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등산을 다녀왔다. 기능성 티셔츠와 얇은 바람막이를 겹쳐서 입었다. 장갑과 목도리도 챙겼다. 막상 나가보니 바람이 제법 불었지만 완연한 봄이었다. 산에는 겨울철 떨어진 낙엽과 마른 나뭇가지가 수북했다. 따로 챙긴 방한용품은 고사하고 입고 있던 바람막이도 벗어 가방에 넣었다. 산에서 내려오니 기침이 나왔다.
봄이 왔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한파에 몸살을 앓는 모양새다. 특히 2금융권의 취약점이 두드러진다. 카드사를 살펴보면 연체율이 9년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1년새 0.42%포인트(p) 올라갔다. 돈을 빌리거나 신용카드 대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카드사들이 위험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은 1조1505억원이다.
그래도 신용카드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순이익이 전년 대비 0.9% 줄어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같은 2금권인 저축은행은 8년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를 제대로 맞았다. '직격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축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1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손충당금만 4조원에 육박한다. 여·수신 모두 줄이면서 웅크린 상황이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특히 순이익, 연체율이 모두 악화했지만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비교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오 회장은 일부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상황이라고 했다.
어쩌면 저축은행의 현 상황은 예고된 미래일지도 모른다. 얼마전 한 저축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학교 동창은 부동산 호황기 PF가 돈이 되자 저축은행권이 섣부르게 뛰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등산 중 덥다고 외투를 벗었다가 기침감기에 걸린 나의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때론 눈앞에 욕심을 버리더라도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예금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한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유동성비율은 192.07%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두 배나 웃돈다. 이어 낮을수록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BIS비율은 1.20%p 상승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위험성이 높은 사업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보다 단단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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