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시원 규제를 완화해 사실상 원룸형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난과 월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도심 내 초소형 주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조치다.
29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되는 고시원의 시설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개별실 내 욕조 설치 금지 규정이다. 현재 고시원은 건축법상 주택이 아닌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독립적인 주거 기능 확대를 막기 위해 욕조 설치가 제한돼 왔다.
해당 규정은 2015년 강화됐다. 당시 정부는 고시원이 사실상 원룸처럼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기준을 손질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거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과 월세가 빠르게 오르면서 고시원이 단순 숙박시설이 아닌 현실적인 주거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3.47%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의 약 6배 수준에 달한다. 같은 기간 월세 역시 2.39% 상승하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증금 부담이 적고 교통이 편리한 도심 고시원을 찾는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고시원 거주도 흔한 풍경이 됐다. 대학가 인근 고시원에는 한국어를 배우거나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베트남·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 등 SNS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 고시원 생활을 직접 체험하는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좁은 공간에 침대와 책상, 개인 화장실이 모두 갖춰진 한국식 고시원이 독특한 주거 문화로 소개되면서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일부 외국인 유튜버들은 "서울에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집", "한국 대학생들이 사는 공간" 등의 제목으로 고시원 체험 영상을 올리며 수십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이러한 현실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부는 고시원이 이미 상당수 1인 가구와 사회초년생, 외국인 유학생들의 생활 공간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규제 완화가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요청이 있었던 사안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논의 단계이며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고시원이 기존의 단순 숙박시설 이미지를 넘어 도심형 초소형 주거시설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급등한 전세와 월세 속에서 정부가 고시원을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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