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제가 아닌 먹는(경구용) 비만치료제가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8% 가량의 체중 감량에 성공하며 내년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사제에 비해 환자들의 복용과 유통이 쉽다는 이점 때문에 비만 치료제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먹는 비만약, 게임체인저 될까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인 일라일 릴리가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이 이르면 내년 출시될 전망이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오포글리프론 임상 3상의 탑라인(주요 지표)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오포글리프론은 위고비, 젭바운드 등 블록버스터 주사제인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저분자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이번 임상에서 2형 당뇨병 환자 559명에게 40주간 오포글리프론 혹은 위약(가짜 약)을 매일 투여한 결과, 오포글리프론 투약 그룹에서는 '혈당(당화혈색소·A1C)'이 1.3~1.6% 줄었다. 위약의 0.1% 감소에 비해 의미가 있는 수치다.
특히, 환자들의 체중은 최대 7.3㎏(7.9%) 줄였다. 하루 한 번 오포글리프론 3㎎을 복용한 환자들은 40주 후 평균 4.7%(4.4㎏), 12㎎ 복용군은 평균 6.1%(5.5㎏), 36㎎ 복용군은 평균 7.9%(7.3㎏) 체중이 줄었다. 반면 위약 복용군은 평균 1.6%(1.3㎏) 감량됐다.
릴리는 202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표로, 올해 말까지 비만 치료제에 대한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경구용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도 갈 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 열풍을 일으킨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 기반의 경구용 제제를 개발 중이다. 미국 기업인 바이킹 테라퓨틱스 역시 먹는 비만 치료제 'VK2735'의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AZD5004'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로슈는 'CT-996'의 임상 1상을 완료했다.
◆국산 치료제는 언제 나오나
국내 기업들도 먹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빠른 곳은 일동제약이다. 일동제약은 현재 경구용 GLP-1 치료제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1상에 진입한 상태다. 삼천당제약 역시 GLP-1 경구용 치료제 신약 'SCD0506'을 개발 중이며, 전임상을 완료하고 임상 1상를 준비 중이다.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GLP-1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등 두가지 호르몬을 동시 타깃하는 이중작용제를 경구용으로 개발 중이다. GLP-1 수용체에만 작용하는 약물은 위장운동을 지연시켜 구역질, 구토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하지만, 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면 이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다만, 최근 경구용 비만치료제 중단 사례도 나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임상2상 참여자 가운데 1명에게서 간 손상이 확인되면서, GLP-1 비만 치료제 '다누글리프론' 임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지난 2023년에도 구토·설사의 부작용이 발생하며 임상을 한차례 중단한 바 있다. 암젠 역시 올해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인 AMG 513의 임상 1상 시험이 FDA의 임상 보류 조치를 받으며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재 제약업계 관계자는 "먹는 비만 치료제는 주사제에 비해 일단 환자들의 거부감이 적고, 대량 생산과 유통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약값도 낮출 수 있다는 경쟁력이 있다"며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이상 반응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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