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 877.5억 달러 '월간 역대 최대'… '일 평균 수출'도 사상 첫 40억 달러 돌파
1~5월 누적 무역흑자 1091억달러… 2017년 연간 952억달러 넘어서
하반기 수출 '반도체 단가·유가' 관건… 정부 "연간 1조달러 달성 가능성"
대한민국 무역 역사가 완전히 새로 쓰였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을 타고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사상 전례 없는 폭발적 성장을 기록하면서, 단 5개월 만에 역대 연간 최대 무역흑자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2026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5억 달러, 수입은 20.8% 증가한 608.0억 달러를 기록해 269.5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이로써 올해 1~5월 누적 무역흑자는 1091억 달러를 기록, 종전 연간 최대치였던 2017년의 952억 달러를 5개월 만에 조기 경신했다.
5월 수출액은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올해 3월(872억 달러), 4월(859억 달러)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3개월 연속 800억 달러를 상회했다. 반도체 수출이 169% 증가했고, 반도체 외 품목 수출도 16%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 역시 전년 대비 60.7% 증가한 42.8억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40억 달러선을 돌파했다.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와 컴퓨터 등 IT 품목이다. 5월에는 20대 주력 수출품목 중 12개 품목이 증가세를 보였다.
반도체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69.4% 급증한 371.6억 달러를 기록했다. 美·中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메모리 수요 및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결과다.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넘어섰고, 3개월 연속 3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D램 고정가격이 전년 대비 682.1%, 낸드(NAND)는 806.9% 폭등하며 단가 상승을 견인한 결과다.
반면, 모빌리티와 전통 제조업은 대외 여건으로 인해 다소 주춤했다. 자동차 수출(58.3억 달러, -5.9%)은 순수전기차(+16.0%)와 하이브리드차(+6.8%) 등 친환경차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조업일수 감소와 국내 협력사 공장 화재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물류 제약 등이 겹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반기계(38.2억 달러, -6.3%) 역시 미국의 관세 장벽과 중동 전쟁에 따른 운송 차질 비용 부담이 작용했다.
이번 실적을 두고 일각에서 반도체만 잘 나가는 '반도체 일극 체제'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부는 선을 그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와 컴퓨터를 제외한 부분이 9.5% 증가했다"며 "보통 5% 증가만 해도 굉장히 높은 수치인데 의미 있는 숫자"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K-뷰티 선호도에 힘입은 화장품(11.8억 달러, +24.2%)이 역대 5월 최고치를 경신했고, 바이오헬스(+5.2%)도 7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가는 등 유망 소비재 전반이 활황이다. 강 실장은 "(다른 품목 수출 증가는)오히려 반도체 증가라고 하는 큰 빛에 가려진 것"이라며 "반도체가 너무 잘 나가서 그렇게(수출 양극화) 보이는 부분으로 해석하면 어떨까싶다"고 덧붙였다.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수출지역 중 7개 지역 수출이 증가했다. 최대 시장인 대중국 수출은 반도체 수출이 세 자릿수(+243.2%) 폭발을 지속하고 화장품 등 소비재가 힘을 보태며 189.0억 달러(+80.9%)를 기록, 7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대미국 수출 역시 자동차 부진을 AI 인프라 품목인 반도체와 컴퓨터가 상쇄하며 역대 최대치인 159.7억 달러(+59.1%)를 달성했다. 대아세안 수출(158.5억 달러, +58.4%) 또한 주력 품목이 고르게 증가하며 전 기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물류 차질 직격탄을 맞은 대중동 수출(12.7억 달러, -7.7%)은 감소세를 보였다.
시장의 관심은 사상 첫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여부로 쏠린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이미 주요 연구기관들의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확실시된다. 강 실장은 "현 추세를 감안해 보면 산업연구원이 전망했던 9200억 불 이상, 한국은행이 제시했던 9500억 불에 거의 근접한 수치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실제로 그 이상도 가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굉장히 낙관적으로 본다면 일부 증권사에서도 말하는 1조 불 달성도 아예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하반기 수출의 변수로 유가와 반도체 가격을 꼽았다. 현재 반도체 수출은 DDR5 고정가격이 4월 35달러에서 5월 37.5달러로, 낸드(NAND) 가격이 24.16달러에서 26.57달러로 오르는 등 단가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어서다. 강 실장은 "물량의 증가보다는 가격이 견인할 거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이라도 변동이 생기면 수출 변동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유가 지속 여부, 미국의 관세 장벽 및 EU의 철강 TRQ(관세할당) 등 보호무역주의 흐름도 주요 하방 압력으로 꼽힙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은 잔존하고 있다"며 "정부는 주요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통상 리스크를 완화하고 안정적인 수출 환경 조성에 힘쓰는 한편, 핵심 수입 원자재의 안정적인 도입 및 공급망 점검을 통해 기업의 생산과 수출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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