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동안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고려아연과 영풍과의 표대결에서 고려아연이 승리를 거뒀다. 특히 고려아연 주주총회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에 손을 들어주면서 미래 신사업과 중장기 기업 가치 향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19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에서 개최된 제50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현장은 일반 주주와 대리인, 의결권 위임기관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주총을 앞두고 이른 시간임에도 참석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주총장 입구에는 경비 인력이 방문 목적을 물으며 철저한 검색을 진행하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배당 규모와 정관 변경 등 주요 안건이 상정됐지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은 만나지 못했다.
이날 고려아연 주총이 관심을 끈 것은 경영권을 놓고 고려아연 최씨 집안과 영풍 장씨 집안이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두 집안은 1949년부터 동업을 해오며 상호 지분을 보유해 왔지만 고려아연 최 회장이 2022년 한화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현재 고려아연 최 회장 일가와 영풍 장 고문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각각 33%, 32%다.
우호세력을 포함해도 양쪽의 지분이 팽팽하다보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약 8%)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총회의 핵심 쟁점은 배당과 정관변경 두가지였다.
우선 주총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배당안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 62.74%가 찬성표를 던졌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앞서 최대주주인 영풍은 배당금이 너무 적다며 주당 1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주장해왔다. 고려아연은 회사 이익이 줄어든 만큼 배당금을 낮출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배당금을 높일경우 주주환원율이 76%를 넘는 상황에서 96%까지 올라가 회사의 미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표준정관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고려아연 측 제시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53.02%를 기록했다. 하지만 특별결의 요건인 참석주주의 3분의 2를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정관변경안은 지분 32%를 보유한 영풍 측이 반대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집안과 장 고문 집안 간의 표대결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은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이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압도적인 지지로 의결됐다. 이로써 최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와 ESG경영 전략이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을 달성한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 분야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잘 활용함과 동시에 사회적 흐름에도 부응하는 신성장동력을 고민했고, ▲신재생 에너지 및 그린수소 에너지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친환경 신성장 동력을 발굴함으로써 비전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국내외 산업 전반에 걸친 저성장 기조와 전기료, 원료비 상승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기술력 향상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기존 제련사업과 신사업간 시너지를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려아연 주총에 이어 오는 20일에는 영풍의 주주총회도 열린다. 지난해 연결기준 17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최근 5년 중 4년간 적자가 이어진만큼 영풍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12월에 이어 최근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된 문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주주환원율이 10% 수준에 그치는 등 부실한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비판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총과 관련해 주주 환원과 주주 권익 훼손 등을 놓고 영풍과 장씨 일가, 고려아연과 최 씨 일가가 치열한 논쟁을 벌여 온만큼 영풍 주주총회에서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4조원에 육박하는 잉여금에도 불구하고 170억원대에 불과한 영풍의 배당금 규모를 놓고 주주들의 불만이 거센 가운데 고려아연 주총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기치로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해온 영풍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