만에 최고를 찍으면서 금융사들이 기업대출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A사는 지난해 초 설비 투자를 위해 은행권에서만 15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대기업들은 자금 조달길이 열려있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빚 상환 걱정에 밤잠을 못이룬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는 외면받고 우량 기업에 쏠리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신용등급 AA등급 이상 우량물이 3조150억 원으로 79.9%의 비중이었으며, A등급은 16.4%, BBB등급 이하는 3.7%였다.

 

산업계 자금 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기업들의 시름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동 전쟁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글로벌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금리인상)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정화영 센터장은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 여건까지 비우호적으로 움직이면 가장 취약한 기업부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재는 레고랜드 사태처럼 전면적인 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기업별 위험은 점차 차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도 "단기차입이 늘어나면 만기 구조가 짧아지는 만큼 차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유동성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 내 조달비용이 커지고 있고 외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어 전반적인 자금조달 환경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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