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란 핵시설 정밀 타격 발표…시장 긴장 고조
23일, 코스피 3000선은 방어해
과거 9·11·이라크전 시기에도 단기 충격 뒤 반등
유가·물가·금리 변수에 따라 향후 흐름 달라질 수도…"신중한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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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식 비중이 90%나 되는데, 이란과 이스라엘 분쟁이 확전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식을 다 팔아야 할까요? 아니면 남은 현금을 다 털어서 더 사야 하나요?"(30대 회사원 이모씨)
한국경제에 잿빛 그림자가 짙어진 가운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인다면 글로벌 경제와 증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시장을 짓누르겠지만, 하방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개인, 전쟁 베팅해 낭패…외국인은 저점에 사들여
불확실한 공포를 이겨내려면 과거 경험만큼 좋은 교재가 없다. 23일 증권업계와 미국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세계지정학적위험지수(GPR)가 300을 넘었던 때는 2001년 9.11 테러와 2003년 이라크 전쟁 뿐이다. GPR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0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지정학적 위험도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지수다.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는 전세계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11 테러 직후인 9월 13일 개인은 즉시 순매수로 돌아섰고, 같은 달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4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3800억원 규모를 순매도한 뒤, 코스피지수가 460선까지 하락하자 매수세로 전환했다. 이후 연말까지 3조4000억원을 순매수하며 반등을 이끌었다고 기록돼 있다.
2002년 10월부터 본격화된 이라크 전쟁 위기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반복됐다. 개인은 위기 고조 직후 8거래일간 5700억원을 매수했고, 외국인은 28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수가 590 밑으로 하락하자 개인은 매도세로 돌아섰고, 2003년 3월 전쟁 발발 직전까지 84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저점에서 1조8000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개전 이후 일부 차익실현에 나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전으로 예전보다 정보 공유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쟁 뉴스가 시장에 선반영되었다고 봐야 한다"면서 "전쟁 개시 전에 시장에 미리 우려가 반영되었고 막상 전쟁이 개시되면 불확실성 해소로 시장 반등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가 영향도 단기에 그쳤다.
1990년 걸프전 당시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침공을 개시한 후 3개월간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지만 1991년 1월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해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는 국제 유가가 하락 전환됐다. 걸프전 이후 안전 자산인 미국채와 금값 등이 강세를 기록했고 위험 자산인 주식은 하락했지만 3개월 이후부터 안전 자산 선호가 완화됐다.
◆전쟁 공포 극복, 기업실적과 정책 대응에 달려
박현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지만, 그 운율은 반복된다"며 "지정학적 충격 이후 시장 흐름은 과거와 유사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주요 전쟁 발생 시 미국 주식시장은 전쟁 발발 한 달 후 평균 2.7%, 세 달 후 평균 6.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초기에는 물가 자극으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유동성 기대가 약화되면서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이 흔들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일정 기간이 지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시장은 빠르게 회복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결국 전쟁 그 자체보다 중요한 변수는 당시의 금리 수준, 유가, 기업 실적, 그리고 정책 대응이라는 결론에 닿는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유사한 예다. 침공 직후 S&P500은 장중 급락했지만 종가는 상승 전환했다. 그러나 이후 연간 기준으로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영향으로 약 18% 하락했다. 전쟁보다 거시환경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쟁 초기에는 저가 매수 심리가 작동하지만, 확산될 경우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가 3000선을 지켜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쟁 여파가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신정부 출범 기대와 유동성 개선 흐름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생변수가 확산될 경우 자산시장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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