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진상조사 착수…한수원 사장 "정당하다 생각할 수 없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이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1기당 1조원대 일감·로열티 제공' 조건을 수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계약에는 향후 50년간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하는 차세대 원전·SMR(소형모듈원전)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불공정 합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원전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전은 지난 1월 웨스팅하우스와 글로벌 합의문을 체결,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약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을 제공하고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합의에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원전을 수출할 경우에도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기술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사실상 한국 원전 수출이 웨스팅하우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를 고착화한 셈이다.
이는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지역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총 26조원 규모)에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지식재산권 분쟁을 무마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한수원 APR1400 원전에 자사 원천기술이 포함됐다며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 수준은 저희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밝혔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100% 기술 자립을 달성했다 홍보해놓고, 결국 로열티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황 사장은 "그런 오해가 생기게 홍보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실상 기존 홍보 전략의 문제를 인정했다
대통령실도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관련 보도의 진상을 파악해 보고하라"며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국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공공기관인 한수원·한전이 법과 규정, 원칙을 준수했는지 여부까지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26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다소 불리한 조건이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실리론을 제기한다. 반면 "향후 50년간 한국 독자 원전 기술 수출의 족쇄가 될 수 있다"며 계약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임 윤석열 정부가 원전 수출 성과를 조급하게 내세우려다 '밑지는 장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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