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성 부족하거나 이행 의지 의문
구체적 구조개혁 논의는 함구·신구 연금 분리 주장도
2차 토론회 쟁점 된 연금개혁
연금행동, 공약 구체성 결여…비전 제시해야
국민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연금 재정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논의가 대선 후보들간에 활발히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각 정당은 민감한 연금개혁이 대선 아젠다로 부상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구체적 로드맵을 밝히는데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18년 만에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에 합의했다. 보험료율은 기존 9%였으나 2025년부터 매년 0.5%포인트(p)씩 8년 동안 올려 13%로 인상한다.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은 2026년부터 43%로 인상키로 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정당들은 군 복무 및 출산 크레딧을 확대하며,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국민연금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장하는 내용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합의안이 나오고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이 통과됐으나,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수개혁으로 국민연금 고갈시점을 2055년에서 2064년으로 약 9년 늦췄을 뿐이고 수익률도 기성세대와 비교하면 낮기 때문이다.
◆ 구체적 구조개혁 논의는 '함구'·신구 연금 분리 주장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다른 후보들보다 '소득보장론'에 가까이 서 있는 듯 보이지만, 눈에 띄는 연금 개혁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용자 부담 강화나 국고투입 확대 등 재정 안정화 방안은 공약화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연금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먼저, 2024년 기준 월 298만9237원 이상 소득자에게 국민연금 수급액을 깎는 것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또한 청년들을 위해 국민연금 군복무 크레딧을 확대하고 18세가 되면 생애 첫 연금보험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 후보가 소득에 따른 국민연금 감액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국민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인구 구조 변화,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또는 수급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또한 기성세대가 주도하는 연금개혁에 반발하는 청년들의 민심을 고려해 청년이 안심할 수 있는 '2차 개혁' 때 청년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개혁 방향을 설정키로 했다.
이재명 후보는 노후소득 보장 수단으로 활용되는 기초연금과 관련해 부부가 동시에 받을 경우 감액하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한 반면, 김 후보는 소득하위 50%에 월 4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현재 선정기준액에 상한액에 미달하는 단독가구는 33만4810원, 부부가구는 최대 월 53만5680만원을 받는다.
만 40세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신연금과 구연금의 재정을 분리해야 지속 가능한 연금체계 구축이 가능하단 입장이다. 이준석 후보는 개혁 시점 이후 납입되는 보험료를 신연금 계정으로 별도 관리해 구연금과 완전히 재정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조기에 도입하고 국고 조기 투입을 통해 미적립 부채를 억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신연금은 확정기여형 구조로 기대 수익비를 '1'로 조정해 납입 보험료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이른바 '낸 만큼 받는' 연금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2차 토론회 쟁점 된 '연금개혁'
연금개혁은 지난 23일 열린 사회분야 대선 TV토론회에서 쟁점이 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당 대표 시절 이뤄진 모수개혁 합의를 "모수개혁이라도 한 것이 안한 것보다 낫다"며 "정치는 현실을 인정하고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완벽하게 못했으니 비난하자고 하면 아무것도 안된다"며 "지금까지보다 낫게 바꾼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연금개혁을 두고 "국민연금 개혁이 문제가 있는데 청년의 반발이 크다. 2차 구조개혁을 즉시 착수하겠다"며 "청년들을 대표자로 많이 포함해 청년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대개혁을 해내겠다. 청년이 불리하지 않은 개혁을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신·구 연금 분리 공약에 대해 "기존 연금 대상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609조원이 필요하다. 그 돈을 누가 내나"라며 공약의 비현실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모수개혁 합의에 대해 "구조는 손도 대지 않고 숫자만 바꾼 가짜 개혁으로 사회초년생에게 평생 5000만원 가까운 부담을 떠넘기고 기성세대는 더 가져간 밀실 합의다"라고 반박했다.
◆ 연금행동 "공약 구체성 결여…비전 제시해야"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들이 향후 연금개혁이 어떻게 진행될 지 구체적인 독자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자 시민사회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306개 시민·노동단체가 모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주요 후보들의 연금개혁 공약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연금행동은 이 후보의 공약은 불분명하고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공약은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연금행동은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대해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및 연금개혁 지속 추진','군복무 크레딧 확대' 등 많은 공약이 보다 큰 주제 아래에 포함된 하위공약 형식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구체성과 정책적 정합성이 결여됐다"고 평가했다. 연금행동은 "이는 연금개혁을 더 크게 이슈화하지 않기 위해 '의제화 방지' 형식으로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김 후보 공약에 대해선 "청년 편향적", 이준석 후보 공약에 대해선 "공적연금을 민간보험처럼 바라보는 철저한 재정 중심적·민간연금적 시각"이라고 평가했다.
연금행동은 "보험료 인상에 대한 청년세대의 부담과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해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 확대와 전액 국고에 의한 사전지원 실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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