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기 재계 총수 및 경제 6단체장과 만남에서 불필요한 규제개혁을 통한 적극 지원을 강조했던 이재명 정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경제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우려가 제기됐던 상법부터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법, 법인세까지 개정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친기업 기조와는 반대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정을 추진 중인 법안들은 대표적인 반기업 정서를 띄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관세'와 '규제'라는 두 가지 대형 변수에 시름이 커지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2차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이 일단 미뤄졌지만 해당 법안은 곧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재계는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배임죄 남용 방지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고 이야기하면서 기업에 대한 제재를 높이고 부담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노란봉투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의 경우 경제계의 의견을 조금 더 수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재계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들 법안을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상정해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야권의 반발로 일정이 지연됐다.
재계는 노란봉투법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한다.
만약 자동차와 조선, 철강 등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와 생산 현장에서의 파업이 자주 발생할 경우 산업 경쟁력은 크게 하락하고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은 힘들어진다. 국내 기업들이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경우 중소협력업체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이에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개 단체는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정치권이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 입법을 쏟아내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원청 노조가 아닌 하청 노조와도 협상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파업해도 손을 쓸 수 없게 되면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기술력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과 함께 국회 통과가 예상되는 2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지배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비롯해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이 담겼다. 앞서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3%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등을 골자로 한 차례 상법 개정이 이뤄진 상황이라 기업의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상장기업의 76.7%가 2차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응답했다.
경제계에선 2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설문조사에서도 74.0%가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이 시행되면 기업의 의사결정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주주에 대한 소송 등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줄을 이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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