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 올린 '국가 주도 AI 산업 육성론'을 두고 여야가 "바보의 바보스러운 상상이다", "공산당식 발상이라는 게 무지몽매한 생각이다"라며 치고받고 다툼을 이어가는 가운데, K-엔비디아 성패의 키를 쥔 '소버린 AI(자국 중심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5일 이재명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 첨단 산업 분야는 과거와 달리 엄청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민간기업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 경쟁에서 문제가 될 경우 국부 펀드나 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국민 펀드 형태로 온 국민이 함께 투자하고 그 성과를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 가지고 (여당에서) 사회주의, 공산당을 운운하는데 이런 정도의 경제 인식으로는 험난한 첨단 산업 시대의 파고를 넘어갈 수가 없다"며 "대만의 TSMC는 정부 초기 투자 지분이 48%였고 국부 펀드들도 이미 많이 알려졌는데 한국만 이런 투자를 하면 안 된다는 무지몽매한 생각으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잘 안 된다"고 일갈했다.
여당은 이 대표의 K-엔비디아 구상을 비판했다. 이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의 엔비디아 30% 발언은 바보가 바보스러운 상상을 한 것"이라며 "엔비디아, AI가 붕어빵 찍어내는 기계인 줄 아느냐"고 비꼬았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일 AI 관련 대담에서 국내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기면 민간과 국민이 7:3으로 수익을 배분,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K-엔비디아를 통한 조세 부담 경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버린 AI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자국 중심 인공지능이 정부 주도 AI 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이기 때문.
소버린 AI는 자체 인프라 및 데이터, 인력,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 지역 언어와 문화·가치관 등을 반영해 만든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말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ICT 브리프'에서 "오픈AI·구글 등 미국 AI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 산업을 주도하는 가운데 독립적인 AI 역량을 쌓으려는 각국 기업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성과를 보이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IITP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챗GPT와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훈련에 1억 파운드(약 1863억원), 슈퍼컴퓨터에 9억 파운드(약 1조6765억원)를 투입해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 중인 AI 패권을 견제하고 영국 문화와 역사에 초점을 맞춘 '브릿GPT'를 개발키로 했다.
일본은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자 725억엔(약 7048억원)의 자금을 기업들에 지원하고 엔비디아와 협력, 일본어 특화 LLM을 개발 중이다.
대만 역시 중국의 AI 공세에 대응하고자 소버린 AI 개발에 수천억원을 투자, 대만인들이 쓰는 번체자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AI 챗봇 '타이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국가 슈퍼컴퓨터센터를 엔비디아 H100 GPU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다양한 소버린 AI 프로그램을 육성 중이다.
IITP는 "서구권 문화와 가치관이 내재화된 AI 서비스에 장기간 노출된다면 특정 국가 고유의 역사나 문화를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을 겪을 수 있으며 국가 정체성 상실이라는 부작용도 발생 가능하다"면서 "이에 세계 각국과 기업들은 자국 언어 모델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전개하며 자체적인 AI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버린 AI 개발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데이터 윤리, 알고리즘 투명성·편향성 문제 해결도 필수"라면서 "아울러 각국의 데이터 공유, 기술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완성도 높은 AI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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