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계엄령 선포 사태로 인해 동력을 잃고 있다.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기업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기대감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증권주가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KRX 은행' 지수와 'KRX 증권' 지수는 각각 8.31%, 6.00%씩 하락했다. 개별 종목별로는 KB금융은 15.71%, 신한지주는 9.04%, 하나금융지주는 7.8% 씩 떨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 사태는 6시간 만에 마무리됐지만, 4일 간만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이 다시 이탈하며 코스피는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이탈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실상 '밸류 다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들은 최근 14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하고 있으며, 해당 기간에만 약 19조원을 팔아치웠다. 계엄령 사태로 어지러웠던 4일부터 6일까지는 코스피에서만 약 1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지난 4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금융주였다. 외국인들이 올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삼성전자(748억원)를 제외하고는 신한지주(653억원), 하나금융지주(479억원), KB금융(471억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자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떠난 것으로 보여진다. 4일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면서 6시간 만에 마무리됐지만, 국내 증시 투자 매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은행주는 밸류업 지원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은행의 적극적 주주환원 제고 실천에 기인해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시장 평균 수익률 상회) 중이었다"며 "다만 최근 정치적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피해주로 인식되며 상승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적 지원, 2025년 이후 총주주환원 강화 등을 감안하면 최근 은행주 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며 은행주 투자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자 연초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밸류업 정책은 국내 증시 상승을 위한 중요한 방향성으로 꼽히기도 했다. 상반기에는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하반기에 와서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면서 사실상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기준 코스피는 연초보다 8.93% 떨어졌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의 정책 추진 동력이 돼야 할 법안 개정 필요 안건들이 빠르게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던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로 현 정권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 여부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밸류업 정책 추진 주체이지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김 연구원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오랜 과제로 삼아왔기에 정책 성격 자체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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