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동일 지수 구조에 0.15% ‘초저보수’로 금ETF 상장
‘보수 경쟁 없다’던 한투운용, 주력 ETF 대응 방안 고심
금 투자 수요 증가 속 운용사 간 전략 차별화 본격화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보수 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이번 무대는 금 현물 ETF다. 국내 최초로 금현물 ETF를 개발해 1조 원대로 키워낸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이 '보수 인하 경쟁은 하지 않겠다'던 기존 방침을 접고, 운용보수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경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의 '복붙 상품'과 파격적인 보수 인하가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운용은 주력 상품인 'ACE KRX 금현물 ETF'의 총보수 인하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2021년 상장된 이 상품은 국내 금 시세를 추종하는 KRX 금현물지수를 기초로 한 패시브 ETF로, 현재 총보수는 연 0.5%다.
보수 인하 검토는 미래에셋의 파상공세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24일 'TIGER KRX 금현물 ETF'를 상장하면서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구조를 갖고도 총보수를 0.15%로 제시했다. 구조는 99%가량 동일하지만, 보수는 70% 더 저렴하다. 금을 실물로 예탁해 운용하고, 투자자는 ETF를 통해 직접 금을 보유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는다.
김남기 미래에셋 ETF운용 부문 대표는 상장 전 간담회에서 "한국 금시장 보유 비용이 글로벌보다 낮은데, 국내 ETF는 그보다 보수가 더 비싸다"며 "장기 횡보장을 버틸 수 있는 낮은 비용의 상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 가격은 1980년부터 2008년까지 약 28년간 횡보했던 이력이 있다.
한투운용 입장에선 허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KRX 금현물 ETF는 한투운용이 처음 기획하고, 제도 정비부터 시스템 구축까지 전 과정을 주도해 출시한 상품이다. 그러나 유사 구조의 상품이 훨씬 낮은 보수로 출시되면서, 혹시 모를 투자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보수 조정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다. 금값 상승기에 한투운용의 금현물 ETF의 순자산 규모는 2년 3개월만에 1조2484억원까지 늘었고, 올해만 2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이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보수 조정을 위해선 관련 근거를 마련해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하고, 승인 절차도 필요하다"며 "이달 안 조정은 (절차상) 힘들고 시장 상황상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수수료 전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지나친 저보수 마케팅이 장기적으로 운용 역량 저하와 과장 광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는 구조상 운용 전략에 큰 차이가 없어 총보수가 사실상 유일한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며 "결국 실물이 있으니 가격뿐만 아니라 금 수급 안정성, 운용사 리스크 관리 역량 등을 마련해야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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