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시대 예상도 나와
서학개미, 테슬라·엔비디아 등 '美 기술주' 종목 보관액 늘려가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로 자금을 옮기는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6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보관액은 1178억6833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하루 전인 25일 1175억8700만 달러보다 0.24%가량 증가한 수치이며, 일주일 전(1112억6300만 달러)보다 5.94% 늘어난 규모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오를 때는 '환차손'을 우려해 외국 주식 매수세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번 원화약세장에서는 박스피(코스피 기준 2400~2600)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증시 대신 '빅테크(기술)주'나 '트럼프 수혜주'를 기대하며 미국 증시로 자금을 옮기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서학개미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약 5조원(27일 환율 기준)에 달하는 테슬라 주식을 매수 결제했다. 국내 투자자가 26일 기준으로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종목은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순이다.
특히 국내외 증권가는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산업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국책연구기관까지 대외 불확실성으로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결국 서학개미의 '국장 탈출'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빠르게 관세 정책을 추진하면 글로벌 경기 우려가 커지고 연준의 금리 인하가 조기에 중단되면서 달러 추가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 둔화에 따른 한은의 금리 인하가 맞물리면 환율은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KDI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러한 환율 급등은 대내외 악재 탓으로 풀이된다. 이 여파로 국내 양대 증시는 하락세를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7일 야간 거래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470.5원을 기록했으며, 장중 한때는 1480원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9년 3월 이후 약 15년 9개월만의 일이다.
특히 지난 27일에는 국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국정 공백이 길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증시에 퍼졌다. 그 결과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9포인트(1.02%) 떨어진 2404.77을, 코스닥 지수도 9.67포인트(1.43%) 하락한 665.97에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선 고환율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내 증시는 한동안 반등하기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며 "정국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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