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임직원 400명 넘게 이탈…대형사도 점포 감축
"조달비용 줄여라"…저축銀, '금리다이어트' 중
하반기 담보대출 주력…점진적 업황 회복 기대
'보릿고개'를 벗어나기 위해 저축은행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인력과 점포를 정리하면서 군살도 덜어내고 있다. 방어적인 경영전략이 한계에 이르자 하반기에는 리스크를 낮추고 수익성도 꾀할 수 있는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에 나설 전망이다.
저축은행이 앞다퉈 출시하던 고금리 예금상품도 자취를 감췄다. 급격하게 높아진 조달비용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통상 정기예금에 은행권 대비 연 1~2%포인트(p)의 가산금리를 적용했지만, 이제는 은행권과 유사한 수준의 예금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 연간 임직원 400명 감소
올 1분기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임직원은 976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대비 462명 감소한 수치다. 그간 디지털전환(DT) 등 신사업을 예고하면서 2022년 6월 1만명대에 진입했지만 지난해부터 또다시 내리막길이다. 급격하게 나빠진 업황 탓에 신사업은 뒤로하고 인력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비정규 직원의 감소세가 가파르다. 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에 부담을 느낀 영향이다. 올 1분기 전국 저축은행의 정규직 직원은 8245명으로 전년 동기(8565명) 대비 3.73% 줄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 직원은 142명 이탈한 787명으로 15.28% 감소했다.
특히 중소형 저축은행이 비정규직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대형사 정규직 퇴사자의 비중이 비정규직 퇴사자 대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상대적으로 열위한 저축은행이 인력효율화 카드를 적극적으로 빼 들었다.
최근 1년간 상위 저축은행 5곳(SBO·OK·웰컴·한국투자·애큐온저축은행)의 퇴사자는 259명이다. 전국 저축은행 퇴사자의 56.06%다. 이 중 정규직 퇴사자는 203명으로 전체 정규직 퇴사자의 63.43%(203명)를 차지한 반면 비정규직 퇴사자는 42.9%(61명)에 그쳤다.
영업점은 정리수순을 밟고 있다. 올 1분기 전국 저축은행의 점포 수는 271곳이다. 전년 동기(280곳) 대비 9곳 감소했다. 지점과 출장소를 각각 6곳, 3곳씩 정리했다. 디지털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참에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대형사 중에서는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이 영업지점의 간판을 각각 2곳, 1곳씩 내렸다. 페퍼저축은행은 10년간 유지하던 출장소 운영을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저축은행 지점 확장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등 규제 완화를 시행했지만 비용효율화가 우선순위인 만큼 영업점 운영은 최소한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디지털전환에 따른 개발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는데 관련 사업이 후순위로 밀리다 보니 재계약이 어려워졌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여·수신 및 경영업무 등 최소한의 인력만 남았다"고 말했다.
◆ "조달비용 줄여라"…'금리 다이어트'
각 저축은행은 조달비용 줄이기에 매진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기의 공격적인 자금조달이 지목되면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초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정기예금(1년물) 평균금리는 연 3.66%다. 지난 2022년 12월(5.53%) 대비 1.87%p 줄었다. 해당 기간 예금금리 상단은 2~2.5%p 격차를 나타낸다.
이자 비용 낮추기에 우선순위를 둔 만큼 은행권과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 상단이 유사한 상황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상품은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이다. 우대금리를 모두 받으면 연 3.90%의 금리를 적용한다. 반면 저축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정기예금은 청주저축은행의 '펫팸정기예금'이다. 금리는 연 4.0%로 책정했다. 은행권 상단과 불과 0.1%p 차이다.
저축은행 정기예금의 매력이 떨어진 만큼 수신잔액도 연일 감소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수신잔액은 101조9185억원이다. 지난해 동기(114조5260억원) 대비 11.00%가량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월을 시작으로 매달 감소한 수신 잔액은 올 4월 183억원 증가하면서 소폭 올랐지만 또 다시 내리막길이다.
◆ 하반기 담보대출 주력…업황회복 시점은?
올 하반기 주요 저축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예고했다. 건전성과 수익성 제고가 동시에 요구되면서다. 당초 저축은행권에서는 업황 회복 시점을 기준금리 인하 시기로 점찍었다. 하지만 더 이상 외부 환경변화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출문턱을 서서히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자산순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주담대 전체 금리를 낮췄다는 설명이다. 개인 신용대출 대비 안전한 담보 자산을 늘리면서 론 포트폴리오(loan portfolio)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것.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극적인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점진적인 개선은 기대할 수 있으나 1년 넘게 한파를 겪고 있는 만큼 단기간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이 드러나더라도 합병·정리 과정을 통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부실채권(NPL) 매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여건 개선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채권시장이 활성화돼 있지만 부실채권의 경우 매매량이 적은 편에 속한다"며 "고정이하여신의 적극적인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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