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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의 세상 이야기] 제사와 차례 그리고 성묘의 차이

/전형일 전 언론인(명리학자, 철학박사)

제사(祭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인간의 보편적인 신앙이자 풍습이다. 그 대상은 토템을 포함한 천지의 신과 조상들이었다.

 

따라서 제사는 유가(儒家)로부터 비롯된 것도 전유물도 아니다. 그럼에도 제사는 유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람을 다스리는 도(道)에서 예(禮)가 필요하다. 예에는 오경(五經)이 있는데, 제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예기')

 

유(儒)의 어원 자체가 '사람(人)이 비(雨)를 구하는(需) 것'으로 이는 무당을 뜻한다. 이들은 주나라부터 왕실 족보를 체계화하고 제례를 관장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현재 제사는 크게 기제사(忌祭祀)와 차례(茶禮), 그리고 흔히 성묘(省墓)라 부르는 묘제(墓祭) 등 세 가지가 있다. 이는 모두 조상을 추모한다는 의미는 같으나 그 기원과 형식에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일반적인 제사인 기제사는 해마다 조상님이 돌아가신 날 특정한 분을 기리는 의례다. 시간은 돌아가신 날 가장 이른 시간(子時, 23시 30분∼01시 30분)에 지내는 것이 전통적 관행이다. 형식도 길고 복잡하다.

 

제사의 '제(祭)'는 고기 육(肉)과 보일 시(示)가 결합한 글자로, 사육제(謝肉祭)가 변형됐다고 할 정도로 고기는 물론 밥과 국, 생선과 전, 과일 등 많은 음식이 올라간다. 이처럼 제사 음식이 푸짐한 것은 많은 참석자들의 식사까지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차례는 술을 금지하는 불교의 영향으로 특정한 사람이 아닌 특정한 날(설, 추석) 오전에 조상님께 드리는 집안의 통합 의례다. 음식도 명절의 특식인 떡국이나 송편을 올리고 제철 과일과 채소 위주의 소제(菜祭)로 검소하다. 과정도 제사는 술을 세 번 올리고 반드시 축문(祝文)을 읽는 삼헌독축(三獻讀祝)이나 차례는 축문 없이 술을 사용해도 한 번만 올리는 등 간소하다.

유교에는 명절 제사가 없다. 따라서 차례는 후손이 모여 조상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명절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성묘는 순전히 토속신앙에서 출발했다. 유가는 신주(神主)라 불리는 위패(位牌)에 제사를 지내고 불교는 화장을 권하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가야 사람들은 수로왕릉 옆에 사당을 짓고 일 년에 네 차례 제사를 지냈다. 이것이 지금까지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의 묘제로 이어지고 있다.

성묘는 중국에도 없는 풍속으로 주자도 집안에 조상의 사당인 가묘(家廟)의 제례는 자세히 규정했으나 무덤의 제례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은 무덤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당시 전체 송사(訟事)에서 묘지 소송(山訟)이 무려 80%를 차지 했다고 한다. 유교권 국가 중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하지만 당시 유학자들도 묘제의 간소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퇴계 이황은 '묘제가 예법에 없다'고 했고, 율곡 이이도 '일 년에 네 차례 묘제는 너무 많다'고 했다. 심지어 성호 이익은 성묘는 '일년에 두 차례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성묘 제사는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조상을 잘 모시기 위함이지만, 무덤을 잘 쓰면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풍수지리학의 영향으로 기복신앙과 연결이 된다. 퇴계도 "예법에 없어도 풍습에 따라 성묘하고 제사 지내는 건 좋지만, 복을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명분은 조상 공경이지만 속내는 다른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처럼 우리 제례도 모든 문화처럼 관습에 유교, 불교 최근에는 서양 종교까지 혼합되면서 발전해 왔다. 예법에 '시대 흐름에 적합한 예'라는 '시례'(時禮)'가 있다. 제례도 근본정신은 기억하되 시대와 세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생사(生死) 중 생일은 1년에 한 번 하는데 제사는 1년에 몇 번이나 지낸다. 요즘은 생일잔치도 꼭 그날 아니고 여러 명 합동으로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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