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매년 여름철이 다가오면 '단고기' 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1980년부터 개고기를 '달다'는 뜻의 '단고기(甛肉)'라고 부른 이래로 그렇게 부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 이 행사에는 북한 각지의 내로라하는 개고기 전문점이 참가해 실력을 겨룬다. 북한판 '흑백요리사'인 셈이다. 결과는 모든 매체를 통해 전 인민에게 공개한다.
북한에서는 '단고기'가 매해 여름철 특히 복날이면 전문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다. '개장국'으로도 불리는 단고기장 외에도 단고기갈비찜, 단고기토막찜, 단고기내포(내장)볶음, 단고기조밥 등 요리의 종류도 다양하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게도 단고기에 대한 사랑은 세습됐다. 1970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이 개고기로 연회를 마련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정일 또한 평양 단고기집 건축안을 직접점검하고, 통일거리 명당에 위치를 선정하기도 했다.
개고기의 역사는 유구하다. 오래전 당시 주위에서 구하기 쉬운 음식이 바로 개고기였다. 그렇다고 개고기는 시시한 음식은 아니었다. 조선시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때도 개고기가 올랐다. 궁중 수라상 단골 메뉴에 '구증(狗蒸·개찜)'이 오르기도 했다.
퇴계 이황은 개와 한약재를 고아 낸 약술 무술주(戊戌酒)를 8대 보양식으로 꼽았다. 다산 정약용은 개고기로 단백질을 보충했음은 물론 흑산도로 유배 간 형 약전에게도 적극 권했다. 다산은 형에게 보낸 편지에 개를 잡고 요리하는 법까지 알려주며 보신을 당부했다. 실제로 동의보감 등 주요 한방 문헌에도 '오장을 편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 정력에도 좋다'고 소개돼 있다. 실제로 개고기를 좋아했던 것은 제례와 더불어 보신(補身)의 효과도 컸기 때문이다.
개고기는 성균관 유생들에게 공급하는 별미이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주는 특식을 '별미(別味)'라고 하는데, 초복에는 개고기를, 중복에는 참외 두 개, 말복에는 수박 한 통을 주었다. 유생들은 개고기를 제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조선 풍속사')
조선시대에도 다양한 개고기 요리가 있었다.동국세시기를 비롯해 산림경제,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등 각종 서적에 별별 요리법이 다 나오는데 평양식이 있고, 영남식도 있다. 개고기는 한양 도성에서도 판매한 서민 전통 음식이기도 했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의 저자 마빈 해리스는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일반적으로 다른 동물성 식품의 공급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음식 문화는 환경 요인에 비롯된 것이지 특별한 '몬도가네'(혐오성 식품을 먹는 등 비정상적인 식생활) 취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시대의 식량 사정과 별 차이 없는 북한에서 개고기는 부족한 동물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주요 재료다.
북한과 달리 우리의 먹거리는 풍부해지고 다양해졌다. 인식도 변했고 국가 이미지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호칭도 '희롱(玩)한다'는 애완견(愛玩犬)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반려견(伴侶犬)으로 격상됐다. '또 하나의 가족'이 된 반려견은 수제 사료를 먹고, 명품으로 치장하고 비행기로 호캉스를 간다. 늘 '오뉴월 개 팔자'가 된 셈이다. 가뜩이나 남북한 격차와 이질감이 심화하는 가운데 개 팔자도 '단고기'와 '반려견'으로 갈리고 있다.
진(秦)나라 재상 상앙은 "세상이 변하면 행동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世事變而行道異)"고 했다. 더구나 개는 '동물보호법' 등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어 지금은 '복날 개 패듯'하면 감옥 간다. 2027년부터는 식용 목적의 모든 것이 법으로 금지된다.
영어 'Dog'를 거꾸로 하면 'God'이 된다. 확실히 '개 편한 세상'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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