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자율화로 ‘성지’ 부활…보조금 격차 커질 듯
선택약정·추가지원금 중복 가능…할인 조합은 풍성
고령층·비숙련자 주의 필요…‘호갱’ 양산 우려도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일명 단통법)'이 오는 22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된 단통법은 그간 실효성 논란과 함께 "모두가 비싸게 휴대폰을 사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오다가 결국 폐지되는 것이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이 11년 만에 폐지돼 23일부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액수 공시 의무가 사라진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보조금 경쟁을 제재하고 건전한 시장환경 조성을 위해 도입됐다. 단통법 이후 정부는 통신업체들의 보조금 공시를 의무화하고, 유통점이 지급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을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는 '선택약정 할인'을 통해 통신요금의 25%를 매달 할인받을 수 있게 됐고, 이는 전체 가입자의 절반가량이 선택할 만큼 정착돼 스마트폰 과소비를 억제하고 자원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또한 보조금 공시제와 요금제 비례 지원으로 고령층이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 줄어들며 일정 부분 시장의 혼탁함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단통법은 결과적으로 보조금 획일화를 초래했고, 유통망 간 경쟁이 사라지면서 중저가폰 이용자 역차별, 소비자 혜택 감소 등의 부작용이 잇따랐다. 게다가 일부 유통점에서는 여전히 음성적인 불법 보조금 지급이 이어졌고, 특정 매장만 저렴한 가격에 단말기를 판매하는 '성지' 현상이 고착화했다.
이에 국회는 2023년 단통법 폐지 논의에 착수해 2024년 법적 정비를 완료했으며, 오는 22일부터 해당 법률은 효력을 잃는다.
◆보조금 상한 폐지되면 공짜폰도 가능할까
단통법 폐지로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공시 의무 폐지다. 기존에는 통신사가 단말기 지원금을 고지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공통지원금' 등의 형태로 자율 공개된다. 또한, 유통점이 지급하는 추가지원금 상한도 폐지된다. 과거에는 공시지원금의 15%까지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금액 제한 없이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통신업계는 단기적으로 보조금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는 25일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7과 폴드7, 그리고 하반기 예정된 애플 아이폰17 출시가 맞물리며 초기 시장은 '보조금 전쟁'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일부 단말기의 경우 출고가를 초과하는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돼, 일명 '마이너스폰'이나 '페이백'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선택약정 할인(통신요금 최대 25% 할인)과 중복 수령도 허용되면서, 과거보다 다양한 할인 조합이 가능해진다.
◆싸게 살수록 커지는 위약금…소비자 주의 필요
다만 보조금을 크게 받을수록 이에 따른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 이후 유통망 보조금은 '차액정산금'이라는 이름의 신규 위약금으로 전환된다. 이는 일정 기간(180일) 내 고가 요금제 하향이나 해지 시 발생하는 금액이다.
예를 들어 유통망 보조금으로 50만원을 받고 월 10만5000원 요금제로 개통한 후, 두 달 만에 9만5000원 요금제로 변경할 경우 9만원대의 위약금이 발생한다. 폰을 싸게 살수록 위약금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일부 유통점에서는 고액 보조금 제공을 조건으로 장기 약정, 고가 요금제, 부가서비스 가입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은 이러한 조건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해 '호갱'이 될 위험성이 크다.
◆갤럭시 Z 폴드7 공짜폰 될 수 있을까…현실적으로 "NO"
보조금이 늘어난다 해도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공짜폰 등장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컨대 오는 22일부터 개통되는 갤럭시Z 플립7과 폴드7의 출고가는 각각 148만원, 238만원대로, 2014년 갤럭시S5(86만원), 아이폰6(78만원) 대비 2~3배 수준이다.
이 같은 고가 단말기를 공짜로 제공하려면, 통신사가 2년간 월 10만원대 요금제를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5G 보급률이 70~80%를 웃도는 데다, LTE→5G와 같은 가입자 대전환도 없어 과거처럼 수익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은 제조사 장려금을 제공하지 않아 단통법 이전에도 공짜폰이 되기 어려웠다. 아이폰16 시리즈의 통신사 출고가는 124만~189만원 수준이며, 환율 변동 등을 감안할 때 신형 아이폰은 더 비쌀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경쟁이 활성화되면 결국 같은 기기도 누가, 어디서, 어떤 조건으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시대가 다시 열리게 된다. 통신사들은 유통망에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소비자들은 '성지'를 찾아 조건을 비교하는 것이 현실이 될 전망이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단말기를 싸게 사더라도 고가 요금제와 위약금 조건이 따라붙으면 실질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며 "중고폰 구매나 자급제폰 활용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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