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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오스틴 클레온 지음/노진희 옮김/중앙북스(books)

 

위대한 예술가들의 창작 비밀을 낱낱이 까발린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의 서문에는 "주의: 심약한 사람은 읽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었어야 한다. "독창성이란 들키지 않은 표절이다(윌리엄 랠프 잉)", "내가 공부해야 할 단 하나의 예술은 뭔가 훔쳐올 만한 게 있는 예술이다(데이비드 보위)", "세상이 어떤 작품을 오리지널이라고 할 때, 그 십중팔구는 그 작품이 참조한 대상이나 최초의 출처를 모르기 때문이다(조너선 레섬)"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진 독자라면 책을 펼치자마자 콸콸 쏟아져 나오는 대담한 인용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할 게 분명하다.

 

아티스트들은 일단 어떤 대상을 볼 때 훔칠 만한 건지 아닌지를 가늠해본 뒤 가져갈 게 있으면 재빨리 취한다고 오스틴 클레온은 말한다. 성경에도 나와 있듯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아무것도 없으며(전도서 1장 9절), '신상품'이라는 딱지를 달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들은 모두 과거에 나온 작품을 재탕·삼탕으로 우려먹은 것에 불과하다는 게 저자의 지론.

 

과거 미국의 유명 팝 듀오 '홀 앤 오츠'의 멤버 대릴 홀은 마이클 잭슨이 그에게 '빌리 진'을 만들 때 "당신네 음악을 조금 훔쳐다 썼다"고 털어놓자 "괜찮아. 나도 다른 사람의 노래를 많이 훔쳐서"라고 쿨하게 응수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만의 영웅을 찾은 뒤 우리가 할 일은 카피다. 표절과는 다르다. 책에 따르면, 표절은 남의 작품을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거짓말하는 행위이고, 카피는 작품이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며 영웅의 정신세계를 엿보는 일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카피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일러준다. 카피할 대상이 한 명이어선 안 된다는 것. 한 작가에게서 훔치면 표절이라고 지탄받지만, 여러 명에게서 빼앗아오면 세상은 당신을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위대한 예술가라고 칭송한다. 책을 통해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부터, 토크쇼의 황제로 불리는 코미디언 코넌 오브라이언,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까지 모두 누군가를 카피했다는 걸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영 찜찜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면 작가의 다음 말에 귀 기울여보자. "인간에게는 참 멋진 약점이 있다. 완전히 똑같은 카피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영웅을 카피하고 그들과 나의 차이점을 찾아 극대화해 '자기화'하는 것이 저자가 책에서 그토록 강조한 '창작의 비기'라 하겠다. 16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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