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3강, 가능성 꽤 높다… 기존 산업에 AI 들어가야 경쟁력 있어"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한국형 인공지능(AI)를 만들어야 한다고 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주장해 왔다. 그렇다면 왜 한국형 AI를 독자 개발해야 하는걸까. 하 수석은 그 이유에 대해 "우리 스스로 AI를 만드는 능력이 없으면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기 같은 인프라를 해외에 의존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기술 경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산 AI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무역장벽'이 생기고, 안보상 문제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메트로경제신문> 등 12개 매체는 지난 8일 청와대 인근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하GPT', 하 수석과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인터뷰는 과학의 날(4월21일)을 맞아 AI 정책의 방향성과 성과에 대해 다루기 위해 이뤄졌다. 메트로경제신문>
◆스스로 AI 만들 수 없으면 국가 안보·무역장벽 문제 생길 수 있어
하정우 수석은 '독자 AI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한국형 AI)'을 개발했을 때 국민들이 써야 할 이유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단 국민들이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게 첫 번째"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제안보 측면의 이유로 ▲데이터 유출로 인한 국가 안보 위협 ▲AI 구독료의 무역장벽화 등을 꼽았다. 하 수석은 "지금 우리가 오픈 AI의 챗GPT,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같은 것들을 간접적으로 접근해서 활용을 하지 않나. 모든 데이터가 서버나 데이터 센터가 있는 국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입력 내용이 개인정보일 수도 있고, 공공에서 쓰면 공공의 비밀문서가 될 테고, 국방이라면 국방의 1급비밀도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의 AI가 없다면 국가 안보 관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가격 기준이 (낮게) 책정돼 있지만, 나중에 가격을 높이거나 낮추거나 하고, 국가별 가격 정책을 하는 등 '무역장벽'처럼 될 수 있다"며 "지금도 벌써 AI 없이 일하기 힘든 상황인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업무에 도입되거나 로봇에 탑재돼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시대가 왔을 때 가격 정책을 바꾸거나 활용 범위를 제한하면 큰일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그러면 우리가 스스로 통제하거나 자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역량을 키워야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수석은 '오픈소스를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에 대해서는 "지금이야 공짜로 풀지만, 마음이 바뀌면 안 팔면 되는 것 아니냐. 가격을 받기 시작할 수도 있다"며 "실제로 메타가 '라마(Llama)'에 대해 가격 구분 정책을 한다"고 반박했다.
하 수석은 "소스 코드 라이선스 정책은 항상 그 이전의 프로젝트 라이선스 정책에 종속된다. 하지만 모델에 대한 라이선스 정책은 매번 바뀐다. 모델은 소스 코드로 실행하지만, 데이터로 만들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라마1과 라마2 라이선스가 다르다. 라마2, 라마3이 다르다. 언제든지 '수 틀리면' 바꿔버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하 수석이 예시로 든 메타의 오픈소스 AI모델 라마는 '오픈소스는 영구적으로 자유롭다'는 전제가 깨진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메타는 라마의 특정 버전부터 용도별로 별도 계약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라마1은 연구용으로만 공개해 상업적 이용이 불가능했으며, 라마2부터는 상업적 이용을 허용했지만, 월간 사용자 수(MAU)가 7억명을 돌파하면 별도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별도 계약 조건이 있다고 한다.
하 수석은 "어느 버전부터 '국방 용도로 사용하지 마세요. 그러려면 우리에게 따로 연락하세요. 돈 많이 들 겁니다'라고 얘기를 한다고 가정해보자"면서 "우리가 스스로 AI를 만드는 능력이 없다면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전기 같은 인프라를 해외에 의존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소버린 AI는 척화비가 아니라 '주도권' 문제
또한 하정우 수석은 '한국형 AI'는 고립이 아니라 주도권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소버린 AI 전략이라는 게 과거 척화비를 세운 것처럼 '우리끼리 전부 다 한다'는 게 아니다. 그건 미국도 못한다"면서 "희토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들려면 메모리가 있어야 하는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없으면 메모리를 확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AI 산업에서는 전력부터, AI 제작, 그리고 활용까지 모든 국가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의 역량을 얼마나 키워놓을 것이냐는 의미다. 전력·메모리·AI반도체·데이터센터·클라우드 AI를 만드는 기술 등 모든 것이 다른 나라에 종속되면 공급망 우려가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영역이나 공공 영역에서 과하게 의존하면,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이라며 "많은 분야에서 우리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우고, 우리가 부족한 부분은 다른 나라와 협력을 통해 우리의 능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 그리고 이 협력 관계에서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주도권을 갖는 것이 자율 전략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GPU 26만장 확보가 가장 의미있어… 인재 유출도 막을 수 있다
AI 독자 개발, 연구에 가장 필요한 것은 GPU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는 GPU 26만장을 엔비디아로부터 확보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하 수석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10개월 간 가장 의미있는 성과로 "당연히 GPU 26만장 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GPU 없이는 연구·개발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 수석이 민간 기업에서 근무할 때도 AI 업계에서 연구·개발을 하는 종사자들은 GPU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고 한다. 대학과 스타트업뿐 아니라 기업 연구소까지 GPU가 없어 연구·개발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이었다.
하 수석은 "왜 우리나라는 GPU에 투자를 안 하냐는 게 (제가) 항상 듣던 이야기였고, 심지어 저도 (민간 기업에서 근무할 때) 얘기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PU를 국가차원에서 대규모로 확보한 것을 고속도로 구축에 비유했다. 과거 우리나라가 고속도로를 만들고, 그 고속도로가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을 준 것처럼, GPU 확보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하 수석은 "3월에 대학과 스타트업에 GPU 4000장 보급이 끝났고, 그다음에 4월엔 3000장을 스타트업 중심으로 보급한다. 또 추가로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민간 기업에게 보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스타트업과 학교에 GPU를 제공했더니 스타트업 대표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에 32장 받았는데 너무 좋다' '이 GPU 덕분에 해보지 못했던 걸 할 수 있게 돼서 제대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글이 꽤 많이 올라왔다"며 "교수들도 '많이 힘들었는데 GPU를 지원받게 되서 실험을 훨씬 더 많이 해볼 수 있게 됐다' '굉장히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더라. 아주 보람을 느끼는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GPU 확보는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인재 유출을 막는 직접적인 사유도 될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신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인력 유출과 관련해 발표를 했는데, 여기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해외로 나가는 이유로 '처우 차이'가 1위, 'GPU가 없어서'가 2위였다고 한다.
하 수석은 "만약에 GPU가 조금 더 많이 확보돼서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처우 차이가 크지 않으면 남는다'가 60%였다"며 "그래서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이 GPU 확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GPU는 26만장에서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하 수석은 "정확한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수요를 기반으로 예측해서 진행해야 되기 때문"이라며 "다만 지금보다는 많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고, 그 수요에 대해 기획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1만3000장이 들어온 바 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과학 AI 용도로 9000장, 올해 본예산으로 하반기에 1만5000장이 확보되고 그 이후 2만5000장이 또 잡혀 있기 때문에 올해까지 5만2000장이 계획돼 있다고 하 수석은 전했다.
◆AI 3강, 가능성 꽤 높다… 3위 그룹의 리더 위치부터 유지해야
한편 하정우 수석은 이재명 정부의 'AI 3강' 전략에 대해 "가능성이 꽤 높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미국, 중국 다음으로) 3위 그룹이라 하면 프랑스, 싱가포르, 영국, 한국, UAE(아랍에미리트) 정도 되는 것 같다. 크게는 이 그룹의 리더 위치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며 "그러면서 중국, 미국과 격차가 많이 줄어들도록 정부가 거의 '올인'에 가깝게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AI 경쟁력이 없으면 국가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 그 다음 정부도 꾸준히 제도적으로나 예산적, 사업 관점에서 투자할 것이며, 그 위치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수석은 "지금의 반도체 성장을 이끈 건 AI"라며 AI는 이제 개별 산업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AI 활성화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다. 그는 "AI는 개별 산업으로 정의하기 힘들다. 개별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을 넘어서서 모든 산업에 다 들어가지 않느냐"며 "우리가 기존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 철강 이런 분야에 AI가 들어가야 다른 나라의 비슷한 산업 분야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AI 전환을 통해서 우리가 경쟁력이 더 높아지면 해당 산업도 성장하지만, 사실은 그게 AI 산업의 성장과도 바로 연결된다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AI는 개별 산업이라기보다는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이제는 기술이라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일종의 인프라 개념으로 봐야 된다"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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