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MASGA 프로젝트 수혜 기대에 미국 진출 가속화
관세율 15% 타결…1500억 달러 펀드에 조선사 주가 ‘탄력’
한화오션·HD현대 등 대미 투자 본격화…업계 “수주 현실화 신호”
6월 말부터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국내 조선업이, 미국발 수혜 기대에 힘입어 다시 상승 흐름에 올라섰다. 한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주가가 'MASGA(마스가·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기대감에 일제히 반등하며, 조선업 전반에 모처럼 강한 탄력이 붙고 있다는 평가다.
한 달 사이 주요 조선사 주가는 평균 30% 넘게 급등했고, 종목별로는 최대 57% 가까이 상승했다. 단순한 기술 반등이 아니라, 미국 시장 진출과 대규모 수주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5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달 말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총 3500억 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약 140조원)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약속했다. 이 가운데 조선업에만 1500억 달러(약 209조원)가 배정되면서, 이번 협상은 사실상 '조선업 중심 패키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제안한 MASGA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하는 협력 프로젝트로, 조선소 신설,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자율운항 기술 이전, 현지 인력 양성까지 폭넓은 협력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MASGA 펀드의 활용방안과 실행 로드맵을 조율하고 있으며, 업계 전반의 대미 전략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거점으로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을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HD현대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공동 건조에 착수하며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미국 현지 조선소와의 협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주가도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5일 오후 2시 43분 기준 한화오션은 한 달 사이 57.1% 급등하며 11만6100원을 기록했고, HJ중공업은 39.2% 오른 1만22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13.8%, 21.5% 상승세를 나타냈다. 방산·조선 부문의 호조로 한화그룹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77조원 넘게 늘어나며 코스피 시총 상승분의 12.9%를 견인했다.
NH투자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의 무역 압박 전략"이라며 "MASGA 프로젝트는 사실상 미국에 더 많은 자본과 일자리를 끌어들이는 협상 구조지만, 조선업계 입장에선 수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라고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이번 합의로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국 시장 내에서 현지화를 추진할 여지가 생겼으며,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내 입지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담 요인도 있다. 기존 한미 FTA 체계에서 0%였던 관세율이 15%로 상승하면서 자동차, 배터리 등 일부 품목에서는 가격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대미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반면, 대중 수출 정체와 맞물리며 무역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중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국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율로 타결될 경우, 중국과의 가격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관세율 자체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미국 내 정치·외교 상황에 따라 트럼프 정부가 재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이번 MASGA 프로젝트를 단순한 정책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기회로 보고 있다. 조선업의 미국 진출은 과거에도 수차례 논의됐지만, 이처럼 양국 정부가 협력 프로젝트에 자금을 명확히 배정하고 조선업 중심으로 외교·무역 패키지를 구성한 사례는 드물다.
변웅진 iM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한국이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돕는 구조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상선 및 군함 발주를 한국 기업이 수주하는 방식으로 보답받을 것"이라며 "한화오션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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