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 부진에도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거래 수수료 수익에 힘입어 '1조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개인투자자 이탈 등으로 타격을 입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하락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업계내 명암이 엇갈렸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등 4곳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시장예상치(컨센서스) 1조원을 넘겼다. 국내 증권사 다수가 같은 해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한 것은 2021년 이후 최초다. 2022년에는 메리츠증권 1곳이 유일했고, 2023년에는 전무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부진했지만, 코로나19 당시 증가한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에 주목하면서 오히려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2023년 말 680억달러(100조416억원)에서 지난해 말 1121억달러(164조9215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는 약 65% 급증한 수치다.
다만 해외주식 수수료로 인한 실적 호조도 대형사로 쏠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8.9% 증가, 비종투사는 27.6% 감소하며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개별사로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삼성·키움·한투·NH투자증권 등)의 영업익 시장예상치 총합은 5조6077억원으로 직전 해보다 66.2%(2조2347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 iM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역성장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사는 부동산 PF 잔여 부실 처리 등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여 업권 내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밸류업 정책 역시 일부 대형사에 국한된 이슈"라고 짚었다.
지난해 국내 3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신용평가사들은 일부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SK증권, 하나증권,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등급 전망을 일제히 내렸다. SK증권의 장기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단기 신용등급은 'A2+'에서 'A2'로 내렸으며, 하나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한기평도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내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증권은 누적 영업손실 764억원, 누적 순손실 525억원을 기록했다. 다올투자증권도 누적 영업손실 300억원, 순손실 171억원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다만 하나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95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49% 급증했고, 순이익 측면에서 흑자전환했다. 하나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10위권 안에 속하는 증권사인 만큼 회복력을 갖췄던 것으로 풀이된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자본 여력이 낮은 증권사일수록 재무안정성 저하 위험에 노출돼 있고, 2020년 이후 등급이 상향 조정된 증권사 중 당시 수준의 수익창출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증권사도 신용도 하향 압력에 노출돼 있다"며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거래 증가 효과와 수도권 우량 프로젝트파이낸싱 신규 딜 증가의 효과가 종투사에 집중된 반면 비종투사는 부동산 PF 시장 위축으로 수수료수익이 감소하면서 수익창출력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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