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도 연말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할 전망이다. 글로벌 위기 속 주요 대기업들이 안정속 쇄신을 선택한 가운데, 핵심 경영진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부회장단 4인과 면담을 통해 경영에서 물러나달라고 요청했다.
SK그룹 부회장단 4인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 장동현 SK㈜ 대표와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 등이다. 부회장단이 퇴진하면 유정준 미주대외협력총괄과 서진우 중국담당도 동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오는 7일 임원 인사 발표가 유력하다. 다만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되는 만큼, 시기가 변경될 가능성도 외면하기 어렵다.
SK그룹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12월 첫째주 목요일에 임원 인사를 발표했지만, 계열사별로 이사회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최태원 '서든 데스' 위기감
최태원 회장이 최근 'SK 최고 경영자(CEO) 세미나'에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빠르고 확실하게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서든 데스'를 언급하면서 대대적인 개편 의지를 암시했다. SK그룹은 2016년 당시에도 60대였던 부회장단을 대거 교체하며 40대였던 현재 경영진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실제로 부회장단은 1960년대 초반생들로, 모두 60대에 들어섰다. 조 의장이 63세, 김 부회장이 62세, 장 대표와 박 대표가 각각 60세다. 유정준 총괄이 61세, 서진우 중국담당도 62세다.
이미 다른 대기업들도 최근 인사를 통해 세대 교체에 나섰다. LG그룹은 권영수 부회장이 물러나고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들도 새로운 경영자를 선임했다. 현대차그룹도 임원 인사에 앞서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수장을 교체하며 세대교체를 예고한 상태다. 삼성도 안정 속 젊은 차기 경영자를 대거 중용했다. SK그룹도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재계 2위 올렸지만 위기 대처 못해
SK그룹 부회장단은 2016년 이후 주요 계열사를 두루 맡으며 SK그룹을 진두지휘해왔다. 공격적인 M&A와 체질 개선을 통해 SK그룹이 재계 2위로 올라서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박정호 부회장은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ADT캡스 등 중요한 M&A를 이끌어오며 최태원 회장 '복심'으로 평가받으며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경영을 겸직하고 있다.
그 밖에도 조대식 부회장은 2020년부터 그룹 최고 결정 조직인 수펙스를 이끌어왔고, 장동현 부회장도 SK㈜가 투자전문 지주사로 혁신하는데 기여했다. 김준 부회장 역시 오랜 기간 에너지 사업을 맡아오며 배터리 등 미래 사업을 육성하는데 공헌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영 위기에서는 이같은 성과가 독이 됐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가 시황 악화로 적자를 면치못하며 SK하이닉스 실적을 끌어내린 악재로 작용한 가운데, 해외 배터리 투자로 그룹사 전체 채무 부담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SK쉴더스 상장 실패와 SK온 상장 지연 및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한 책임론도 대두된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 CEO 세미나에서 이같은 문제를 거론했다고 전해진다. 일찌감치 '신상필벌'을 고민하고 있었던 셈이다.
◆ 누가 자리 대신하나
일각에서는 부회장단이 오랜 성공 경험을 쌓아온 만큼,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대체할만한 경영자가 마땅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대식 부회장이 다른 부회장단에 함께 물러나자고 설득하고 있다는 소문도 이같은 상황을 반증한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이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SK수펙스 의장으로 불러들이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창원 부회장이 아직은 승낙하지 않았다고 알려졌지만,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최창원 부회장은 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3남이다. 장남인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은 2000년 작고했고, 둘째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는 SK그룹과는 지분 관계를 거의 해결한 사실상 별개 지주사다. 최창원 부회장이 보통주 40.18%, 최태원 회장이 0.11%만 보유하고 있다. SK케미칼을 인적분할하며 지배구조를 개편했으며, 주요 계열사는 SK플라즈마와 SK가스, SK디앤디 등이다.
다만 SK디스커버리는 SK그룹과 끈끈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계열 분리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해왔으며, 수펙스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최창원 부회장이 수펙스 의장으로 올라서면 SK그룹은 '사촌경영' 체제를 확립하게 된다. 최창원 부회장이 올 초 SK디스커버리 계열사들과 사업을 논의하는 4개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수펙스와는 성격이 다른 조직이라고 SK디스커버리 관계자는 강조했다. 수펙스 의장을 맡는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 임원·조직도 대대적 개편 전망
재계에서는 이어서 젊은 경영자들이 SK그룹 주요 계열사를 맡게될 것으로 보고 있다. 58세인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단독 대표로 올라서고, 59세인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SK이노베이션을 총괄하는 등이다. 투자전문회사인 SK㈜가 계열사들과 중복된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역할을 줄이고, 59세인 SK실트론 장용호 사장이 대표를 맡게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경영자뿐 아니다. SK그룹에서는 올해 인사를 통해 임원이 대거 '물갈이'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임원 중 30%와 계약을 종료하고, 10%를 신규 임원으로 채우는 대대적인 개편도 점치고 있다. 전체 임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승진 규모는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조직도 역시 크게 바꾸려는 분위기다. 이미 여러 계열사들이 직원들에 대한 인사평가와 승진 조치를 끝낸 상황, 보직 변경 등과 관련해서는 7일 예정된 임원 인사에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인사는 더욱 비밀리에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전에는 인사 발표 전 일부 임원이 해임 통보를 받고 신변을 정리하는 등 움직임이 보였던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 그렇다할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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