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계약 해지 사유 두고 사업자-이용자 시각차
약관 해석 따라 이동통신사 책임 여부 갈려
관련 분쟁, 집단조정 넘어 소송전 가능성도
SK텔레콤의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에 위약금 면제 여부를 두고 법적인 해석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다. 피해 이용자들은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통해 위약금 면제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약관상 요건 미충족을 근거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18일 <메트로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해보면, SK텔레콤 가입자들의 집단분쟁조정 신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약금 면제를 둘러싼 법적 해석이 크게 두 갈래로 갈리고 있다. 현재 핵심 쟁점은 ▲SK텔레콤의 '귀책 사유'가 위약금 면제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손해배상 책임과 위약금 면제의 법적 성격 구분 등 두 가지다.
첫 번째 쟁점은 SK텔레콤의 '귀책 사유'가 위약금 면제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싼 해석 차이다. 이 논의는 가입자 측과 SK텔레콤 측이 '서비스'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엇갈린다.
우선 피해 이용자들과 일부 법조인은 SK텔레콤의 정보보호 조치 미흡으로 인해 발생한 유심 정보 유출이 '회사 귀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이 통신서비스 전반에 대한 책임 주체라는 점에서, 보안 실패 역시 통신서비스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논리다.
이철우 변호사는 "법조계에서는 이번 유출 사태가 통신서비스 급부의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귀책이므로 위약금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음을 안다"면서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고려할 때, 위약금 면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여타 법조인들은 약관상 '귀책 사유'는 통신서비스의 실질적인 제공 의무, 즉 음성 통화나 데이터 전송 등 통신 본기능에 차질이 있을 경우로 한정된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고로 인해 통신 품질이나 이용 가능성에는 문제가 없었던 만큼, 계약상 위약금 면제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약금 면제와 사이버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은 서로 다른 조항에 근거한 문제이므로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유심 해킹 사고가 통신 서비스 중단을 초래한 것은 아닌 만큼, 위약금 면제를 요구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쟁점은 위약금 면제와 손해배상의 법적 성격을 구분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다. 이용자 측은 이번 유심 정보 유출 사태가 SK텔레콤의 관리 소홀에 따른 명백한 법적 책임 사안이라며, 위약금 면제와 별도로 손해배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정신적 피해와 향후 2차 피해 가능성까지 감안할 때, 기업의 귀책에 따른 배상 책임이 명확하다고 본다.
법무법인 이공은 "이번 사건은 계약 해지 여부를 넘어, 개인정보 보호법상 침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신속하고 실질적인 권리 구제를 위해 조정 절차를 병행하고 있으며, 추후 조정안 수용 여부에 따라 민사소송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법조계 다수는 위약금 면제와 손해배상은 서로 다른 법적 조항에 근거하기 때문에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다. 위약금 면제는 약관상 통신서비스 제공의 적정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반면, 손해배상은 개인정보 침해에 따른 민법상 불법행위나 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약금 면제 논의는 국회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입법조사처에 '이동통신사가 자발적으로 위약금을 면제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질의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SK텔레콤 가입 약관에는 '회사의 귀책 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를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이번 해킹 사고가 회사 귀책에 해당한다면, 이를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영상 SK텔레콤 CEO에 따르면 유심 해킹 사고에 따른 대규모 위약금 면제가 현실화될 경우 예상되는 매출 손실은 약 7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게 SK텔레콤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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