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스페인 토레스
유럽 와인으로는 가성비 혹은 강렬한 햇살의 맛. 더 나가봐야 템프라니요와 가르나차 등 토착품종일까. 다름 아닌 스페인 와인에 대한 편견이다.
스페인 와인이 갇혀있던 이런 틀을 깬 와인이 바로 토레스의 '마스 라 플라나'다. 토착 품종이 아닌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전세계의 인정을 받으며 스페인이라는 와인 산지의 잠재력을 증명해냈다.
스페인 와이너리 파밀리아 토레스에서 R&D 디렉터를 맡고 있는 미레이아 토레스 마차세크(Mireia Torres Maczassek·사진)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스 라 플라나는 토레스의 철학이 담긴 와인이자 토레스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하는 와인"이라며 "가장 뛰어난 포도만 선별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농법까지 지속적으로 품질 향상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토레스는 1870년에 페네데스 지역에 세워진 와이너리다. 150년에 걸쳐 스페이 와인의 위상을 끌어올렸으며, 미레이아가 5세대다.
미레이아는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며, 스스로 최고라고 여기지 않고 늘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그것이 우리의 원칙이자 마스 나 플라자를 양조하는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와인으로는 전설을 쓴 '마스 라 플라나'부터 만나본다. 1979년 와인 파리 올림피아드에서 보르도 그랑크뤼 샤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그 와인이다.
사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미레이라의 아버지인 미구엘 A. 토레스(Miguel A. Torres)가 볼때는 토레스 포도밭의 충적토가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이 자라기에 이상적이었지만 선친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지금이야 싱글 빈야드 개념이 자리를 잡았지만 마스 라 플라나가 처음 출시된 1970년 당시만 해도 단일 포도밭으로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복합적인 풍미와 뛰어난 숙성력으로 토레스는 물론 스페인 와인의 위상을 바꿔놓으면서 결국 선친에게도 인정을 받게 됐고, 이제는 토레스의 대표 와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스 라 플라나 2019 빈티지는 잘 익은 과실 풍미에 타닌은 세련됐고, 흙내음과 미네랄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마스 라 플라나가 혁신이라면 '그란 무라예스'는 전통의 복원이다. 고대 품종 복원 프로젝트에서 시작됐으니 말이다.
토레스는 1980년대 중반 지역 일간지에 이렇게 광고를 냈다. "어떤 품종인지 모르는 오래된 포도밭이나 방치된 포도나무가 있다면 우리에게 알려달라." 제보를 받으면 현장으로 달려가 분석 작업을 거쳐 멸종한 토착 품종인지 확인했다. 미레이라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 피레네, 가루 등 카탈루냐 토착 품종을 복원해 와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란 무라예스는 카리냥과 가르나차, 모나스트렐과 함께 복원된 토착 품종인 가로, 케로를 같이 블렌딩했다. 복합적인 아로마와 풍미에서 각각의 역할을 꼬집어 내보면 이렇다. 카리냥이 검은 과실의 향과 구조감을 줬다면 가르나차는 붉은 과실의 풍미다. 모나스트렐로 좋은 산도가 잘 발현됐도록 했고, 가로는 향신료향을 더했다.
'퍼페츄얼'은 100년의 시간이 농축된 와인이다. 80~100년 수령의 올드 바인으로 양조했다. 한 그루에서 나오는 포도 자체가 극히 적은데다 세밀한 선별과정까지 거친다. 신선한 과실향과 좋은 산도로 꽤 높은 알콜 도수가 잘 느껴지지 않으며, 부드러운 타닌으로 우아함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밀만다'는 1980년부터 생산한 화이트 와인이다. 샤도네이 100%로 따뜻했던 빈티지답게 입안에서는 불륨감 느껴지고, 여운은 길게 이어진다. 지금 먹기도 좋지만 20년 안팎까지 숙성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음식과의 궁합도 좋다.
밀만다 2021는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수와 함께 했다. 생동감 있는 산도로 올려진 청어와도 잘울린다. 그란 무라예스 2020와는 익힌 생선과 꼬막, 그리고 봄 제철을 맞은 두릅이다. 퍼페추얼 2019는 장어구이, 무게감있는 마스라 플라나 2019와는 한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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