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거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깊은 생각 없이 회사를 퇴사하거나 이직하면서 자신의 업무자료 등을 챙겨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이러한 행위가 영업비밀 침해나 업무상배임에 해당해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처벌 대상까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이 알고 있다.
다만, 이러한 회사의 업무자료 등 반출이 언제나 형사책임 등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닌데, 최근 대법원에서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판결(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4도19305 판결)이 선고됐다.
피고인은 의료기기 연구개발 업체에서 임원 등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하면서 필러(Filler, 주름이나 패인 흉터 등에 주사하거나 삽입하는 보완재)에 사용되는 특정 원재료의 시험성적서, 특정 원재료에 관한 동물실험 결과보고서 등(이하 '본건 자료')을 반출했다. 퇴사 후 이를 활용해 유사한 제품을 생산한 것이 문제된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서 1심과 2심은 모두 본건 자료를 영업상 주요 자산으로 인정해 피고인을 업무상배임죄의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대법원은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 또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의사로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에 해당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겠지만 적어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보유자가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는 해당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전제에서 ▲피해자는 문제되는 제품을 제조업체로부터 구매한 구매자에 불과한데 위 제품의 구매자는 누구나 제품 구입에 따라 해당 제품에 관한 분석증명서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점 ▲피해자가 가교 덱스트란(cross-linked dextran) 등을 주성분으로 하여 필러를 제조한다는 사실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공개되어 있는 점 ▲과거 발표된 학위논문에도 가교 덱스트란을 주성분으로 하는 피해자의 필러를 접종한 실험용 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등 문제된 동물실험 결과보고서에 해당하는 내용이 나타나 있는 점 등에 기초해, 본건 자료를 피고인의 반출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피해자를 통하지 않고서도 통상 입수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된 정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본건 자료에 기재된 정보는 보유자인 피해자를 통하지 않고서도 통상 입수할 수 있고, 보유자인 피해자가 본건 자료의 정보를 사용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본건 자료는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에 대해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회사의 영업자료나 기술자료 등의 반출이라고 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나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여부는 위 사례를 통해 확인되는 것처럼 면밀하게 사실관계와 법리를 따져 보아야 한다. 영업자료나 기술자료 등 반출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피해자와 행위자 모두 조기에 변호사 등의 전문적인 조력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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