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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당일치기 야유회

이규성 선임기자.

얼마전 마을 입구에 플래카드(현수막)가 걸렸다. 현수막은 당일치기 마을 야유회 안내문구. 마침 마을회관 앞 노인들이 흩어지기에 앞서 "이번엔 어디로 가느냐"며 술렁였다. 지난 3년간 마을에서는 변변한 행사 한 번을 못 치렀다. 특히 여행은 꿈도 못 꿨다. 이제 코로나에서 해방된 감정으로 마을사람 모두 여행을 떠날 수 있다니 반가울 수밖에. 도시민들에게야 그저 소소해서 별다를게 있겠냐 싶지만 여기서는 큰 행사다.

 

올해는 봄이 일찍 왔다. 이전보다 열흘은 빨리 온 것 같다. 그래서 4월 초순께 모종을 내고 모내기 준비를 하는 등 분주했던 집도 많다. 이런 여행은 농번기전 막간에 즐기는 망중한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아주 오랜만에 지친 심신을 달랜다고나 할까.

 

마을에서는 연말 전체 회의가 있고 연초에 척사대회를 열고 윷놀이 등을 즐긴다. 그리고 5월초 마을 전체가 농번기 직전 여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여름 한철 삼복더위에 마을 사람이 모여 다같이 밥을 먹는 날 등 대체로 네번 정도 정기적인 모임과 한두차례 긴급한 회의가 열리곤 한다.

 

노인들의 기쁨이 유독 커보였다. 어느 노인은 어디로 여행가느냐고 묻지만 이장은 그저 의견을 듣고 있다고만 대답할 뿐이다. 필자는 26년 전 마을로 이사온 후 3년째가 돼서야 마을 여행에 처음 합류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았을 때, 작은 녀석은 잘 걷다가도 이따금씩 산길을 걷거나 해변을 산책할 때는 안아달라고 보챘던 기억이 난다. 그해 마을에서는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거쳐 내린천을 따라 돌아왔었다. 오전 8시 출발해서 오후 10시쯤 귀가, 젊은 나에게 힘든 하루였다. 그렇더라도 하루쯤 놀이에 빠진 이들에겐 그날의 즐거움을 무엇과 바꾸랴.

 

"여즉 꽃구경 한 번 제대로 못 했잖여. 여행간다니께 아들, 딸들이 용돈도 보내고."

 

도시로 나가 사는 자식들에게도 부모님의 야유회가 반가울 터. 노인들의 웃음소리는 마을회관이며, 노인정 뿐만아니라 동네 곳곳에 가득한 봄날이다.

 

마을 여행 경비는 마을 지원금을 활용한다. 우리 마을은 송전철탑이 지나기 때문에 각 가구당, 마을당 전기 송출법에 따른 지원금을 받는다. 또 상수원 보호권역에 해당, 일정한 정도의 지원금을 또 받는다. 그 지원금은 마을사업과 정비 등에 쓴다. 그래서 이장과 총무는 '마을가업이 모범적인 곳'에서 견학을 겸하고 싶어 골머리를 싸맬 지경이다. 마을사람들 요구도 맞춰줄 만한 곳이 만만하게 있기나 할런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마을기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꽤 높은 수익을 내면서도 귀촌이 늘어나고 있는 곳을 가본적이 있다. 다름아닌 용대리 황태마을이다. 마을에서는 용대리∼백담사간을 운행하는 버스회사, 황태가공공장과 식당, 펜션 등 여러개의 마을기업을 성공시켜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고 있었다.

 

수익 분배를 보면 입을 떡 벌리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수익으로 마을 도서관과 공부방을 운영하고 장학금을 준다. 또 일부는 명절날 선물세트와 수익금을 배분, 수십만원씩 나눠주는가 하면 100여개의 일자리도 창출해 모범적인 마을기업 사례를 보여줬다. 흥미롭고도 놀라운 기업을 보고는 우리 마을에도 들여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우리 마을에서도 노는 땅을 이용해 주말농장, 창고대여, 고구마사업 등을 하고 있지만 좀더 확실한 수익모델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래서 아마도 야유회 주제가 '모범적인 마을기업 탐방하기'로 정한 듯 하다. 모처럼 떠나는 당일치기 산책이 또 한해를 살아갈 힘이 된다는 걸 여기서 새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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