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선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의 핵심인 사용자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를 두고 극심한 노사 갈등을 조장해 결국엔 기업 운영과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원청의 경영사항에 대해서도 파업이 가능하게 돼 기업 운영 부담이 늘어나고 해외 기업의 철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결국 치명적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범위 확대로 원청 부담 증가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던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확대했다.
이로써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는데, 원청인 대기업과 1·2차 협력업체 등으로 수직 계열화 돼 있는 한국 제조업의 특성상 수많은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 빈도는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어, 원청 A사는 협력업체 B사와 단가 협상을 체결했음에도, B사의 노동조합이 고용안정 등을 이유로 A사에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기아에 직접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들 중 중소·중견기업이 237개에 달하고 2·3차 협력사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 수가 5000여개로 더 늘어나는 가운데,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따른 기업 운영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차진아 교수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의뢰한 '노조법 개정안 위헌성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사용자 범위 확대를 두고 "사전에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사용자들이 노조법상 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또한, 사용자 범위 확대로 하청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이 가능해져 하청사용자의 독립성과 경영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노사관계 질서가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고도의 인사·경영 결정에 파업 우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등으로 확대했다. 기업의 경영상 결정인 구조조정, M&A(인수합병), 설비변경, 신설 법인 수립과 해고자 복직 등 인사 결정 등에도 노조가 파업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르는 이유다.
재계는 하청 노조 등의 빈번한 파업 등으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노동 규제가 덜한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길 유인이 크고, 국내 시설 투자를 고려하는 해외 기업에도 부정적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조의 불법 파업 등으로 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해 해당 기업이 개별 노조원 별로 행위를 입증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의 불법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정부, 부정적 영향 최소화 '자신'
노란봉투법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제조 기업들의 투자처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대통령실과 정부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며 자신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란봉투법 하면 기업들이 다 해외로 갈 것인가.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확언했다.
김 정책실장은 "현행 법률하에서는 원청이 하청 노조의 대화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며 "그래서 하청 노조가 불법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청 대기업이 중소협력업체와 동반 성장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의 생존기반 약화를 초래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제한된다"며 노란봉투법을 지지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경영계 우려가 과도하다면서 법 시행 준비기간 6개월 동안 노사 의견을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주요 쟁점과 우려 사항을 파악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질의답변 자료를 통해 "노조법 2·3조는 실질적인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해 교섭질서를 바로 세움으로써 대화를 촉진하고 분쟁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원청이 1년 365일 내내 수십, 수백개의 하청기업과 교섭한다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위원회, 법원에서 제시되는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기준 등을 바탕으로 전문가 논의, 현장의견 수렴 등을 통해 판단기준, 교섭절차 등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도 지난 20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만나 "법 개정 후 경영계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상시적인 현장지원단 TF를 운영해 현장 목소리와 상황을 꼼꼼하게 살피겠다"면서 "구체적인 매뉴얼 및 지침을 마련해 현장의 우려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특히 원·하청 교섭 과정에서 조정 지원을 강화해 하청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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