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두고 '전한길 대회'라는 조롱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한 정당의 지도부를 뽑는 행사를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 싶지만, 투표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1일 현재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야당의 태도가 강경해지는 건 필연적이다. 잘잘못을 떠나, 혹은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중앙당사 압수수색은 정권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계기니까. '김건희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가 불러온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처음부터 '순한 맛'이었나 생각해보자. 당권 주자를 '탄핵 반대'와 '탄핵 찬성'으로 갈라놓는 구도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내란으로 파면된 대통령을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에 따라 당대표 후보를 고르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더구나 그 파면된 대통령은 이 당 소속도 아니지 않은가.
소위 '반탄파(탄핵 반대파)' 주자들이 야당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기 시작한 것도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이었다. 여론조사는 조사 방식·시점·표본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탄파 후보들이 꾸준히 우위를 점한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철저히 유리된 채 흘러간 것이다.
이제는 반탄파 주자들이 입당한 지 두 달 남짓 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의 손가락을 바라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는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후보를 두고 '배신자'라고 연호하도록 선동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를 우발적 행동이라며 '경고'라는 경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심지어 한 당대표 후보는 당 쇄신을 외치는 당원들을 향해 "부끄러운 짓"이라며 손가락질했다. 일부에선 "히틀러의 연설을 보는 것 같았다",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냐"는 한탄까지 나왔다. 결국 전씨는 특정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투표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의 지지 표명은 선거에 영향을 주겠다는 의도다. 이러면 '전당대회냐, 전한길 대회냐'는 조롱에 반박할 말을 찾기 더욱 어렵다.
만약 22일 전당대회 결과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이 당은 어디로 향할까.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정부·여당도 긴장한다. 그러나 야당의 상황이 이런 탓에 이들이 아무리 강경한 대여 투쟁을 해도 반향이 없다.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말이 결코 괜한 소리가 아니다. 그래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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