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축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2026 FIFA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사실상 최종) 예선이 다음 달 초 시작된다. 본선이 아직 멀게만 느껴지지만 내년 4분기면 48개 진출국(근 100년 역사상 최다·최초)을 16개 조, 각 조 3개 팀으로 나누는 추첨이 실시된다. 다가오는 월드컵은 2002 한·일 월드컵에 이어 역대 2번째 공동 개최다. 조별리그 및 토너먼트가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 경기장에 분산돼 열리게 된다. 공식명칭에 국가명이 없는 최초의 대회이기도 하다. 영문으로 FIFA World Cup 26이다.
국내에선 북중미 월드컵이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한다. 25일 기준 대한축구협회는 홈페이지에 지난 3월과 6월에 열린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결과를 올려 놨다. 상당수 언론매체와 마찬가지로 '2026 북중미 월드컵'이라 부르고 있다. 멕시코는 중미가 아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에 속한다. 남미와 북미 외에 중앙아메리카를 따로 떼어 구분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멕시코는 북미로 분류된다. 또 온두라스,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등 7개국이 자리해 있는 중미는 국제사회 및 학계에서 대륙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멕시코보다 낮은 위도의 이 중앙아메리카 7개국 역시 대륙을 말할 땐 북미 대륙 소속이다.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舊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바 있다. NAFTA는 이후 2020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대체됐지만 북아메리카 경제블록이라는 기본 틀은 변함없다.
차별적 요소가 짙은 탓에 잘 쓰지 않는 라틴아메리카를 들먹여야 한다면 또 모르겠다. 이땐 앵글로아메리카의 미국·캐나다와 라틴아메리카의 멕시코를 기어이 분리할 수도 있다. 라틴아메리카를 순화해 중남미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북미 월드컵'은 어떤가.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 3개국만을 북아메리카로 보는 시각도 있긴 하다. 하지만 북미 대륙은 남미 대륙 바로 위의 파나마부터 시작해 서인도제도, 그린란드까지 아우른다는 학설이 널리 인정받는다. 따라서 이것도 맞다고 보기 어렵다. 외국 축구팬이 만약 한일 월드컵을 동아시아 월드컵이라 지칭해도 우리는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까.
2030년 FIFA월드컵은 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가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건 뭐라고 부를지 궁금하다. 남유럽-북아프리카 월드컵인가. 아니면 유럽과 아프리카의 경계를 가리키는 지브롤터 월드컵이라고 할 텐가. 2026대회 아시아 3차 예선은 내년 6월까지 장장 9개월간 이어진다. 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명칭 재정립에 나설 때다. 지난달 파리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은 북한으로 소개됐다. 남들은 둔감할지 몰라도 당하는 자국민은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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