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 유럽국가 자멸적 긴축...한국, 국채발행 등 재정확장으로 대응할 시점"
12·3 사태로 인해 잠재성장률 저하에 대한 우려가 한층 더 커졌고,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정책적 명분이 확실해졌다. 그렇다고 금리인하 등의 통화완화정책을 맘대로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이 이미 비정상으로 치솟은 상태이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 따른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 이 와중에 잦아들던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요인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같이 한국 경제는 고금리, 저성장에 더해 물가 불안까지 이른바 '트릴레마'(삼중고)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어느 한쪽을 섣불리 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저성장 국면에서도 긴축 기조를 견지해 왔다.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와 재정건전성 제고라는 미명하에 이 같은 긴축재정을 고집한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성장률은 2% 선을 지켜내기도 버거울 만큼 둔화했고 세수입 결손과 불용(쓰지 않은)예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계엄조치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정치 혼돈에 따른 경제 각 부문의 불확실성 여파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발 '파고'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라도 추경은 절실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하지만 무턱대고 경기 부양책을 쓰자니 물가 불안과 금리 불균형이 걱정이다. 한국(연 3.0%)은 미국(4.5%)보다 기준금리가 1.5%포인트(p) 낮다. 환율 1400원대의 원화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자본 유출을 부채질할 수 있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물가 상승 폭은 작년 7월을 기점으로 8월 +2.0%와 9월 +1.6%, 10월 +1.3% 등으로 내려앉았으나 이후 11월(+1.5%)과 12월(+1.9%)에 둔화·하향 흐름이 멎었다. 이어 올해 1월(+2.2%)에 2%대로 올라섰다. 6개월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뛴 것이다.
그런데 민간소비를 비롯한 경기는 바닥 수준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 회의론도 3년째 지속됐다. 20일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90.8에 그쳤다고 밝혔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전월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것을 뜻한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 100 아래로 떨어진 뒤 36개월 연속으로 기준치를 하회했다. 올해 1분기 BSI 전망치는 87.5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64.7)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삼중고에 맞서, 한국은 금리정책이냐 아니면 재정정책이냐의 기로에 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다만 현 정부가 긴축 기조를 지난 2~3년간 지속해 왔고, 그것은 성장률을 더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데 많은 학자들이 의견을 같이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금리라는 게 우리가 무작정 독자적으로 낮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어떤 관계 속에서 조정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이 안 낮추면 우리도 낮추기는 힘든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조정해서 확장적 정책을 취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재정여력이 아직까진 있는 상황이다. 국채를 발행해서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로, 예컨대 추경을 편성하고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 방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스페인 태생의 한 프랑스 경제학자가 쓴 표현을 인용해 '자멸적 긴축정책'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부 유럽국가들이 확장정책이 좀더 필요했음에도 불구, 긴축으로 선회해 성장률이 더 낮아지고 재정건전성이 외려 악화했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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