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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94>'베리테' 소노마의 진실, 그리고 진가…라뮤즈·라쥬아·르데지르

<294>美 소노마 카운티 '베리테'

 

안상미 기자

상상을 한 번 해보자. 프랑스 보르도에서도 포므롤 최고의 메를로와 생테밀리옹 최고의 카베르네 프랑과 포이약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어 와인을 만드는 꿈과도 같은 그런 상상 말이다.

 

보르도에선 불가능하지만 미국 소노마 카운티(이하 소노마)에선 가능했다. 신세계답게 와인양조에 제약이 없었고, 좋은 테루아가 다양성까지 갖췄다. 주요 평론가로부터 무려 26번이나 만점을 받은 소노마의 컬트와인 '베리테'다.

 

피에르 마리 잭슨패밀리와인즈 마스터소믈리에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베리테의 라뮤즈, 라쥬아, 라데지르 2015 빈티지를 소개했다. /아영FBC

잭슨패밀리와인즈의 피에르 마리 마스터 소믈리에(사진)는 메트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베리테 와인은 소노마 테루아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며 "퀄리티에 있어서 타협은 없다는 것이 베리테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마스터 소믈리에는 마스터 소믈리에 협회(CMS)가 1969년 첫 시험을 주관한 이후 전 세계에서 단 275명에게만 자격을 부여한 최고 등급의 소믈리에다. 잭슨패밀리에 속한 베리테가 한국에서 2015 빈티지를 출시하며 피에르 마리가 한국을 찾았다.

 

베리테는 캘리포니아에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고자 했던 잭슨패밀리 창업주인 제시 잭슨이 프랑스 보르도의 천재 와인 메이커인 피에르 세이양을 영입하면서 탄생했다. 이들이 선택한 곳은 이미 명성을 얻기 시작한 나파밸리가 아니라 소노마였다.

 

베리테(Verite)는 프랑스어로 진실을 뜻한다. 포도 재배부터 와인 양조까지 소노마 테루아가 하는 말, 즉 진실을 온전히 와인에 담겠다는 의도다.

 

베리테의 포도밭은 알렉산더 밸리와 초크 힐, 나이츠 밸리, 베넷 밸리에 위치했다. 토양과 미세기후, 고도 등의 특성에 따라 50개가 넘는 마이크로 크뤼로 구분해 각각 개별적으로 포도를 수확하고 발효, 숙성된다. 피에르 세이양과 함께 와인 양조를 책임지고 있는 딸 엘렌 세이양은 각 구획의 와인을 모두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 다음 라뮤즈와 라쥬아, 르데지르 가운데 어느 와인에 적합할 지 판단을 내린다.

 

베리테 르데지르, 베리테 라뮤즈, 베리테 라쥬아. /아영FBC

피에르 마리는 "매년 정해진 블렌딩 비율이 없이 수백 가지에 달하는 구성 요소들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만으로 조화롭게 설계해 양조한다"며 "전적으로 사람의 미각에 의존한다"고 전했다. 베리테의 출발점은 '라뮤즈'다. 소노마에서 최고의 메를로 와인, 단 하나만 만들겠다는 것이 잭슨의 의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1998년 첫 빈티지는 다른 이름이 없는 베리테로 출시됐다. 뮤즈(MUSE)가 보통 영감을 주는 원천인 것처럼 아름다움과 우아함, 정교함까지 와인 메이커로서 와인에 담고 싶었던 것을 모두 구현했다는 의미로 네이밍을 했다.

 

라뮤즈 2015는 메를로 90%에 카베르네 프랑 7%, 말벡 3%를 블렌딩 했다. 메를로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과 탄닌이 잘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생생한 산미가 향후 숙성 잠재력을 가늠케 했다.

 

'라쥬아'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품종으로 한다. 블렌딩을 위해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인데 테이스팅을 해보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했다. 큰 기쁨을 줬다고 해서 기쁨, 즐거움을 뜻하는 프랑스어 쥬아(JOIE)다.

 

라쥬아 2015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중이 75%다. 10년을 숙성했지만 여전히 젊고 밝은 색을 나타냈으며, 잘 익은 검은 과실과 허브향이 인상적이었다.

 

카베르네 프랑을 주품종으로 한 '르데지르'는 가장 마지막에 선보였다. 잭슨과 달리 카베르네 프랑에 애정을 가졌던 세이양의 바람에 갈망을 뜻하는 데지르(DESIR) 와인이 2000년에 첫 빈티지로 선보였다.

 

르데지르 2015는 카베르네 프랑의 비중이 64%다. 밝고 뚜렷한 아로마와 함께 단단한 구조감이 균형을 이뤘고, 허브와 미네랄 느낌도 잘 표현됐다.

 

베리테는 매년 양조한 와인의 최소 30%, 많게는 절반 가량을 셀러에 저장해 놓는다.

 

피에르 마리는 "좋은 와인은 숙성할수록 아로마도 풍부해지고 복합미가 더해진다"며 "베리테는 이런 장점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완벽한 조건에서 숙성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셀러에 저장했다가 출시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10년 묵힌 빈티지를 내놓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시음적기는 정해놓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미각에 따른 선택"이라며 "미국이 출시 초기의 신선하고 오크 풍미의 와인을 좋아한다면 한국 소비자들은 유럽과 같이 좀 더 잘 숙성돼 복합미 있는 와인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와인 한 잔에서 영감(라뮤즈)을 떠올리고 싶은지, 아니면 기쁨과 환희(라쥬아)를 맛볼지. 기자의 선택은 갈망(르데지르)이다. 지천명에 가까운 나이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특히 맛보고 싶은 와인은 너무나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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