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경기 침체 장기화에 M&A 협상 장기화 땐 성사 가능성 낮아져
식음료(F&B) 업계, 특히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매각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몸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매각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원매자와 매도자의 눈높이 차이가 커 거래 성사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대표적인 매물은 패스트푸드다. KFC는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가 지난 4월 매각 주관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며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매각가는 약 4000억 원으로 거론되는데, 이는 오케스트라PE가 2023년 KG그룹으로부터 인수할 당시 금액보다 약 4배 높다.
버거킹도 2021년부터 매각이 추진됐지만 3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운영사 비케이알(BKR)의 예상 매각가는 약 8000억 원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와 내수 부진으로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화갤러리아가 들여온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역시 한국 진출 2년 반 만에 매물로 나왔다. 강남 1호점 오픈부터 7월 말 기준 8호점(용산)까지 외연을 확장해왔다. 파이브가이즈는 2023년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국내 도입 과정부터 사업권 계약까지 모든 절차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파이브가이즈 운영사인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는 2023년 5~12월 매출 99억 원, 2024년에는 매출 46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023년에는 각각 13억 원 적자였으나 2024년에는 영업이익 33억 원, 당기순이익 18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호실적에도 한화갤러리아가 2년 만에 파이브가이즈 사업권을 매각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본사에 내는 수수료 부담이 꼽힌다.
치킨·다이닝 프랜차이즈도 매각 대열에 합류했다. 이랜드이츠는 '리미니', '테루', '반궁', '스테이크어스' 등 9개 비주력 브랜드를 정리하고 핵심 브랜드인 애슐리·자연별곡·피자몰에 집중하기로 했다.
치킨 브랜드 노랑통닭은 필리핀 졸리비푸즈와 가격 협상을 놓고 매각 불발 위기에 놓였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졸리비푸즈 연합은 최근 노랑통닭 운영사 노랑푸드의 매도인인 큐캐피탈파트너스·코스톤아시아 측에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앞서 매도 측은 지난 6월 해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이달 중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추진해왔다.
거래 대상은 노랑푸드 지분 100%였으며, 시장에서는 매각가가 1000억 원 중반대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실사 과정에서 졸리비 측이 "가격이 과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선협상 지위가 유지되는 동안 통상 2~3개월의 협상 기간이 주어지는 만큼 가격 조정 등을 통해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거대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단시간에 거래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F&B 산업 특성상 유행 주기가 짧고 충성도가 낮아 고가 매입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맹사업법 개정안 발의로 본사의 비용 분담 의무, 재료 가격 공개 의무 등이 강화될 경우 투자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맘스터치는 매각 시도가 무산된 대표 사례다. 케이엘앤파트너스는 2022년 맘스터치를 1조 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원매자와의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 맘스터치는 해외 확장으로 방향을 틀고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일본·몽골·태국·라오스 등 현지 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며 매장을 늘려,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성공 엑시트'를 노리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려는 매도자와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원매자 간 줄다리기가 길어질수록 상품성이 떨어져 거래 성사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고물가·저성장 시대에 프랜차이즈 매각은 더 까다로운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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