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불·1500원' 수치의 동반 위협
원유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통상의 상단을 뚫고 동시에 고공 행진을 지속 중이다. 쉽게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주일미군 해병의 페르시아만 이동, 백악관의 주요국 대상 군함파견 요구 등으로 전개되면서 이른 휴·종전의 길이 요원해 보이는 탓이다.
국제유가와 환율의 동반 오름세는 국내 경기의 위축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두 지표의 급등 상태가 지속될 시 물가 등 실물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원화가치 하락에 의한 수입원재료 가격의 상승은 국내 생산자 물가를 끌어올린다. 이는 식품가격 급등을 부른다. 또 원유 시세와 주로 연동돼 움직이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 역시 제조업계 전반에 생산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
17일 기준 미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93.6원에 주간(晝間)거래를 마쳤고, 미서부텍사스산원유와 북해산브렌트유, 중동산두바이유는 배럴당 95~130달러에서 거래됐다.
원유 값이 상승하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잇따라 오른다. 석 달쯤 뒤에는 소비자물가가 전반적으로 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중동전이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에 인플레 압력 관련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 사례는 외부 변수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국제유가가 폭등했고, 당시 3% 중반을 보이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그해 6월 들어 6%를 넘어섰다.
우선 석유류(39.6%) 가격이 치솟았고 외식(10.4%)과 가공식품(7.9%), 농축수산물(4.8%) 등의 먹거리 가격 상승세도 뒤를 이었다. 또 국제항공료(21.4%), 전기료(11.0%), 도시가스(11.0%) 등도 크게 뛰었다.
문제는 이번 상황의 경우 국제유가뿐 아니라 환율까지 급등했기 때문에 물가상승 압력은 더 거셀 것이란 게 중론이다.
수입물가를 비롯해 물류비용, 기업 생산비용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1970년대 석유파동 때와 같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직후 국채금리가 0.2~0.3%포인트(p) 올랐다. 국내 물가상승 관측이 채권시장 지표에 반영된 것이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의 김광석 경제연구실장은 "유가 상승은 굉장히 치명적이다. 주유비 상승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그는 "원유 공급에 차질이 있게 되면 식료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며 "전력난도 생길 수 있다. 경제 전체에 마비가 생기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 유가가 75%가량 상승했는데도 41년 만에 고물가 현상이 나왔다"며 "올해는 유가가 (우크라이나전)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서 시작해서 그것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통 물가와 경기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석유파동과 같은 심각한 공급 충격 상태에서는 기업의 생산비용 상승으로 물가는 오르고 소비·투자 여력은 위축되면서 경기도 침체에 빠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도 있다.
주요 경제연구기관은 중동 사태가 1개월 이상 지속될 시 경기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펴낸 '미-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 달 내에 끝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4%p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0.1%p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해협 봉쇄가 수개월간 지속되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오르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물가상승률이 1.1%p 상승하고 성장률은 0.3p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가 급등에 GDP(국내총생산) 증가세 둔화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고 유가가 150달러 선까지 오르는 '오일쇼크 시나리오'에서는 물가상승은 2.9%p까지 폭등하고 성장률이 0.8%p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GDP 제자리 혹은 역성장도 감내해야 하는 시나리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상황이 한 달 안에 끝난다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갈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경기 회복세가 공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상승이 내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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