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국내 M&A 시장의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
'기업 사냥꾼'인가 '혁신 동력'인가…'PEF 논란' 커져
#사모펀드(PEF) A사는 프로젝트 펀드 조성 작업을 접었다. 2000억 원대 자금을 조성해 인공지능(AI) 관련 업체에 투자하려 했지만, 최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투자자들이 한 발을 뺀 상황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면서 '큰손'인 각종 공제회와 은행, 캐피털 등을 움츠러들게 한다. A사 관계자는 "AI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다 작년에도 200% 매출 성장을 이룬 회사여서 무난하게 투자 자금을 모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MBK 사태의 파장이 예상보다 큰 것 같다"면서 "가장 큰 걱정은 사장 참여자들이 자본시장의 한 축이 아니라 '포식자', '탐욕의 약탈자' 쯤으로 여기는 문화가 짙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사태와 자산시장(주식) 약세로 투자 업계에 매서운 꽃샘추위가 불고 있다. 인수·합병(M&A) 매물이 넘쳐나지만, 위축된 투자 심리로 업계에서는 "딜(거래)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과 재계에 따르면 현재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거나 잠재적 매물로 꼽히는 조 단위 기업은 ▲CJ제일제당 바이오그린사업부(6조원) ▲DIG에어가스(5조원) ▲롯데카드(3조원) ▲HPSP(2조원6000억원) ▲롯데손해보험(2조원)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1조6000억원) ▲프리드라이프(1조원) ▲모던하우스(1조원) 등이다.
이처럼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M&A시장은 조용하다. 물밑 움직임만 있을 뿐이다. 사고팔려는 당사자의 접촉은 있지만, 정작 인수확정서에 도장을 찍은 기업들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이 M&A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다, 인수 후보군인 PEF 역시 MBK의 연이은 잡음(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영풍과의 고려아연 적대적 M&A)으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은 터라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새 주인 찾기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본다. 여기에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돼 M&A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PEF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 때문에 올해 장사 접어야 할 판"이라며 원망의 화살을 날린다.
PEF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인식은 정치권의 창끝이 PEF를 향하게 만들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몇몇 의원실에서는 PEF의 투자 투명성 강화, 투자기간과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규제, 노동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을 담은 법안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당장 국회 정무위는 18일 여야 합의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및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김병주 회장은 해외 출장 때문에 17일 출국한다는 이유로 정무위 증인참석을 하지 않는다.
PEF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확산으로 금융 당국도 벼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자격 요건 강화 ▲투자자 보호 및 정보 공개 의무 확대 ▲차입매수(LBO) 제한 등을 감시 항목에 넣었다.
IB업계의 한 임원은 "홈플러스 사태는 MBK의 패착으로 볼 수 있다"면서 "연기금·공제회 등 큰 손들이 보수적으로 돌아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MBK 역외 탈세의혹과 외국인 논란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면서 "이 정도면 민폐라 할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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