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당분간 인플레 압력 완화 초점”
고환율 장기화에 물가전가 우려
5월 첫 금통위 인하론 후퇴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가 신현송 총재에게 '물가의 시간'이란 숙제를 남겼다. 4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이 고환율과 유가 상승, 기대인플레이션 관리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신 총재의 첫 금통위는 금리 인하보다 물가·환율 안정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공개된 2026년도 제7차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통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모든 위원은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 금리 인하보다 물가 먼저
이번 의사록의 핵심은 동결 결정 자체보다 금통위원들의 내부 판단이다. 의사록 곳곳에서는 물가에 대한 경계감이 확인됐다.
한 금통위원은 "한은의 최우선 책무가 물가안정"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공급측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현재는 물가에 대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물가 전망을 보다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다시 물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 위원은 "그동안 통화정책이 성장과 금융안정이라는 고려 요인 속에서 지난해 전반기까지는 경기 회복에, 이후 올해 초까지는 금융안정에 중점을 둬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당분간은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 초점을 맞춰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신 총재 체제의 첫 금통위가 금리 인하 시점을 논의하는 회의라기보다 물가와 환율, 기대인플레이션의 흐름을 재점검하는 회의가 될 가능성을 키운다. 4월 의사록에 드러난 내부 기류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보다 공급충격의 지속성, 환율 변동성, 물가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같은 논의는 최근 거시지표 흐름과 맞물려 금리 인하론을 더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7% 성장해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한은이 경기 부양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서둘러 낮출 명분은 약해졌다.
반면 소비자심리는 기준선을 밑돌았고, 기업심리는 일부 반등했지만 경제심리지수는 하락했다. 환율 변동성까지 이어지면서 통화정책 판단은 더 복잡해졌다.
◆ 고환율 장기화에 물가전가 우려
고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주요 쟁점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유가와 환율 상승이 석유류 가격 등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시차는 1개월 정도에 불과해 직접효과는 거의 즉각 반영된다. 반면 생산·유통비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근원물가 전이효과는 통상 6개월 이후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 중요한 것은 환율의 가격전가 효과다. 과거 사례만 놓고 보면 환율은 높은 변동성 때문에 가격전가 효과가 낮은 편이었다. 다만 지금은 고환율 상황이 과거보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만큼 환율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효과가 이전과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환율이 단순한 외환시장 변수가 아니라 물가 전망과 통화정책 경로를 흔드는 변수로 올라선 셈이다.
금통위원들은 기대인플레이션 관리도 강조했다. 의사록에서는 일부 물가지표의 일시적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물가 상승이 특이요인에 의한 일시적 상승이더라도 그 배경을 일반에 정확히 알려야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제시됐다.
시장 입장에서는 오는 5월 신 총재의 첫 금통위 메시지가 중요해졌다. 4월 의사록은 이창용 체제의 마지막 정책 판단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물가·환율 경계감은 신현송 체제의 출발점이다.
특히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약화되고 원화 약세가 물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만큼 한은의 정책 메시지도 당분간 신중론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다음 달 28일 신 총재 취임 이후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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