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이 종료됐다고 하더라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는 단순히 계약의 끝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목적물 및 보증금 반환, 부속물 처분, 손해배상 예정액 청구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임대차 종료 후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해 불법점유에 대한 손해배상 예정액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임차인은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조명, 소방설비 등 부속물이 설치된 상태로 계약 목적물인 건물을 계속 점유하고 있었다. 임대인은 이를 불법점유로 보고, 임대차 계약에서 정한 월 차임의 1.3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 예정액을 청구했다. 이에 임차인은 소 제기 이후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점유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임대인은 손해배상 예정액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임차인의 부속물 매매대금 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상계'를 주장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임대인이 부속물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이행하거나, 적법하게 이행제공을 하는 등으로 임차인의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시키지 않은 이상, 임차인이 적법한 부속물매수청구권 행사 후에 이뤄진 목적물의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고, 임차인은 그 기간 동안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대법원?2025. 5. 15.?선고?2024다317332, 317349?판결).
임대차계약 종료로 발생한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 행사로 발생한 임대인의 부속물 매매대금 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또한?상계의 의사표시에 의한 각 채무는 상계할 수 있는 때에 대등액에 관해 소멸한 것으로 본다. 원심은 임차인이 부속물매수청구권 행사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부속물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임대인의 월 차임 1.3배 상당의 손해배상 예정액 채권을 소멸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임대인이 손해배상 예정액 채권과 임차인의 부속물 매매대금 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해 부속물 매매대금 채권이 소멸하게 되므로, 동시이행항변권의 이행지체 저지효 역시 소멸한다고 보아 임차인의 부속물 매수청구권 행사 이후의 점유 역시 불법점유라는 전제하에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임대인이 부속물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이행하거나 적법하게 이행제공을 하는 등으로 임차인의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시키지 않은 이상, 임차인이 적법한 부속물매수청구권 행사 후에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것을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다는 것. 상계의 소급효는 양 채권 및 이에 관한 이자나 지연손해금 등을 정산하는 기준시기를 소급하는 것일 뿐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계의 의사표시 전에 이미 발생한 사실을 복멸시키지는 않는다는 법리를 통해 임차인이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부터의 점유는 적법한 것으로 손해배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상계의 소급효 해석을 채무의 정산이라는 기능적 범위로 한정함으로써, 적법하게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전, 후를 구분해 부속물매수청구권이 행사된 이후의 점유는 적법하다는 기준을 제시해 법적 안정성과 당사자 간 형평을 고려한 결정을 내렸다고 보여진다. 이는 단순한 임대차 분쟁을 넘어 민법상 상계제도의 해석을 정리한 것으로, 임대차 종료 후 부속물 매수 관련 소송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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